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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6시간전

밸런스 게임

2024.9.30 일기

글쓰기 수업 중에 밸런스 게임을 했다. 여름과 겨울에 관한 흔한 주제였다.


나는 겨울을 선택했다. 차드의 여름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되기 때문이었다. 섭씨 오십 도를 육박하는 더위가 지속되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뜨거워진다. 습하지 않으면 좀 낫다는 말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만약 그런 더위가 몇 달이 아닌 몇 년이 지속된다면 무기력 상태로 살아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겨울이라면 대응이 가능할 것 같았다. 남극의 추위를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단열이 잘 되는 튼튼한 집에 따뜻한 옷과 이불, 뜨거운 불이 있다면 그런대로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수업의 누군가는 여름을 택했다고 했다. 태양 빛을 자주 받지 못하면 우울해질 수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일면 동의가 되는 말이었다. 


여름을 기피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지옥철을 견디기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도 있었다. 불쾌지수가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사람들과 밀착되어, 갖가지 냄새를 맡으며 오랜 시간을 버틴다는 건 매우 힘겨운 일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더위는 서로 거리를 두게 만들지만 추위는 서로를 가까워지게 만든다는 생각이었다. 요즘 사람들이 관계를 최소화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지구 온난화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혹은 경쟁사회 속 뜨거운 열기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표현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있음이 불쾌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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