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꿈의 글 '열나흘'
기분 좋아지는 마법
현꿈
문득 생각나
나도 모르게
피식
어쩔 땐
실소
어쩔 땐
박장대소
“하하호호”
“꺄르르르”
“푸하하하”
웃는 소리 다 다르지만
귓가에 맴도는 소리
웃음꽃 피는 소리
나는 개그맨 아닌데
웃기고 싶어요
웃는 소리 좋아서
웃는 얼굴 보고파서
코로나 전염 대신
다 같이 웃음 전염
너도? 나도!
기분 좋은 웃음
기분 좋아지는 마법
주문을 외워보자
“푸하하하”
자 여기 보세요, 찰칵
현꿈
웃어볼까요?
“치~~~즈”
“김~~~치”
어랏 어색하네
야 표정 이상해
그렇게 웃지 말라고
왜 그래 웃기지 마
이때다
찐 웃음
‘찰칵’
안 웃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툭 터져 나와 버렸다
근데 기분 나쁘지 않네
웃음
여러분은 어떨 때 웃나요? 어떨 때 웃기나요? 활짝 웃었던 그날 그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오늘의 시 주제는 ‘웃음’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잘 웃는다. 참 많이 웃는다. 그래서 ‘웃음’ 하면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았나 보다. ‘웃음’ 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였다.
이렇게나 다양한 웃음
아이들에게 보여줄 나의 시를 쓰며 가장 궁금했던 건 웃을 때의 소리였다. 떠오르는 소리들로는 ‘하하호호’, ‘꺄르르르’, ‘푸하하하’ 정도였다. 나는 웃을 때 어떤 소리가 나나 궁금해서 작게 웃어도 보고 크게 웃어도 보았다.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마법 주문 같은 웃음소리에 대해 하나, 찰칵 사진 찍을 때의 웃음에 대해 하나 늦은 밤까지 고민하다 두 개의 시를 쓰곤 내일 아이들에게 곧장 물어봐야겠다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에게 시를 소개하며 “얘들아, 너희의 웃음소리는 어때~? 어떤 웃음소리가 있을까?”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동시에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들. 우리 반 웃음소리는 참 다양했다. ‘히히히히’, ‘피식피식’, ‘헤헤헤헿’, ‘음하하하’, ‘무야호’까지. 웃을 때 나는 소리, 웃음을 나타내는 소리가 많았다. 웃는 소리는 다 다르지만 귓가에 계속 맴도는 것만 같았다. 웃음꽃이 여기저기 피어나는 듯 아름다웠다.
선물 같은 너의 웃음
웃으면 복이 와요. 웃으면 행복해요. 우리에겐 웃음과 관련된 말들이 너무나 많다. 그만큼 웃음이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효과를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웃으면 좋다. 웃는 얼굴 보는 것도 좋다. 내가 웃는 것도 좋지만 남이 웃는 것을 보는 것도 좋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웃는 사람을 보고 기분 나빠할 사람 잘 있을까? 무뚝뚝하게 굳은 경직된 표정보단 활짝 웃는 또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표정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아이들도 웃음을 선물처럼 반기고 좋아했다.
웃는 하루
오늘을 즐겨 웃으며
학교를 가요
학교에서 아무 일 없어도
싱글벙글
나는 웃어요
학교에서 재밌고
웃긴 걸 하면 박장대소
히히히히
꺄르르르르르
나는 웃어요
또 학교 끝나면
학원가지만
그래도 웃어요
매일 웃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그럼 오늘 하루
한 번 웃어 봐요
웃음이 가득한 날
아침에 일어나
밥 먹다
웃음 한 번
학교 가다 넘어져
머쓱한
웃음 한 번
학교에 도착해
친구들 얼굴 보니
재밌는 웃음 한 번
오늘은 화요일
체육 있는 날
자지러지는 웃음 한 번
웃음이 가득한
날인가 보다.
특별한 일 없어도 웃고, 일상이 바빠 힘들어도 웃는단다. 매일 웃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믿음까지 밝게 웃을 줄 아는 건강한 아이였다. 두 번째 시를 쓴 아이는 머쓱한 웃음, 재밌는 웃음, 자지러지는 웃음 등 다양한 웃음을 표현했다. 상황은 달라도 웃음 가득한 날들이라 좋다.
