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친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위 말은《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라는 책을 출간하고 여러 채널의 TV와 라디오까지 출연하여
'공부해서 꿈을 키우자.'라고 강연하는 스타강사이자 MKYU 김미경 학장이 한 말이다.
책을 읽게 됨으로써 벌어지는 일, 생기는 일은 아주 많다.
책을 읽으면 지식의 폭이 넓어지고, 사고력이 향상되고, 문제 해결력에 도움 되며, 창의력과 의사소통 능력,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향상된다.
또 마음을 다잡는다든지, 한 글귀나 한 단어로 위안을 받는다든지, 시 한 편을 읽고 옛 추억으로 들어가 두고 왔던 꿈을 꺼내 든다든지, 미래에 펼쳐질 초거대 AI 시대의 이해와 전략도 엿보고, 먹거리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책을 펼침으로 가던 방향을 수정하기도 하고, 새로운 방향을 잡기도 하며, 확고한 믿음과 신념을 갖기도 한다.
육아를 전혀 모르던 아주 평범한 내가 책을 읽고, 육아의 방향을 잡고, 두 아들을 영재로 키워내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만들어낸 것도 책이다.
육아를 위해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태아가 내 뱃속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했고, 어떻게 해줘야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 후로도 알고 싶은 것이 생기면 책을 찾아 읽고, 알아가고, 깨우치고, 실행하려 노력했다.
이것은 흥미를 자극했으며 상당히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다.
요즘 아이를 키우는 집에 동화책은 많은데 육아 서적은 없다.
산후관리를 가보면 아이가 읽어야 하는 동화책이나 위인전은 책장에 다 꽂지 못할 정도로 넘쳐난다.
하물며 여기저기 흩어져 나뒹군다.
그런데 정작 엄마 아빠가 읽어야 하는 육아 서적은 별로 없다. 아예 한 권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
자세히 찾아보면《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이 제목을 가진 책이 있긴 하다. 이 책만 만나도 반가울 정도다.
산후 관리 3일쯤 되면 책장이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옮겨진다.
두리번, 아무리 찾아봐도 육아 책은 없다. 신기하다.
30년 전 임신과 동시에 책을 사서 읽었는데,,,
'왜 요즘 것들은 육아 서적을 읽지 않고 아이를 키우지?' 의문이 생기면서 '참 용감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궁금하다. 많이 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우선 한 권을 읽으면 다음책이 궁금해지고, 두세 권만 읽어도 육아의 방향이 보이는데 말이다.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고, 읽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전에 책은 부모가 먼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읽고 아이를 길러내야 한다.
그런 다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책 읽는 습관을 들여주고, 스스로 책을 읽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사 부부라서 달랐을까?
첫아이를 낳은 C산모집에는 식탁, 소파, 침대, 심지어 화장실까지 육아 책이 놓여있었다.
"어머, 여기저기 육아 관련한 책이 많네요." 너무 반가워서 이렇게 말을 건넸다.
"네. 손에 잡히는 대로 무조건 읽으려고요." 아주 기특한 대답이 통통 내게 왔다.
한참 후에 산모와 대화를 하면서 이들이 박사부부라는 것을 알았다.
이 새내기 부모도 첫아기를 돌보며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여느 부모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 아기가 몸을 부르르 떠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줘야 해요?"
"왜 갑자기 토하는 거죠?"라며 안절부절못하고, 눈을 크게 뜨며 어서 답을 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더 배웠다고, 박사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기 전공 분야를 더 배웠을 뿐이다.
육아는 초년생, 다 같은 1학년이다.
이 박사 부부의 다른 점은 남들보다 더 오래 공부하면서 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랑하는 아기를 잘 키우기 위해,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행복한 부모가 되기 위해, 손 닿는 곳마다 책을 두고 읽으면서 육아의 힘을 빌리고 있었다.
사람이 무덤에 묻힐 때 관 위에 學生(학생)이란 글을 쓴다.
