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11 일기
복지관 설거지 봉사에 다녀왔다.
한 달에 한 번 두 번째 수요일은 설거지를 하는 날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힘겹지는 않았었는데 날이 갈수록 사람이 많아지는지 손놀림이 무척이나 빨라졌다.
설거지는 4인 1조로 팀을 짜는 게 가장 안정적이다. 한 사람이 잔반을 처리해서 세제를 푼 물에 그릇을 담가주면 나는 수세미로 그릇을 닦고 대충 헹궈 깨끗한 물로 헹구는 사람에게 넘긴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은 식기세척기에서 나온 그릇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힘든 자리는 아무래도 수세미질을 하는 자리다. 나는 늘 이 자리를 맡았는데 제일 젊은 봉사자였기 때문에 그 자리가 마음이 가장 편했다.
허리를 숙였다가 다리를 벌렸다가 그릇을 들어서 설거지를 하기도 했다. 한 자세를 너무 오래 유지하다 보면 몸도 힘들도 몸이 힘들면 마음도 힘들어지기 때문이었다.
밀려오는 설거지 거리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한눈을 팔 새가 없다. 설거지 통에 그릇이 너무 많이 싸이면 설거지하는 게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그릇을 넘겨야 좋다. 그러다 보니 앞을 바라볼 여유도 없다. 누가 밥을 먹고 가는지 누가 인사를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나 소리만으로도 마음이 부요해짐을 느꼈다. "잘 먹었습니다.", "수고하십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반복되는 인사말이지만 반복해서 마음이 채워졌다.
그 사회가 얼마나 강퍅한지는 인사 소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사는 늘 하는 사람이 잘하는 법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인사를 잘했던 사람도 없을 것이고, 처음부터 인사를 안 했던 사람도 드물 것이다. 입이 열리는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입이 닫히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오랜 세월 겪어온 일과 사람들, 삶의 방식들이 쌓이고 쌓여 입을 막았을 것이다.
하루하루 보내는 시간이 마음을 닫게 만드는 과정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봉사의 자리를 넘어 일상의 자리에서도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와 같은 인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