‘그럼 오늘 하루 한 번 웃어 봐요’라는 마지막 연처럼 나도 오늘 하루 웃어봐야겠다.
오늘도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을 부려보자.
“푸하하하”
활짝 웃어보자. 그보다 예쁜 얼굴은 없으니.
웃음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지긋지긋하다. 이젠 ‘코’ 자만 들어도 ‘아직까지? 도대체 언제까지...’라는 생각부터 든다. 전염성 강한 이 바이러스 말고 웃음 바이러스는 어떤가? 좋다. 지치고 힘 빠져도 웃는 순간에는 잠시 잊는다. 오늘 하루 웃을 일 없었어도 웃으면서 힘을 낸다. 웃음은 체내 면역세포 수를 늘려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자주 웃으면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한다. 웃는 것 자체가 기분을 좋게 만들고 진통 효과가 있는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방출을 촉진한단다. 평소 잘 웃고, 미소를 잘 짓는 사람은 좋은 인상을 만들어준다고 하는 데 인상까지 좋게 바꿔 주는 게 바로 웃음이다. 이렇게 좋은데 웃음은 전염성도 있다. 윌리엄 프라이 스탠퍼드 의대 교수는 “웃음은 전염된다. 웃음은 감염된다. 이 두 가지는 당신의 건강에 이롭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웃는 사람 보면 따라서 웃게 되고 기분 좋아지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거다. 웃음의 긍정적인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웃는 사람은 보기 좋고 마음이 간다. 그새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웃음 바이러스는 퍼지면 퍼질수록 좋다. 웃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퍼트려야겠다. 배꼽 잡고 깔깔 웃다 배 아파도, 너무 웃어 갈비뼈 아파도 그렇게 크게 한바탕 웃자. 뒤집어지게 웃어보자.
내가 웃을 때
우리 반 친구들은 가끔 나를 웃겨줄 때가 있습니다.
술래잡기할 때.
퀴즈 놀이할 때.
그럴 땐, 아무도 모르게 크게 함박웃음 짓곤 합니다.
웃음 지어 보았더니,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햇빛이 더 찬란하게 보입니다.
아이들이 더 재밌어 보입니다.
좀 더 세상이, 내가, 따뜻해 보입니다.
웃음 한번 지어보았더니, 더 행복해졌습니다.
이 아이는 자기가 얼마나 자주 예쁜 웃음을 짓는지 모르나 보다. 아무도 모르게 크게 함박웃음이라 했지만 나는 자주 보았다. 이 아이의 함박웃음을. 앞으로는 모두 다 보이게 대놓고 함박웃음을 짓도록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이고 햇빛이 더 찬란하게 보이고 세상과 자신이 따뜻해 보일 수 있도록.
이 아이가 어떨 때 웃는지, 행복한지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깐.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이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도 있었다. 사람처럼 표정이 다양하지 않지만, 강아지도 웃을 수 있다고 한다. 개는 표정이 아닌 소리로 웃는다고 하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입꼬리가 올라가 있고 ‘헥헥’ 거리는 숨소리를 낸다면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아이의 시처럼 모두가 웃을 수 있기에 웃음이 바로 옆에 있는 듯하다. 우리가 잊지만 않는다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웃음이다.
모두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씩 세상 다 가진 듯한 환한 미소도 지어보면 좋겠다.
웃음은 웃음을 부르고 행복을 부르니깐.
자 여기 보세요, 찰칵
어떨 때 웃나 생각하니 당연 웃길 때 웃고 행복해서 웃고 좋은 순간 웃지만 빼놓을 수 없는 웃는 시간이 있다. 억지로라도 웃게 되는 순간. 바로 포토타임이다. 사진 찍을 땐 역시 웃어야지.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같이 약속이나 한 듯 웃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곤 사진을 찍는데, 이때 항상 다 같이 외치는 말이 있다.
‘치~~~즈’
보통 사진을 찍을 때 이렇게 외치곤 한다.
