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꿈의 글 '스무이레'
거북이 등딱지
현꿈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고
학교 갔다
학원으로
거북이 등딱지처럼
달팽이 껍데기처럼
몸집보다 큰 가방
등에 짊어지곤
어쩜 내 집도 아닌데
잊지 않고
꼭 메고선
쫄래쫄래 바쁘게
왔다 갔다 말고
뛰어야 하는데
숨이 턱 끝까지 차더라도
뛰어야 하는데
그렇게 행복할 텐데
오늘은 자유주제입니다. 내가 원하는 주제로 시를 써봅시다.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써도 좋습니다. 지금껏 아침 시를 쓰며 써보고 싶었던 주제로 써보는 건 어떨까요? 자유롭게 마음 닿는 대로 생각 닿는 대로 써봅시다.
‘MZ 세대, 잼민이, 급식체, 디지털 네이티브, 1인 방송과 크리에이터, 글보다 이미지와 동영상을 선호하는 유튜브 세대’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시대가 바뀌었다. 세대가 바뀌었다. 요즘 뭐만 하면 MZ 세대 이야기가 나온다. MZ 세대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일까? MZ 세대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이런 MZ 세대에 대한 열기도 α 세대로 옮겨가지 않을까? MZ 세대에 대해서는 귀가 닳도록 들어서일까? 나는 이제 α 세대가 궁금하다. 2010년 이후에 출생한 아이들은 알파 세대라고 불린다고 한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요즘 어린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관심사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이번 시는 정해진 주제 없이 자유롭게 써보았다. 지금까지 많은 시를 써오며 시 쓰는 것이 조금은 익숙해졌을까? 쓰고 싶은 주제가 있다며 원하는 주제로 쓰자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자유주제로 써볼 때가 되었다.
거북이 등딱지
학교, 학원, 집의 굴레에 갇힌 아이들을 표현해 보았다. 학교 갔다 학원 갔다 또 학원 갔다 밤늦게 집에 돌아온다. 반복이다. 나를 소개하는 시를 쓸 때 학교, 학원 다니는 삶을 표현한 아이가 있었다. 자신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갔다 학원으로 곧장 가는 정해진 일상이었다. 나에 대해 생각나는 게 바쁜 일상이라는 게 슬펐다. 아이들의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이 어쩐지 안타까웠다. 초등학생 이 나이 때는 마음껏 뛰어놀며 친구를 사귀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말이다. 이 좋은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있다.
내 생각
나는 생각해요.
오늘 무슨 일이 있을까
항상 똑같았던 하루로 지나갈까
아니면 오늘만 다를까
오늘 내일 다 다른 하루인데
매일 나는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감정을 느낄까
구름처럼 두둥실
떠서 조금은
쉬고 싶어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나무처럼 가만히
고요한 삶을 살고 싶어요.
나는 구름과 같은
사람이 될 거고
나는 나무처럼
가만히 고요하게 있을 거예요.
왜 내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왜 내가 같은 생각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나는 오늘도 생각해요.
무슨 생각해?
파란 하늘 그 아래 우뚝 선 나무를 그렸다. 구름처럼 두둥실 떠서 조금은 쉬고 싶다 했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나무처럼 가만히 고요한 삶을 산다니. 이 아이처럼 이 시도 평온하다. 오늘 무슨 일이 있을까? 항상 똑같은 하루로 지나갈까? 아니면 오늘만 다를까? 이렇게 매일 궁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설레겠다. 반복되는 하루라도 하루하루가 특별하면 좋겠다. 다음날을 기대하며 잠이 들고 아침 눈을 뜨면 오늘 무슨 일이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거다. 피곤한 아침 대신 기분 좋은 아침이겠다.
오늘 내일 다 다른 하루인데 매일 나는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감정을 느낄까? 같은 생각도 같은 감정도 아닐 것 같다. 이 아이는 매일 몸도 생각도 자라고 있다. 경험하며 생각이 깊어지고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구름처럼 두둥실 떠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별을 좋아하는 아이다. 별에 대한 시를 정성스레 썼었다. 낮 하늘도 자주 올려다보았을까? 달콤한 솜사탕 같고 푹신한 이불 같은 구름에 나도 누워보고 싶다. 보드라운 구름에 내 얼굴 묻고 싶다. 그렇게 구름 따라 두둥실 하늘을 헤엄치고 싶다. 나무처럼 가만히 고요하게 있고 싶다는 걸 보면 굳세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보다. 내 감정, 생각을 조금은 알 것 같다며 오늘도 생각한다는 아이다.
자유롭게 시를 써
자유주제로 시를 쓰니 다들 평소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시를 썼다. 표정이 더 밝았다. 다음에는 이 주제로 쓰면 안 돼요? 또 쓰고 싶은 주제로 쓰면 안 돼요? 묻더니 한껏 들뜬 표정으로 제일 열심히 쓰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쓰길 내심 기다린 아이를 위해, 주제부터 내가 정하는 나만의 시 짓기가 꼭 필요하다 생각해 자유롭게 써보았다.