높은 관직에 있었던 사람은 대통령, 국회의원 이런 글귀를 써넣지만 일반인들은 모두 '학생'이라 적는다.
평생직업이 학생인 거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니 엄마 뱃속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우린 배운다.
학생으로 살다 학생으로 간다.
《깨어있는 양육》의 저자 셰팔리 차바리 박사는
“누구나 부모가 될 수는 있어도 ‘준비 없이’ 부모가 되어선 안 된다.”라며
깨어있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훈련이다. 마치 하나의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과 같다.”라고 말했다. 우선 책을 통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누구에게 조언을 구할까?
옛날에는 문맹인이 많았고, 배운 사람이 적었기에 중요한 지식이나 정보가 필요로 할 때는
동네 어르신께 조언을 구했다.
이런 이유로 친정집에는 손님들이 자주 찾아오셨다.
친정아버님이 책을 많이 읽으셨고 공부도 많이 하셨기에 '몸이 아프니 침을 좀 놔달라, 혼사가 들어왔으니 궁합을 봐달라, 결혼시켜야 하니 손 없는 날을 잡아달라.' 심지어 묫자리까지 부탁하셨다.
'인선생'이란 단어를 들어봤는가?
요즘은 부모나 조부모와 같은 어르신께 조언을 구하지 않고 인선생에게 묻는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원하는 답을 바로바로 찾는다. 이래서 '인선생'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누가 뭘 물어보면 대세에 편승해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인선생한테 물어봐."라는 말을 흔하게 한다.
엄마인 나도 애들이 뭘 물어보면 "인터넷에 검색해 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히는 초보 엄마들도
친정엄마에게 여쭤보면 티격태격 말다툼하게 되니 묻고 싶지 않다고 했고,
시어머니는 '애는 이것도 모르나?'라고 생각하실 것 같고, 어렵고, 부담스럽고, 편한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언 구하기를 포기한다고 했다.
늘 가까이 핸드폰이 손에 있고, 검색하면 바로 답을 주는 인선생이 있는데, 굳이 걱정하실 어른들께 물어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위험한 선택
정보의 홍수 시대 육아 정보를 잘못 선택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아기를 케어하는 경우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아키(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한의사 복귀설에 들썩’이란 기사 글을 봤다.
당시 극단적 자연치유 육아법을 표방하며 온라인카페에서 아주 유명했었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장려하며 약을 쓰지 않고 자연치료를 통해 아이들의 질병을 치료한다고 주장하고, 예방접종을 부정하고, 화상 입은 아이에게 온수 목욕을 권하고, 고열에도 해열제를 먹이지 못하도록 하는가 하면, 아토피 있는 아이에게 보습제를 바르지 않도록 하는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일들을 했는데도 이런 주장을 믿는 사람이 많았고, 회원 수가 무려 6만 명에 달했다 하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고학력시대에 안아키를 믿고 행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자행됐었다.
이런 일은 성적 올리기, 좋은 대학 가기, 취직 노하우에 관한 공부는 했겠지만,
정작 소중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에 관한 책 읽기나 공부는 게을리했다는 반증인 것이다.
인선생(인터넷정보)의 정보가 좋은 것도 많지만 모두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옳은 정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공부를 하거나 전문 서적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인터넷이 꺼내준 정보의 변별력이 생긴다.
어느 산모는 '4시간마다 분유를 먹여야 한다.'는 인선생의 가르침대로 조금밖에 먹지 못하고 잠에 빠져든 아이에게 4시간마다 분유를 먹이다 보니 아기는 점점 기력이 없어지고, 힘이 없으니 더욱더 먹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엄마는 아기의 몸무게가 전혀 늘지 않는다고 엉엉 울고만 있을 뿐, "우리 아기 살려주세요."라고 외칠뿐, 전문가를 찾거나 책을 읽지 않았기에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또 다른 산모는 아기의 수면 교육을 위해 '방에 넣어놓고 문을 닫은 채 2시간만 기다리면 스스로 잠든다.'라는 내용이 인터넷에 너무나 유명하다며 큰아이에게 실천하는 엄마도 봤다.
