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노래를 틀어달라는 아이
바이브의 “가을 타나 봐”였다.
이런 감성을 느낄 줄 알다니
어느새 훌쩍 커 버린 아이였다.
실은 내가 정말 좋아했던 노래
피는 못 속이나 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데
가면을 쓴 외로움은 여자도 느낀다.
봄이니 가을이니 그런 달콤함
더 이상 우아하지도 펼쳐지지도 않는다.
변성기를 맞이하지 않은
그러나 어른이고 싶은 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나 가을 타나 봐, 니가 그리워진 이 밤
워우워우~ 예~ 오우~ 예
자장가가 돼버린 듯한 노래
아이는 순식간에 새근새근 잠들었다.
웃음이 쏟아졌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깜깜한 밤 유리창에는
가을을 잊고 산 여자가 있었다.
적당히 가식적이면서 쓴맛을 감추려
그렇게 차가운 세상에 흔들리고 있었다.
느슨하게 묶여진 고무줄을 꽉 잡아멘다.
머리칼이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