‘겨울 같은 가을날’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놀라며 지구 온난화 문제를 짚었다. 요즘 사람들이 쓰레기 분리배출을 안 하고 무단투기와 같이 지구에 해로운 일들을 해서 지구가 나빠지고 있단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지구를 지킵시다!”라는 당찬 희망까지 더했다. 부쩍 겨울이 빨리 찾아옴을 느낀다. 가을은 잠깐이고 겨울이 한걸음에 달려온 기분이다. 이 아이도 그랬나 보다. 학교 가는 길 추위에서 지구 온난화라는 환경문제를 떠올린 아이다. 이 아이의 시처럼 우리 모두 지구를 지켜야 할 때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학교 갈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등이 가볍다. 아 맞다. 가방! 다시 집에 가서 가방 메고 학교에 간다. 가방 메는 걸 깜빡하다니. 가벼워진 등을 빨리 깨달아 다행이다. 어떨 땐 무거운 짐으로 여겨지지만 어떨 땐 꼭 필요한 게 가방이다. 없으면 허전한.
오늘은 자유주제 뭘 할까?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아 생각이 안 나. 아! 생각난다. 시 주제로 하자. 제목을. 자유주제가 더 어려웠나 보다. 제목은 ‘시 주제’다. 무슨 주제로 쓸지 고민하다 그 고민을 시로 썼다. 오늘은 뭐하지? 진짜 오늘 뭐 해? 그래서 생각한 주제가 “자유주제.” 그래서 뭐 할지 아직도 생각 중이라는 시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자유로움은 좋다. 아이들 자체가 자유로우니. 아이들과 퍽 어울리는 말이다. 자유는 좋지만, 가끔 더 어렵기도 하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흰 백지를 내가 다 채운다면 그만큼 내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 아닐까?
사람의 이름은 참 많다. 나에게도 정말 많은 이름이 있다. 근데 조금 이상한 이름도 있고 아주 예쁜 이름도 있다. 근데 그런 이름을 들어서 나는 행복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기분이 나쁘다. 그럼 어떻게 해요? 글쎄. 별명이 마음에 들 수도 있고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기분이 나쁘다면 그 별명으로 부르지 않는 게 좋겠는걸? 그 사람이 원하는 별명이 있을까? 한번 물어보자. 그리고 멋진 이름도 있으니.
아침 시간에 왜 시를 써야 할까? 하는 시를 썼다. 1번. 심심하니까. 2번.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3번. 공부하려고. 정답은 없단다. 글쎄 왜 시를 써야 할까? 시를 쓰면 뭐가 좋을까? 정답은 없는걸. 시를 쓰면 좋지만 시를 안 써도 우리는 괜찮으니까. 마음을 표현해 보면 하는 바람에 시작해 벌써 우리 많은 시를 썼구나. 이 아이는 항상 멋진 시를 완성한 아이다. 독특한 시각과 재치가 녹은 시들이었다. 이제 우리 '나만의 시 짓기'를 마무리할 때가 왔을까? 종업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도 뜻깊게 보내고 싶은데 아침 활동으로 무엇을 해보면 좋을까? 아이들에게도 물어봐야겠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이 아이의 시를 읽고 있으니 아이들이 보노보노 같다. 친구들과 오늘 하루도 신기하고 이상한 우리 숲속을 탐험한다. "앗! 신기한 돌멩이를 또 하나 발견했어요!" 저녁이 되면 아름다운 바다로 돌아가 아빠 품에 안겨요. 나는 이상하지만 귀엽고, 엉뚱하지만 철학적인 아기 해달 보노보노예요. 이상하지만 귀엽고, 엉뚱하지만 철학적이다. 아이들도 그렇다. 독특하고 엉뚱하다. 귀엽고 가끔 대단한 생각을 한다.
겨울
펄펄 내리는 눈이
설탕 같다.
눈이 엄청 쌓여있는 길은
밟아야 국룰이다.
어? 근데
그 길을 아직
아~무도 밟지 않았다.
헐 내가 첫 번째!
막 돌아다닌다.
뽀드득뽀드득
감자전분 같다.
매일매일 밟고 싶다.
겨울이라는 제목의 이 시를 읽고 있으니 나도 눈길을 밟고 싶다. 펄펄 내리는 눈이 설탕 같다. 쌓인 눈을 밟으면 뽀드득뽀드득 감자전분 같다. 기가 막힌 비유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길을 밟아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건 다 똑같나 보다. 매일매일 뽀드득뽀드득 기분 좋아지는 이 소리 들으며 새하얀 눈길을 밟고 싶다.
