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등산과 산책 사이의 어디쯤

by 한영옥

날씨가 더워졌지만 힐링하러 남한산성 유아숲으로 걸으러 간다. 나무가 우거지고 숲이라서 등산이라고 하기엔 약간 가볍고 산책이라고 하기엔 약간 무겁다. 등산과 산책 중간쯤이라고 해 두면 좋겠다.

아이 학교보내고 오전시간 비가 안오고 맑게 개인 날은 냉커피랑 간단한 주전부리를 싸들고 옆에 사는 10년지기 언니를 불러 함께 수다 떨며 간다. 그동안 못다한 얘기 푸느라 서로 입이 바쁘고 귀를 쫑긋 열어야 한다.

한없이 오르막인 남한산성의 길보다 옆으로 살짝 빠져 유아 숲을 걸으면 중간에 황토흙 밟기도 하고 싸가지고 온 냉커피를 거의 원샷하면서 더위를 식힌다. 한번 쉬면서 싸가지고 온 주전부리도 먹는다. 다시 맨발로 숲길을 걷다보면 계곡물이 흐르는 명당자리에 앉아 더러워진 발을 씻는다.

발이 깨끗해지면서 뼛속까지 시원해진다. 흘렸던 땀들은 쏙 들어가고 잠시 여름을 잊는다.

살짝 눈을 돌리면 곧게 뻗은 나무 숲 사이 햇살에 얼룩졌던 마음을 녹여본다. 마음의 시원함을 한가득 싣고 다시 또 열일하러 내려간다. 함께 온 언니와 담소는 안녕하고 헤어지기까지 계속 된다.

keyword
이전 03화밟으면서 건강해 지는 순간, 자연에게 보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