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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희 Sep 12. 2024

자신의 성향에 맞는 육아가 더 즐겁다.

맞춤형 육아의 비밀 


‘당신은 어떤 성향인가?’      

동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산모나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산모 모두 자신에 맞는 산후조리를 잘하고 있었다. 


자신에 맞는 산후조리로 행복한 회복!

“저 나갔다 올게요.”

산후조리를 해야 하는 J산모가 이글이글 끓는 한낮에 밖에 나갔다 오겠다고 말하고선 3시간 만에 돌아왔다. 

산후 관리받는 3주 내내 비 오는 날 딱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밖을 나갔다.


집안은 신생아 온도관리를 위해 에어컨을 켜놔야 하는 상황이라 습하거나 무덥지 않은 

쾌적한 적정온도를 유지했다. 

그런데 이런 집을 두고 찌는듯한 날에 어딜 가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지만 바로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오전에도 다녀오고, 큰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오후에도 

당연히 그 애와 놀아주기 위해 또 나갔다가 한참 후에야 들어왔다. 


관리 3일이 지닌 후 산후조리를 하지 않고 나다니는 산모가 걱정되어 말을 건넸다. 

“나가시면 어디를 다녀오세요? 뭐 배우러 다니시나요?”라고 했더니 물음과는 다른 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가까이 사는 친언니도 만나고 동네 아줌마들도 만나서 놀아요. 전 답답해서 집에만 못 있겠어요.” 하며 웃었다. 


이 산모에게는 산후의 몸조리가 우선이 아니라 마음조리가 우선인 듯했다. 

“하기야 마음이 편해야 몸도 편한 법이지요. 혹시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은 직접 맞지 마시고, 무리한 운동도 안 됩니다.” 이렇게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다행히 유치원에 다니는 큰애도 나가 놀기를 무척 좋아하고, 

엄마도 밖을 더 좋아하니 둘은 매일 같이 놀이터에 가서 신나게 놀다 들어왔다. 


누워만 있는 것이 산후조리는 아니다. 

아기 낳기 전의 몸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운동도 해야 한다. 

우울감 등을 없애기 위해서도 사람을 만나고 움직이는 것은 우울증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산모들은 산후조리를 위해 대부분의 날을 집 안에 있지만, 

보고 싶은 사람이나 꼭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관리사님 계실 때 나갔다 와야 한다며 집 밖을 나선다. 

또 그간 큰애 보느라 미루었던 일을 하거나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하거나 

앞으로 육아에 치여 못 할 거라 여기는 영화 보기, 쇼핑하기, 가까운 사람 만나기 등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의 산모와 정반대의 H산모는 관리받는 4주 내내 한 번도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장보기나 쓰레기 배출 등은 퇴근하는 남편에게 맡겼고, 그 외는 인터넷 활용 등으로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다. 


하루는 “집안에만 있기 답답하지 않으신가요?” 하고 물었더니 

밖에 나가는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산모는 집안에서 아기를 돌보다 여유가 생기면 짬짬이 집 안 여기저기 정리도 하고 SNS를 하며 즐겼다. 

그리고 나와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었다. 주로 신생아 육아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산모가 묻고 나는 육아의 정보나 노하우를 전하는 식이었다.

때때로 남편, 자매, 시부모, 친정 부모의 얘기나 친구와의 갈등에 관한 얘기도 꺼내며 

해결 방법을 묻기도 했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산모는 이렇게 하루하루 나와의 대화 시간을 늘려갔다. 

산모는 이 수다 시간이 힐링이 된다며 처음 만날 때와는 다르게 얼굴도 한층 밝아지고, 

육아에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꾸기 어려운 타고남

성향에 따라 집에서 조용히 쉬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 있고,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뭔가를 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전자에 가깝다. 밖에 볼일이 없으면 며칠이고 꼼짝하지 않고 집에만 있다. 

밖에 나가 쇼핑이라도 하게 되면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결혼 전에 나와 성향이 다른 남편에게 “혹시 내가 여러 날 밖을 안 나가면 데리고 나가줘요.”라고 

황당한 부탁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할 수만 있다면 자기 방식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며 평생 살기를 소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원망하거나 비관적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능률이 더 오르고 더 즐겁다. 같은 일을 해도 즐겁게 하면 지치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긍정의 에너지’는 다른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이 두 산모는 자신의 성향에 맞게 산후조리를 하며 육아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남녀가 연애할 때는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에게 끌린다. 상대방이 나와 달라서 신기하고 재밌다. 

자신은 두려워서 못 하는 도전을 상대방이 거침없이 해내는 것을 보고 멋있어 반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유머에 반하고 자신과 다른 열정에 반한다. 

이렇게 눈에 콩깍지가 씌워 결혼하지만 생활 속에서는 너무 달라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로 싸우곤 한다.


부부는 치약을 짜는 습관으로도 “왜 중간을 짰냐. 아래부터 짜라.”며 잔소리하고, 

잠자는 시간(아침형, 저녁형)이나 잠자리의 체온이 달라도 서로 많은 불편을 느낀다. 

자신과 다름에 홀딱 반해서 연애하고 결혼까지 했지만 

“너는 그게 왜 좋으냐?” 

“너는 그게 왜 싫으냐?"라며 티격태격 부딪친다. 

