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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May 03. 2024

나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까?

기적은 우리 주변에 공기 같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나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작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리는 반갑고도, 감격스러우며, 우렁찬 울음소리.

막 태어난 아이의 그 울음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는데 , 나는 그 감정이 어떤 것일까, 아이를 품은10달 동안 기대하였지만, 막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 채, 아이는 중환자실로 내려가게 된다.

신생아 중환자실 교수는 아이가 뇌를 많이 다쳤기에 울 수 없다고 하였다.

아이는 정말 뇌를 다쳐서 인지, 계속 잠만 자거나 눈을 껌뻑일 뿐, 아무런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 여느 때처럼 아이 면회를 간 날, 한 간호사 선생님이 지나가듯 말씀하신다.  

”오늘 주니가 많이 울어서, 옆에 있는 친구 잠을 깨웠어요”  

나와 남편은 눈이 동그래졌다.

”저희 아이가 운다고요?”

“네” 간호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교수님께서 분명히 뇌를 다쳐서 못 운다고 하셨는데.. 혹시 어떻게 우나요?”

“그냥 다른 애기들 우는 것처럼, 응애응애 하고 울어요. ”

“어….. 그럴리가 없을 텐데 ”

나는 예상치 못한 반가운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 이후로 정말 아이는 언제 안 울었냐는듯 우렁차게 울었고, 아이는 울고 있는데 우리 부부는 환하게 웃었다. “



아픈 아이를 키우는 커뮤니티 카페에는 종종 이런 글들이 올라온다.

뇌는 신의 영역이니, 아이가 기적처럼 낫기도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뇌가 너무 녹아서 죽처럼 되었다는 소리까지 들은 아이가 치료를 열심히 해서 실제로 걷기도 하고 , 일반 유치원에 갈 만큼 좋아진 경우도 있었다그랬기에,  나는 처음엔 치료를 열심히 하면, 우리 아이에게도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뇌는 신의 영역이라고 하니, 나는 기적을 바라는 기도도 많이 했었다.   

하느님, 우리 주니 머리 한 번만 톡 하고 건드려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럼 뇌세포가 금방 자랄 텐데요….”

인생을 제대로 한번 살아보지도 못한 아기이니 , 특혜를 쫌 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그럼 당신의 뜻대로  한평생 약자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며, 떼를 써 보기도 했다.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재활치료에 많은 시간과 돈을 썼지만, 우리 아이에겐 그런 드라마틱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주일 5일, 매일 6시간씩 치료에 매달려도 , 항상 병원에선 우리 아이보다 더 아픈 아이를 본 적이 없을 만큼, 아이는 여전히 많이 아프고 , 내가 원하고 바랬던 기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역시 현실은 늘 항상 냉혹한 것인가? 아이면, 기적을 바라는 나의 마음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드라마틱한 기적이 일어나, 아이가 걷고 뛰는 일은 없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 깨달은 것은,


아이는 아주 작지만 위대한 기적을
매일 같이 본인의 속도에 맞게 써 내려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가 니큐에 입원해 있을 때 나는 신생아 중환자 실의 교수로부터 무수히 많은 모진 말을 들어야 했다.

아이가 보지도 듣지도 못할 것이라고, 심지어 숨을 쉬는 뇌까지 망가진 것 같은데 자가호흡은 가능하냐고 물어봤었다.


실제로 아이는 한동안 보거나 듣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 어느 날 아이가 내 얼굴을 유심히 보고 있다는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4년 정도 지나자 나를 향해 미소 짓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봐주는 아이의 눈빛은 그동안의 맘고생을 모두 잊게 해 주었다


아이는 처음엔 소리에도 반응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옆에서 꾕가리를 쳐도, 소리를 질러도 고요히 잠만 자는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날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울린 알람소리에 아이가 깨는 일이 있었고 , 그 이후로  조금씩 소리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 부부가 서로 언쟁이 높아지면 , 엄마 아빠 그만 싸우라고 말리는 듯이 아이는 소리를 지른다. 그럼 우리 부부는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은 마음을 내려놓기도 한다.


“기적이 있으니, 기적이라는 말이 있겠죠 ”

최근에 누군가의 위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었다.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 속에서 , 기적은 공기처럼 우리 가까이에 늘 존재했었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사실 우리에겐  기적일 수 있다.

우주의 광대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남녀가 자석처럼 이끌렸고,

아이라는 하나의 별로 빛나게 된 것처럼,

너와 내가 한 가족이 되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써 서로 마주한 일 역시 기적이라 할수 있겠다.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면,
사소해 보이는 기적들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선물 같은 꽃, 노을이 물든 하늘,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와 목소리,

이런 사소한 기적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우리의 삶은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운 것이 된다.


요즘 같이 날이 좋은 날, 밖에 나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면, 내 주위엔 온통 기적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마음이 벅차오른다.  

기적들이 공기만큼이나 가득하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눈에 보이는 것들, 소리, 심지어 스쳐가는 향기까지 모두 기적이 아닌 것이 없다.


주변의 작고 소소한 기적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자. 평소엔 사소해 보였던 작은 풀 한 포기도 무심코 지나치는 일이 없이,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우렁차게 울어 모두를 놀랬켰던 아이처럼,


언젠간 눈물을 쏟을 만큼의
놀라운 기적 같은 일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게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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