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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22. 2024

시 쓰기

2024.9.20 일기

저녁에 시를 쓰러 갔다. 


김은지 시인과 함께 하는 '일상이 시가 되는 쓰기 경험하기'라는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금요일 늦은 저녁 비가 왔음에도 열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나이도 성별도 지역도 다양했다.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커서 시를 배우러 간 건 아니었다. 그저 글을 더 매력적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었다. 시인들은 평범한 말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어 보였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후 첫 번째 미션을 받았다. 어제의 일상을 삼십 문장으로 표현해 보았다. '눈을 떴다.', '세수를 했다.'와 같은 간단한 문장을 쓰다가 '외부에서 손님들이 오신다는 사실을 아침이 돼서야 알게 되었다.'와 같은 긴 문장을 쓰기도 했다. 그날의 하루를 곱씹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를 보다 선명히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다음 과제는 '반복해서 생각나는 한 문장 고르기'였다. 나는 "니글거림을 해소해야겠다."라는 문장을 골랐다. 어제의 하루를 곱씹는 과정에서 닭가슴살을 먹고 니글거렸던 속이 계속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꽤나 멋진 문장들을 골랐다. 어느 시의 한 문장을 택한 이도 있었고, 소설 속 한 문장을 택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상황이 예측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배우기 시작한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다. 진화에 관한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던 문장이라고 했다.


마지막 과제는 곱씹었던 어제의 일상에 선택한 한 문장을 집어넣어 시를 쓰는 것이었다. 성동혁 시인의 '나 너희 옆집 살아'라는 시와 같이 비슷한 문장이 중간중간 반복되게 시를 써보는 거였다. 평범한 하루를 그토록 풍성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모두 시 쓰기 수업 덕분이었다. 


어제도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고, 오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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