그러나 아이들과 놀아줄 때 엄마·아빠의 성향이 다른 것은 매우 좋다. 

엄마·아빠 각자의 방식대로 놀아주면 아이들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랄 때 남편은 거의 매일 늦은 시간에 퇴근했다. 그때 아이들 교육은 전업주부였던 내가 도맡았다. 

한겨울, 너무 추워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집안에서만 놀고 있었는데, 

그날도 늦게 퇴근한 남편이 널빤지를 잘라 뚝딱 만든 썰매를 두 개 들고 들어왔다. 

갑자기 애들 옷을 입히더니 "썰매 타러 나가자."는 것이다. 

캄캄하고 늦은 밤에 어디를 가느냐고 애들 감기 걸릴 수도 있다고 말렸으나 이미 역부족이었다. 

애들은 벌써 옷을 입고 방방 뛰며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어디론가 한참을 데려가더니 물이 차서 꽁꽁 얼어버린 어느 논 앞에 차를 세웠다. 

남편은 논에 자동차 불빛을 환하게 비추도록 켜놓고 만들어온 썰매에 애들을 태우고 땀이 나게 끌고 다녔다. 

애들은 미끄러지고 넘어져도 마냥 즐거워했다. 세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놀았다. 

그날은 힘에 부칠 때까지 썰매를 끌어주던 남편과 꽁꽁 얼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아이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나, 우리 가족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집에 있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애당초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우리 부부가 상반되게 달랐기에 두 아들에게 있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해줄 수 있어 좋았다. 

아이들은 동적인 아빠와 썰매를 타고, 연을 날리고, 공을 차고, 자전거도 타고, 씨름 등 여러 가지를 

함께 했고, 정적인 엄마와는 책을 읽고 병원 놀이와 시장 놀이도 하고 요리도 함께했다.  




성향에 맞는 육아의 즐거움

G산모의 남편은 3교대 하는 직장에 다녔다. 

밤 근무를 위해 낮에 잠을 자던 아기 아빠가 갑자기 내게 차 한 잔을 권하며 말을 건네 왔다. 

“직장 후배가 아기를 먼저 낳았는데, 자기가 책을 사주면 안 읽을 거라며 4권의 책 목록을 적어주데요. 

그 책을 사서 읽어봤는데 정리가 잘 안 돼서요.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말했다. 

“아 그래요. 궁금한 거 물어보세요.”라고 했더니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면 된다고 쓰여 있는데 글자나 숫자 공부는 안 시켜도 되는지, 

학원은 보내는 게 좋은지, 보낸다면 언제부터 보내야 하는지, 예체능은 얼마나 해줘야 하는지 등을 

신생아 아빠가 묻기에는 너무 이른 질문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은 해도 아기를 갖지 않기로 둘이 약속했단다. 

4년이 지난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아기를 갖자고 하더란다. 그 후 아기를 갖기로 결정했는데 

임신이 되지 않아 2년간의 많은 노력 끝에 병원 도움을 받아 아기를 낳았다고 했다. 이 아빠의 끝없는 질문은 딸바보가 된 데다가 고생 끝에 얻은 자식이라 더 잘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리라. 

그 후로도 매일 차 한 잔과 함께 메모지와 펜을 들고 내게 질문하고 메모하기를 반복했다. 


이건 대화하기 좋아하고 꼼꼼한 성향을 가진 아빠래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밖에 나가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라면 아마 이런 일은 아내에게 맡겼을 것이다. 

아기 엄마는 책으로 하는 아이 교육에는 관심 없는 듯 단 한 번도 그에 관해서는 묻지 않았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은 죽인데도 하기 싫은 법이다. 

엄마는 이것을, 아빠는 저것을 정하는 것보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잘할 수 있는 것을 

아이와 함께하면 된다. 이렇게 육아는 서로의 위치를 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상대 배우자가 채워나가야 한다.  




나와 성향이 같은 큰아들을 만나면 날 새는줄 모르고 수다 삼매경에 빠지고, 

남편과 성향이 같은 둘째 아들은 아빠와 당구를 치고 술을 마신다. 

서로 성향이 같다는 것은 마음의 편안함이 있다. 함께하는 사람끼리 마음이 맞는다면 훨씬 즐겁다.      


서로 다른 부부가 닮기 위해 같은 취미를 배운다는 사람도 있다. 

또 부모와 자녀의 성향이 같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다 같은 성향일 수는 없지 않은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잘하지 못하는 것을 함께한다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서로 즐겁지 않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아이와 함께하면 된다.     


양보다 질이다’라는 말이 있다. 

바쁜 시간 쪼개어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가 즐기지 못하는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부모도 즐기며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이 좀더 좋지 않겠는가. 

각자 성향에 맞는 육아는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아빠 자신도 즐겁다. 

부모가 즐거우면 아이는 더 즐겁다. 부모가 즐거운 육아를 하면 아이는 더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밥과 같다.
밥을 먹지 않으면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밥을 균형 잡힌 식단으로 골고루 먹이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성향이 다른 엄마·아빠를 통해 더 다양한 놀이를 한다면, 신체 발달과 두뇌 발달은 기대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https://brunch.co.kr/@yangmama/10

사진 출처 : Canva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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