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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레몬 Mar 27. 2024

과거에 사는 사람은 후회를, 미래에 사는 사람은 불안을

[지금, 여기에.. 현재에서 행복 찾기]

20대 후반의 청년 'P'는 직업교육훈련을 통해 만났다. 교육을 받고 취업까지 연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자격증도 있고, 말도 잘하는 'P'였는데 뚝뚝 끊긴, 자주 바뀐 이력이었다.

제일 긴 경력이 6개월 정도였다.

그 이유가 궁금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첫 번째 회사는 본인의 PC능력이 부족해서 민폐인 것 같아 그만뒀다. 퇴사 후 바로 자격증을 몇 개 땄다.

두 번째 회사는 먼 곳이라 출퇴근 시간이 길어 체력이 힘들었다.

세 번째 회사는 집에서 가까웠다. 그런데  사무실 분위기가 너무 딱딱했고 사람들과도 못 어울렸다.


'P'는 "운 좋게 다 괜찮은 회사였는데 너무 어렸고 준비도 덜되어 있었어요"라고 했다.

"계속 다니면서 자격증도 따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볼걸 너무 빨리 그만두었어요."라며

후회했다.


교육이 끝날 때쯤 'P'의 집과 가까운  제빵제조업체에서 회계팀 직원을 뽑고 있었다.


업체에 전화해 이것저것 물으니  'P'와도 잘 맞을 것 같았다.


 'P'에게 업체의 정보를 주고 필요한 서류를 같이 준비해 보자고 했다.


이틀 뒤에 얼굴이 벌게진  'P'가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그 기업에 대해서 잘 알아보시고 저에게 추천하신 거예요?" 'P'는 심각하게 말했다.

"너무 불안해서요"

'P'는 화와 불안이 뒤섞여있었다.


나는 차분하게  물었다.

"기업에 어떤 정보가 궁금하세요?" 

'P'는 나에게 프린트물을 내밀었다.

기업매출표였다.


"그 회사 재작년엔 25억 이상 매출이 있었지만 작년에 15억 겨우 달성했어요." 이틀 동안 인터넷으로 그 기업에 대해 조사한 것 같았다. 계속 씩씩되는  'P'는 따발총처럼 이야기를 이어갔다.


"회사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거길 취업해 봐요. 분명 나중에는 급여도 밀릴 거 아니에요? 결국 부도날 거고요. 그럼 저는 또 취업 자리를 알아보러 다녀야 하잖아요?  이런 불안한 곳을 절대 갈 수 없어요."


'P'는

불안해했다.


나는 수긍하는 듯 끄덕였다.

"그러네요. 선생님! 불안하셨겠어요. 그런데 선생님 설립 20년 넘는 회사가 직원을 충원한다는 건 매출이 있다는 거 아닐까요?  아직 서류도 안 내셨는데 생각을 너무 많이 하셨네요."

'P'는 확고하게 말했다.

 "미리미리 생각해야죠. 이런 불안하고 망해가고 있는 회사는 절대 못 가요." 

나는 안심시켜 드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곳은 서류 내지 말고 다른 곳으로 우리 다시 알아봐요."

 'P'는 표정이 밝아졌다. 자신이 일을 야무지게 처리했다고 생각했는지 뿌듯해하며 돌아갔다.


안타까웠다. 기업과의 사전 통화에서 들은 긍정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업체는 코로나 때 매출이 많이 떨어졌었는데 이번에 대형마트와  카페체인점 판로가 생기면서 바빠졌다. 그래서 직원을 더 뽑아야 했다. 고생하며 버텨낸  보람이 있고 기업이 커가는 중요한 시점이니 꼭 좋은 분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렇다고 이 말만 믿고 의지가 없는 'P'에게 억지로 서류를 내게 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여야 하고 타이밍이다.


기업을 위해서  'P'는 적합하지 않았다.

다른 분과 매칭했고 합격해 잘 다녔다. 그 기업은 매출이 두 배가까이 늘었다.

 'P'에게 몇 곳에 서류를 내보길 권했지만 매번 같은 식이였다.

불안 요소를 찾아 지원하지 않았으며 지원하지 않은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합리화했다.





기회란 녀석은  꼬리가 없어서  "네가 기회였구나!

뒤늦게 알아차리면 못 잡는다고 한다.

과거를 계속 생각하면

후회되는 포인트들이 몇 가지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 후회를 계속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



밤에 누워 나의 상황들을 곱씹어보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무실서 했던 일들은 맞는가?

아까 나는 왜 그 전화를 그렇게 응대했을까?

부장님이 그 서류를 지금 달라면 어쩌지?

사무실 서랍을 잘 잠그고 왔나?

등등

'저기 개똥이 보이네.
더러우니까 잘 피하자
그치만 똥은 미끄러우니까 밟으면
넘어지겠지?
그럼 내몸에 똥이 묻겠지?
더러운 똥이 묻으면 냄새나겠지?
냄새만 날까? 병에도 걸릴 수 있지!
그럼 나는 죽을 수도 있겠네.
저건 개똥이 아니라
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밤.

불안이  파국으로 채워버리는 시간이된다


생각 스톱!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일에 집중하자!

설거지, 옷정리,  이불정리,

내 옆에서 얘기하고 있는 이에게

마주 보고 웃자!


과거에 사는 사람은 후회를
미래에 사는 사람은 불안을
현재에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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