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기대가 됐다. 이 긴 터널 속에서 조금은 숨통이 트일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 때문이었다.
친구를 만나고 온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상담센터 검색을 시작했다.
꾸준히 다닐지도 모르니 집과 가깝고 후기가 좋은 곳 위주로 살펴봤다. 밤낮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눈이 빨개지도록 검색에 검색을 이어갈 무렵. 마음이 끌리는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집과의 거리는 30분남짓, 사진 속 상담센터는 삭막하지 않고 따뜻한 분위기였고 내담자들의 후기도 괜찮았다.
망설일 새도 없이 곧바로 예약 버튼을 눌렀다. 낯선 선택이 두렵기도 했지만 그보다 간절한 마음이 더 컸으리라.
첫 상담 날이 가까워질수록 불안감과 기대감이 들쭉날쭉 곡선을 그렸다.
그렇게 예약한 날짜가 되었고 떨리는 마음으로 상담 센터로 향했다.
<oo심리상담센터> 문 앞에 붙어있는 귀여운 나무 간판을 보니 이상하게도 긴장이 풀어졌다.
조심스레 문을 열었고 조금 놀랐다. 사진으로 센터 사진을 봤지만 사진보다 더욱더 따뜻한 분위기와 포근한 공간,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클래식까지. 마치 작은 카페에 온 기분이었다.
안내받은 상담실로 들어가 첫 상담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어색하고 뻘쭘한 마음에 말을 고르느라 망설였지만 상담사 선생님은 무리하게 캐묻지 않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나는 차츰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결혼, 육아, 반복되는 무기력,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죽음에 관한 생각까지...
이야기를 하면서도 동시에 속으로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는 걸까?' 싶었지만 이미 마음이 하고 싶었던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내가 내뱉는 마음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되묻기도 했다.
그렇게 50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고 첫 상담을 마친 나의 감정은 '후련하다'였다.
친구나 가족에게는 털어놓기 애매한 이야기, 흠처럼 보일까 두려웠던 무거운 고백들을 마음 놓고 말할 수 있었고 상담실을 나서면서 무거운 마음의 돌 하나를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이후 진행한 심리검사 또한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힘든 건 잘못된 게 아닙니다. 기질 때문이에요.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성향이 있잖아요. 그게 조금 예민하게 작용한 거예요.”
선생님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늘 내가 약하고 주눅 들고 눈치 보는 성격이라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끝없이 나를 탓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틀린 게 아니라, 그냥 나의 기질과 환경이 맞물려 상처를 키웠던 거였다.
특히 상담을 통해 깨달은 건 ‘원가족과의 관계’였다. 부모님이 무심코 던진 말들, 통제하려던 태도, 때로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말투가 기질적으로 예민했던 나에겐 큰 흉터로 남아 있었고 그 흉터는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내 삶 곳곳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이어져 있었다.
마인드맵처럼 얽히고설킨 상처의 뿌리를 조금씩 따라가다 보니, 지금까지 내 마음을 잠식했던 수많은 자책이 사실은 나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물론 상담실에서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건 쉽지 않았다. 때때로 기억 속의 어린 내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다. 그렇게 몇 차례 상담을 이어가면서 나는 조금씩 상처받았던 그때의 나를 직면할 용기를 배워갔다. 낯설고 두렵기도 했지만, 그 두려움을 넘어서는 과정이 바로 미래의 나를 위한 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상담을 다녀오는 날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점이다. 속 깊은 이야기를 하고 나오면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속 응어리가 조금은 풀려나는 기분이었다. 상담이 내 삶의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진 않았지만, 적어도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조금씩 치유하고 있었다.
“내 삶을 되돌아보는 건 생각보다 아프고 단단해지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