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약의 위험성

자주 우울하고 가끔 즐겁습니다2

by 만자

받은 약은 자기 전에 먹는 약이었다. 잘 때는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초반에는 먹어도 가끔 울었지만, 조금씩 감정이 평평해졌다. 나는 정신질환이 잠깐 아프다가 지나가겠거니 했다.

우울한 기분이 줄어들고 약은 금세 떨어졌다. 다시 병원으로 가서 상담하고 약을 받아야 하는데, 정신과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그만 먹기로 했다.

하지만 며칠 후, 자다가 깼고, 잠이 오질 않아서 멀뚱히 눈 뜨고 앉아 있었다. 불면증이었다. 그게 정신과 단약의 부작용인 줄 몰랐다. 그때는 초겨울 차가운 날씨였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침이 밝아오는데도 흐린 날씨 탓에 어두웠고 안개 때문에 몽롱했다. 정신과 약의 효과가 희미하게 남아있는지 머리가 텅 비어 있었다.

걷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 편의점에 들러 아침으로 먹을 거 몇 개 샀다. 정신과 약은 먹다가 함부로 끊으면 안 된다. 부작용이 생긴다. 더 깊이 우울해지거나, 다음에 다시 정신과 약 먹을 때 효과가 느리게 나타난다고 한다. 나는 그것도 모른 채 다른 지인에게 정신과 약을 먹었다고 이야기했다. 며칠 후 다른 지인 G에게 연락이 왔다. G 또한 나와 같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큰 병원 정신과를 다니고 있었다. 다른 정신과 병원을 추천해 주었다. 같이 병원에 가주었고 카페로 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걱정이 많은 눈빛. 괜히 미안해졌다. 단약은 위험하다는 잔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병원이 한 번 바뀌었다. 그런데 또 잠이 잘 안 왔다. 이번에는 깨는 게 아니고 몸이 너무 근질거렸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 달리고 싶었다. 두 다리는 계속 움직이고 싶어서 아우성치고 나는 잠을 자야 했다. 며칠 후 병원으로 가서 이런 문제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약의 부작용이라고 말씀하시고 바꿔주셨다. 바뀐 약을 먹었을 때는 드디어 잘 수 있었다. 그렇게 약을 먹으며 운동으로 버텨보려고 헬스장을 다녀보았다. 하지만 오래 못 가고 안 갔다.

운동은 실패했지만 일기는 꾸준히 썼다. 이것도 오래 못 갈 거로 생각했지만 몇 년 동안 오래 썼다. 쓰기의 힘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날 있었던 일과 감정을 털어놓으니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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