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운 추억 한 장

by 엄면

결혼사진 액자를 오랜만에 꺼내 정리했다.

이사를 앞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집 안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고 그냥 그 자리에 오래 걸려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을 뿐이다.


벽에서 내려온 액자는 생각보다 무거웠고, 표면에는 손자국과 먼지가 겹겹이 남아 있었다.

한참을 닦고 나서야 사진 속 얼굴들이 또렷하게 보였다.


벌써 결혼한 지 10여 년.

두 자리 숫자가 되었다.

숫자로만 생각할 때는 실감이 나지 않던 시간이 사진 앞에 서니 갑자기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사진 속 우리는 지금보다 어리고 생기가 있었다.

얼굴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웃고는 있지만 어딘가 긴장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


그때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지금은 눈에 먼저 들어왔다.

머리 모양도, 옷의 디테일도, 배경도 모두 그 시절의 유행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꽤 촌스러웠다.

그 사실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졌다.

촌스러워졌다는 건,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니까.


그때의 나는 저 모습이 가장 괜찮다고 믿었고, 그 믿음에는 의심이 없었을 텐데, 지금의 나는 거리 두고 사진을 바라보았다.

같은 사람이지만, 같은 마음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사진 속 해맑은 나는 아직 앞으로의 시간을 잘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다.


먼지를 닦아낸 촌스러운 사진을 잠시 바라보다 생각했다.


사진이 촌스러워 보인다는 건 결국 내가 그 시간을 무사히 지나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유행이 지나갔고, 취향이 변했고,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졌다는 건 그만큼 나만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냈다는 뜻이다.


사진 속의 나는 멈춰 있지만, 나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 차이가 지금의 나를 조금 안심하게 만든다.


촌스러움은 늘 시간이 지나서야 보인다.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혹은 미래의 나에게 촌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선택들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그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사진 속의 나도 마찬가지다.

조금 과하고, 조금 어색하지만, 그 시절의 나의

선택은 옳았으니까.


정리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우리의 촌스러움까지 포함해서 남겨두기로 했다.

지나온 시간을 미화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결혼사진은 이제 더 이상 ‘예쁜 순간’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는 물건에 가깝다.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가끔은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촌스러운 것도 결국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렇게 조용히 내 삶 안에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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