친구와 어떻게 노는지, 가을은 어떤 계절인지, 와그작와그작 쿠키가 얼마나 맛있는지, 자유롭게 하면 어떤지, 나는 무엇이 재밌는지, 무엇이 날 기분 좋게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썼다. 학교는 있지만 없어지는 것이 좋다더니 그렇다고 학교를 안 가면 가고 싶단다. 아이러니하다. 친구의 장난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위로받아 좋아졌단다. 다행이다. 오늘도 많은 시가 생겨났다. 동생과 매일 웃음 참기 같은 하루를 보내는구나. 쿠키가 집에 산덩이처럼 있으면 행복할 것 같구나.
아이들의 요즘 생각과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선생님한테 내 속마음을 말한다? 이게 더 어려울 것 같은데. 말하기 어려운 것도 글로 쓰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시로 쓰면 또 다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꾸밈없는 순수한 마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시로 아이들의 속마음을 조금씩 훔쳐보며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느낀다.
어린이
아이들이 자신을 ‘잼민이’라고 부른다. 초등학생을 ‘초딩’이라 부르던 날은 지났다. 이제는 ‘잼민이’라고 한다는데 ‘잼민이’에 대해 쓴 아이가 있다. 초등학생을 뜻하는 단어였지만 점차 좋은 뜻으로 불리는 표현은 아닌 것 같은데 ‘잼민이’로 어떤 시를 썼을까? 어른들은 ‘잼민이’ 때가 좋다고 하지만 나 같은 ‘잼민이’도 하루가 아주 바쁘단다. 아침에 준비하고 학교 가고 학교 끝나면 학원 가고 학원 끝나면 또 학원 가고. ‘잼민이’의 삶은 아주 바쁘다. 학교 끝나고도 예약된 곳이 많다. 학교 갔다 학원 가랴.
하루하루가 신나는 날이어야 하는데 바빠 그럴 여유가 없겠는걸. 그래도 아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나는 지나가며 마주치는 아이들을 볼 때, 우리 반 아이들을 볼 때 이 말을 늘 되뇐다. ‘아이라 좋겠다.’ 책임지지 않아도 돼서, 틀려도 돼서, 마음을 바꿔도 돼서, 실수해도 돼서, 일하지 않아도 돼서, 제쳐둬도 돼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큰일 나지 않아서 좋겠다. 엄마 아빠의 그늘에서 편히 쉴 수 있어서, 그 안이 너무나 든든하다는 걸 알기에 더 부럽다.
올해가 어린이날 100주년이었다. ‘어린이’는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이다. 어린아이를 높여 부르는 말인 ‘어린이’는 어린 사람도 어른처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의미로 부르기 시작한 말이라고 한다. ‘어린이’가 보호와 돌봄을 받으며 대우받고 또 대우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명언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을 대하는 나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어린이는 결코 부모의 물건이 되려고 생겨나온 것도 아니고 어느 기성 사회의 주문품이 되려고 나온 것도 아닙니다. 그네는 훌륭한 한 사람으로 태어나오는 것이고 저는 저대로 독특한 사람이 되어갈 것입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의 뜻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어린이의 얼굴을 보라. 이 세상의 평화라는 평화는 모두 그 얼굴에서 우러나는 듯 고요하고 평화롭다.”
“어린이는 아래의 세 가지 세상에서 온갖 것을 미화시킨다. 이야기 세상, 노래 세상, 그림 세상.”
- 소파 방정환 -
음,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고요와 평화보다는 천진난만함과 개구쟁이가 보이긴 한다. 어린이가 온갖 것을 미화시킨다는 것은 적극 공감한다. 말을 안 듣고 심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서로 싸우고 야단법석인 아이들이지만 아이들 웃음 한 번에 다 녹아내리니.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화도 못 내겠고 쓴소리도 못 하겠다. 어린이의 순수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여야지 싶다. 아직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어렵다. 지금 나의 가장 큰 문제인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노하우가 생기겠지? 마지막 순간까지 “이 나라 어린이를 위하여 좀 더 힘쓰지 못하고 가니 미안하다. 어린이를 두고 가니 잘 부탁하오.”라는 유언을 남기신 소파 방정환 선생님께서 어린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했는지 그 마음이 보인다. 방정환 선생님께서 그러하셨듯 ‘어린이’의 인권을 존중하며 ‘어린이’라는 존재를 위해야겠다. 우리 반 아이들도 세상 모든 어린이도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한 번뿐인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한 편의 예능을 보는 것 같다. 그 안에서 많은 일들이 있다. 재밌다. 스펙터클하다. 좌충우돌 성장기를 지켜보고 있으니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이제 곧 이 모습도 보지 못하겠지? 내년에 다음 학년으로 잘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아직도 아기 같은데. 아직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올해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한 번뿐인 인생, 한 번뿐인 지금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고 후회 없이 즐거운 한 해였다 추억할 수 있길.
아직은 글쓰기가 낯설고 어렵지만,
이런 글 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