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출발하면 좀 수월하게 올라갈 줄 알았다.
내비게이션은 계속 어두운 길을 선택했다. 고속도로가 막히다 보니 국도로 안내를 했기 때문이었다. 국도는 막히지 않아 수월해 보이지만 본래 피곤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길이다. 구부러진 길도 많고, 동네 길도 많았다.
그나마 한산하던 국도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막히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출발한 차들이 결국 한 길을 지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섰다 갔다를 반복하는 데 뒤에 쌍나이트를 켠 차가 따라붙었다. 비상깜빡이를 켜보고 창문을 내려 손짓을 해봤지만 알아듣지를 못한다. 눈은 점점 피로해 오고 잠시 내려서 이야기를 할까 싶으면 앞차가 저 멀리 가고 있다. 그렇게 몇 번을 고민하는 사이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일찌감치 차선을 바꿨는데 왠지 앞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참을 가서 다리를 만났을 때 본격적으로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네비게이셨은 샛길로 빠졌다가 들어가면 이십 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유혹을 했다. 답답한 마음에 좌회전을 해서 좁은 길을 달렸다. 역시 나만 유혹에 빠진 게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은 길에 가득 서있는 차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라리 그냥 큰길로 갔으면 나았을까?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에 이게 최선이었을 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합류구간에선 한차 한차 번갈아가면서 가는 게 좋은 방법인 듯하나 다들 여유가 없는가 보다. 기어이 치열한 다툼을 하고 나서야 빠져나갈 수가 있었다. 얼마 안 가 또 한 번 합류를 기다리는 차들을 만났다. 운전이 미숙했는지 여유가 있었는지 앞머리를 집어넣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본 것만 네 대의 차가 지나갔다. 나도 마음이 유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멈춰서 기다렸다. 예전에 <타이어 아끼기>라는 글을 쓴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마음은 늘 이렇다 저렇다 한다. 정체가 심해지면 좀 더 왔다 갔다 하는 듯하다. 조금 오래 걸리고 서툴더라도 길을 잃지는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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