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의 시간을 뒤로 아픔을 겪어내고 배운 시간
아이가 생긴지 벌써 오년이 더 지났다. 그래서 이제는 내 마음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핸드폰의 사진첩은 자꾸만 과거사진을 띄워주며 예전 사진을 회상케 한다.
몇년전 까지만해도 갓 출산한 나의 모습을 보기 싫었다. 그래서 자꾸 핸드폰에서 예전 과거를 회상해준다 한들 아이사진만 보며 '예쁘다', '너무 귀엽다', '언제 이렇게 컸지~'란 생각만 하고 그외는 일부러 안보려고 했다. 마음이 아팠다. 그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내 인생을 흔들정도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일단, 난 임신기간의 입덧이 거의 6달 이상은 갔었고 그 와중에 멘탈도 같이 날라갔다. 그 기간에 저혈압에 눈앞이 깜깜해서 식은땀을 흘린적도, 침대에 앉아 제발 입덫좀 그만 해달라고 기도한적도(살려달라고) 있었다. 그 어느 냄새도 미치도록 입덫을 유발해서 코막고 입으로만 숨쉬기도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TV에 나오는 음식조차도 입덫이 유발되었다. 이정도면 먹는것도 생각하는것도 정상이 아니기에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단지 배속에서 꾸물거리는 소중한 아기의 움직임에 기쁘고 위안이 되었을뿐이었다.
드디어 출산.
다들 '아기 낳기 전을 즐겨라'라고 하지만 난 '일단 낳고보자' 였다. 왜냐? 난 절대 즐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기를 가진 임산부로서 누릴수 있는게, 아니 누린다는 말조차 사치일 정도로 일상생활이 힘들었기 없었기에 일단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내 위장은 돌아오겠지 싶었다.
출산 당일, 예정일에 딱 맞춰 매우 건강하게 아이를 낳았고 출산시간이 그리 길지 않게, 어렵지 않게 낳았다.
그리고 산후조리원에서의 달콤하기도 쓰기도 한 시간을 보내고 홀로 육아에 입성하였는데....
사정없이 울어대는 아이와 나, 단둘의 시간.
쌩초보 엄마의 긴장감과 그걸 모르는듯 쉴새없이 울어대는 아이.
쌩초보 답게 쉬는 시간 없이 아이를 살피며 놀아주며 입혀주며 갈아주며 먹여주며 달래주며 하다보니 나를 챙기지 못했다. (지금생각하면 내가 너무 초긴장했던것 같다. 아이만 바라보고있었으니..그만큼 아이는 예민한 아이였다.) 모든걸 울음으로 표현하는 아이와 '100일의 기적'을 향해 달려가다 나에게도 불안증, 공황장애와 같은 증상이 발생했다. 그 증상으로 한번은 응급실을 다녀왔고, 그 이후론 혼자 있으면 불안에 떠는 바보같은 사람이 되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결국 정신건강과 약을 먹으며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그 시간을 이겨내는 '혼자만의 발버둥'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시간에는 서러움과 무서움이 동반되었다. 사실 나에게 그 약은 멍하게 만들뿐 증상이 쉽사리 호전되지 않았기때문에 혼자만의 노력이 부단히 필요했다. 그 기간 동안 겉으론 정상인, 보이지 않는 아픔으로 그저 약하게만 행동하는 사람취급을 받기도했다. 선진국에선 'invisible illness' 라고 병을 의미있게 생각해주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붕대로 칭칭감아야만 알아주는 나라라 조금은 서러웠다.
난 죽기아님 살기로 그 시간을 견뎌낸것 같다. 약으로만은 쉽게 호전되지 않아 난 나를 시험하며 열심히 '괜찮다, 괜찮다. 어제도 잘 견뎟고, 오늘도 잘할수 있다.' 라는 생각을 많이 되뇌이며 그렇게 그 후 1년뒤에도 그 1년 뒤에도 노력했고, 결국 어제보다 나아짐을 느끼며 서서히 희망을 갖게 되었다.
아이를 갖는건 너무나 큰 축복이다.
하지만 나와 같이 그 시간을 축복으로 여기지 못했던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난 이 긴 터널의 시간동안 마음의 병에 대해 생각하며,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공감만으로도 큰 위로이고 치료라는것을 배웠다. 그리고 마음의 병이 결코 그 사람 탓이 아니며,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약물과 더불어 싸워이겨낼 의지만있다면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말해주고싶다.
끝없는 셀프 위로가 큰 힘이였단걸, 꼭 이겨내서 뒤로 돌아볼수 있기를 바란다.
'발버둥쳐서 헤엄쳐 나올수 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졌다'
'오늘도 참 잘했다'
'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