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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13. 2024

체육대회

2024.9.12 일기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다.


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이기에 삼십 분 더 일찍 집을 나섰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조금 떨어질 때만 해도 무더위에 축구를 하는 것보단 낫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정도면 취소가 될 수준이었다.


'괜히 허탕만 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운전을 하는데 차가 꽉 막혔다. 아홉 시가 넘어가면 길이 좀 뚫릴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그쳤다기보다는 아마 경기 남부와 북부의 날씨가 달랐던 듯하다. 국지성 호우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왕 간 거 열심히 뛰고 개운하게 돌아오고 싶었다.


도착을 했더니 매우 실망스러운 소식이 들렸다. 우천으로 인해 야외활동이 취소되고 탁구와 윷놀이로 종목이 변경되었다는 거였다. 선크림만 잔뜩 바르고 머리도 감지 않은 채로 달려왔는데 실망스러웠다.


점심을 먹고 행운권 추첨을 했다. 워낙 경품 운이 없어서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내 이름이 들렸다. 신이 나서 나갔더니 칫솔살균기를 받았다. 축구를 하지 못한 실망감을 상쇄시키기에는 부족한 경품이었다.


예정보다 일찍 끝이 나고 사람들과 카페에 갔다. 창고형 카페였는데 수목원 같이 실내를 꾸며놓아 멋스러운 공간이었다. 빵도 먹고 비싼 차도 마셨지만 아쉬움이 가시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같은 지역에 사는 분과 동승을 했다. 가끔 만나면 반갑게 인사는 나누었지만 따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는 분이었다.


가는 길은 좀 나으려나 했더니 별반 차이가 없었다. 거기에 길까지 잘못 들어 시간이 더 늘어났다. 김포공항을 지나는 길을 안내해서 갔다가 헷갈려서 한 바퀴를 더 돌기도 했다. 그렇게 또 한 참을 갔다.


긴 시간을 함께 있다 보니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서로의 정보와 근황을 묻다가 어느덧 깊은 고민들을 나누게 되었다. 같은 고민을 공유하기도 했고, 서로에게서 신선한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했다. 반가웠고,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이야기를 더 나누지 못함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마음 것 뛰지 못한 아쉬움이 상쇄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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