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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으면서 건강해 지는 순간, 자연에게 보답하다.

by 한영옥

같은 아파트 사시는 지인 분이 전화가 오셨다. 황토길 밞으며 걸을 수 있는 곳을 알아 두셨다고 같이 가자고 하신다. 맨발로 걷고 오니 잠도 잘오고 발에 각질도 싹 없어 지셨다고 좋다고 데려가 주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언제 한번 가보고 싶은 호기심도 생겼다.

몸이 금방금방 축나고 힘들어 하는 나에게 오아시스 같은 이야기 였다. 비오는 날 진흙 밟으면 더 좋다고 해서 약간 흐릿하니 비가 올 듯한 날씨에 함께 갔다. 원래 황토밭이 아닌 어떤 할아버지가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장소였다. 호미로 갈아서 사람 1~2명이 밟기에 딱 좋은 크기 였다.

몇 명의 할아버지가 돌아가면서 황토밭길을 만들어 놓았다. 진흙을 밟고 있으니 촉촉하니 좋았다. 한발 한발 밟으며 흙의 좋은 기운이 발바닥을 타고 내 몸안으로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1시간정도 더 밟고 있으니 어둑어둑 해지면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습기가 있어 진흙밭이 더 촉촉하였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 해서 내려왔다.

그 날 하루는 발에서 화끈화끈 열이 오르고 온몸이 조금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꺼끄러웠던 발도 보들보들 매끈해졌다. 오묘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오늘 또 다녀왔다. 오늘은 바람이 조금 선선하니 맑은 날씨였다. 그곳에 가니 자주 오는 사람들로 붐볐다. 소문이 퍼진 모양인지 진흙 밟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단다.

맑게 갠 오늘은 흙이 약간은 건조해진 상태였다. 그곳을 개척하신 할아버지께서 물을 부어 진흙을 만들어 그곳을 밟으셨다. 할아버지 말씀대로는 한달만 해보라고 하신다. 건강해지고 발에 무좀도 싹 낫는단다.
오늘 할아버지는 집에만 계신 할머니도 데리고 오셔서 애처가 면모를 보여주신다. 귀찮으신듯 얘기하시는 할머니 이시지만 할아버지의 말씀을 따르시는 순종을 보여주신다.

할아버지들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한다. 오늘은 진흙을 철퍼덕 뭍혔다. 느낌이 갯벌 밟는 듯이 진득였지만 몸에 좋다니 따라해본다. 밟고 밟고 또 밟는다. 밟으면서 지인분과 서로 깊어지는 이야기도 함께하며 힐링하는 순간이다.

산세로 둘러쌓인 숲의 청명함과 시원함이 진흙을 밟는 우리의 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밟으면서 건강해지고 상쾌해지는 마음의 순간이 좋고 행복하다.

할아버지들은 소문이 퍼져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온다면서 인제 더 이상 소문 안퍼지게 한다고 입단속을 시키신다. 이런 좋은 것 함께 쓰면 좋지하는 지인 분의 의견도 보태어진다. 입에서 퍼지는 이야기는 빠른 속도 인데 안퍼지게 한다고 발없는 말이 천리 안가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애써 가꾸신 할아버지의 노고도 있으신지라 이해는 하지만 자연을 일구어 우리가 사용하는 것인데 우리도 자연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구의 소유도 아닌 자연을 이렇게 사용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 감사함을 느끼며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다짐도 해 본다.

건강을 찾기 위해 자연으로 가서 자연을 활용하며 얻는 기쁨과 만족은 자연에게 다시 이롭게 돌아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의식적인 생각도 해본다. 오늘 진흙밭에서 걷고 온 나는 건강한 느낌이 받아질까의 호기심도 들고 다음 번에 또 밟으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런 느낌을 갖게해 준 자연에게 고마움도 전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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