근데 이거 왜 하는 걸까?
짐작하듯이 사진에 찍힐 때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기 위해서다. ‘치~~~즈’라고 발음하면 저절로 입 가장자리가 벌어지면서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편안하게 웃는 표정을 만들 수 있다.
다른 단어는 없을까?
사실 모음이 ‘ㅣ’로 끝나는 단어는 모두 입을 옆으로 활짝 벌리기 때문에 사진 찍을 때 외치면 똑같은 효과가 있다.
‘김~~~치’, ‘와이키키~~~’, ‘얼레리꼴레리~~~’, ‘개구리 뒷다리~~~’, ‘위스키~~~’
환한 웃음과 함께라면 인생 사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안 웃으려고 했는데 앞에서 웃기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다. 나도 모르게 툭 터져 나와버려 이때다 싶어 예쁜 진짜 웃음, 찐 웃음이 찍혔다. 안 웃으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웃었지만, 이거 기분 나쁘지 않다. 사진 속 웃는 얼굴 보는 거 기분 좋다. 내가 봐도 예쁠 거다.
사진
사진을 찍을 땐
웃는다
그렇게
사진을 몇백 장
쌓다 보면
몇백 기가가 넘어서
핸드폰이 터진다
이렇게 사진 찍다 보면 웃고 몇백 장씩 찍게 되고 쌓이면 핸드폰이 터진다고 표현했다. 웃는 얼굴이 예뻐서 많이 찍었나 보다. 있을 법한 일을 귀엽게 표현한 시였다.
웃으면 어때요?
아이들의 시에는 웃음에 대한 예쁜 표현들이 참 많았다.
‘웃음꽃 활짝 피던 날 나는 더 행복한 미소를 짓네’
‘웃음, 내가 행복할 때 찾아와 주어 고마워. 내가 슬플 때 찾아와 주어 고마워. 나를 매일 행복하게 해 주어서 고마워.’
‘친구와 놀 때 넘어지면 왠지 그냥 푸하하 웃게 되고 가족과 놀고 떠들다 보면 또 푸하하 꺄르르르 웃게 된다. 마치 내 입에 웃음이 나는 마법이 걸린 것 같다. 웃음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가 없다. 웃음을 참으면 풉,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내가 웃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나는 매일 웃어요. 나는 매일 웃지만 나한테 더 큰 웃음과 행복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웃어서 행복하고 웃음을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이다. 매일 웃으면서도 더 큰 웃음과 행복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걸 보니 더 웃고 싶은가 보다.
‘우리 반은 개그맨도 아닌데 사람들을 웃기게 해 한 명이 웃으면 여럿이 같이 웃는다. 우리 반은 웃음이 많은 반이다.’
맞다. 우리 반 참 많이 웃는다. 웃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웃는다. 마스크 속에서 웃었는데 한 번은 이렇게 말하는 거다. “선생님, 매일 웃는다. 봐, 지금 또 웃는다.” 나의 마스크 속의 웃음을 다 봤구나. 내 웃음을 들켰다. 들켰지만 좋았다. 내가 많이 웃는다니 나도 행복한 순간이 많은 사람이었나 보다.
웃음이 일상에 스며들기를
어른이 될수록 웃음이 부족해지는 것만 같다. 당장 아이들만 보아도 어른과는 달리 많이 웃고 또 웃는다. 왜 웃음이 점차 사라지는 걸까? 일이 고되니,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워서? 80년을 산다면 웃는 시간은 고작 20일뿐이라고 한다. 일하는 시간은 25년, 화내는 시간은 5년이라던데... 요즘 사람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화내지 않을까? 그렇게 한평생 소처럼 일만 하고 화낼 일은 많고 힘들게 살다 20일만큼만 웃었다니 삶이 너무 쓸쓸하다. 아이고... 씁쓸하다. 우리 반 아이들은 훌쩍 커버려도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웃음이 일상에 스며들어 절로 웃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작지만 큰 내 바람이다.
아직은 글쓰기가 낯설고 어렵지만,
이런 글 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
*사진 출처: 이순구 화백의 ‘웃는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