이 정보가 옳다고 믿기에 세 살배기 아기의 두려움과 공포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로 인한 트라우마가 생겨 엄마를 더 붙잡거나 애착을 아예 포기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조금도 생각지 않았을까?
문을 닫고 우는 아이를 지켜만 보는, 이같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인터넷 정보만을 믿고 행한다.
깜깜한 방에서 2시간가량을 혼자서 견뎌냈을 아기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여러분은 책의 필요성을 언제 느끼시나?
기업인 이영석 님은 채널예스 출간 인터뷰에서 '책의 필요성을 언제 느끼시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책을 읽게 된다. 나 자신도 모르는 채로 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알아야 할 때 그 관련분야의 책을 읽게 된다. 그때가 가장 즐겁다."라고 말했다.
책을 읽고 도움을 받은 기억은 많지만 큰 힘이 되었던 두 가지를 적는다.
첫 번째. 아이를 갖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엄마인 내가 어떤 노력을 해줘야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는지 너무 궁금해서 읽었다.
책 내용은 신기했고, 육아가 재밌을 것 같았고. 육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했다.
두 번째, 아들이 과학고 시험 준비를 3개월 정도 앞두고 슬럼프에 빠져 책상에만 앉아 있을 뿐 전혀 공부를 못하는 눈치가 보였을 때 ‘슬럼프 해결하는 법’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 책에는 10가지 방법이 적혀있었다. (운동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쉰다, 산책한다, 가족과 대화를 나눈다 등) 그중에 가족이 함께하면 좋을 만한 것을 두 가지 골라 혼합을 했다.
‘가족과 산책하며 대화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주말이 되면 네 식구가 동네 낮은 산을 산책했다. 산에 올라가 절 구경도 하고, 그때가 6월이라 산딸기도 따 먹고, 약수가 흘러내리는 곳에서 가재도 잡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 주에도 그다음 주에도, 계속 산에 갔다.
엄마인 제 마음은 조바심이 났지만, 책 내용과 내 선택을 믿고 아이의 슬럼프 극복을 위해 참고 기다렸다.
4주째에 “아들, 오늘도 산에 놀러 가자.”라고 했더니
“저는 공부해야 해요. 다녀오세요.”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와~ 역시 책이 답을 주는구나!' 너무 기뻤다.
조바심으로 타는 마음을 누르고 온전히 놀아준 결과 아이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에서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방향을 못 잡고 도와줄 수가 없어 답답해했을 것이고,
아들은 슬럼프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해 원하는 과학고를 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과학고에 가고 안 가고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에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슬럼프도 이겨낼 수 있는 하나의 감정이다.'라는 것을 맛보는 게 중요하다. 슬럼프를 극복한 이런 추억 같은 기억이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 다시 힘을 내고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책을 3권만 읽으면 육아 방향이 보인다.
자기 계발을 위해 독서클럽에 들어가서 약간의 강제성, 얽매임으로 책을 읽듯
자녀를 키울 때에도 꼭 책 읽기를 권한다. 많이 읽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영유아기, 초등(친구 사귀기), 중등(사춘기 극복기), 고등(진로 진학), 대학생(면접 통과), 사회생활(인간관계) 그때그때에 맞는 3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자녀와 대화하며, 현명한 조언을 하고, 길잡이 역할을 해주면 된다.
톨스토이의 저서 《인생독본》에
‘사소하고 불필요한 것을 많이 아는 것보다는 정말 좋고 필요한 것을 조금 아는 것이 낫다.’라고 서술되어 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 그것도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좋은 안목을 기르는 것, 그것 또한 책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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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Canva 작업
두 아들을 영재로 키운 양마마의 육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