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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10. 2024

밤나무

2024.9.10 일기

밤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한 걸 보니 가을이 왔나 보다.


3년 전부터 낙엽이 떨어지는 게 낭만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밤나무 나뭇잎과 밤송이들이 문제였다. 깨끗이 쓸어놔도 다음 날이면 다시 쌓이곤 한다.


밤이 익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면 상황은 점점 심해진다. 단풍이 들어 떨어지고 열매가 익어 떨어지기도 했지만 새벽에 장대를 들고 와서 밤송이를 털어대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


밤나무는 산에 있으니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엄연히 마당에는 주인이 있었다. 마당 주인 행세를 하고 싶다기보다 결국 마당을 쓸어야 하는 건 나라는 게 속상했을 뿐이었다. 오가다가 주우러 오는 사람, 아예 계절만 되면 맘 잡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밤송이를 가져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열매만이 노려질 뿐이었다.


생각해 보니 세상만사가 그런 듯하다. 인류가 주인 없는 땅에서 주인 행세를 하며 살아온 게 언제부터였는지 까마득한데 주인도 없는 밤나무에 열매 좀 취하는 게 무엇이 대수일까 싶었다.


어차피 쓸어야 할 마당이라면 운동삼아 쓰는 것이 나에게 이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 가을도 건강에 신경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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