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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내 옆에 있다니

by 한영옥

우리 집 들어오는 복도 길 밖으로 멋드러진 산세가 펼쳐져 있다.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저 곳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남한산성 이다. 우리 아파트는 남한산성 바로 아래 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아파트 안에도 나무와 숲이 많다. 30년 된 오래된 아파트에 난 시집와서 10년째 살고 있다.


여기는 공기가 유난히 좋다. 산과 가까워서 그런지 저쪽 아랫동네와는 다른 상쾌한 공기를 지녔다. 산을 깎아 만들어 언덕 언덕이 많지만 곳곳으로 다니는 마을 버스가 있기에 편리하다. 거의 각 동마다 정류장이 있어서 엘레베이터 타고 조금만 걸으면 바로 마을 버스를 탈 수 있다.

<<아파트 복도에서 보이는 풍경; 저 산이 남한산성>>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여기 어떻게 사나 했는데 교통 편리하고 공기 좋고 생활시설들 가까이 이렇게 편리 할 수가 없다. 살기 좋은 곳이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숲속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아주 가까이에 있어 교육활동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 여기 주변 어린이집 교육 코스로 무조건 숲체험이 들어가 있다. 아이가 어릴 때 주말마다 이곳에 왔다. 남한산성 유아숲이 있어서 간단하게 체험하며 놀기에 딱 좋다.

유아숲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다 보면 아이들이 다리 건너기 놀이 할 수 있는 곳이 만들어져 있다. 하나는 나무 다리, 하나는 줄 다리가 나무 사이에 끈으로 묶어져 있다. 아이들이 줄을 서서 그곳을 다리 한발씩 옮기며 걸어간다. 다리를 건너가는 아이들을 사진에 담고, 다 건너온 아이에게 "우와 잘했네."하며 칭찬을 건넨다. 한참을 건너길 반복하다 보면 아이들이 다음 체험을 위해 위로 올라간다.

조금만 걸으면 모래 놀이터에 긴 막대기들이 박혀져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막대기에 계단처럼 홈이 파인 곳을 한발 한발 올라 나무 잡고 있는 매미가 된다. 몇번을 오르락 내리락 해보고 막대기에 붙은 아이를 사진으로 남긴다. 어렸을 때도 있고 커서도 그 막대에 붙은 사진이 있다. 다시 또 길을 올라간다.

이번엔 쉴수 있는 해먹이 있다. 다른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 얼른 가서 맡는다. 신발 벗고 아이와 앉아서 싸가지고 온 음료수를 한잔씩 마신다. 누워서 하늘도 본다. 날씨가 좋을 때 가기 때문에 청명한 하늘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는 한참을 쉰다. 한번 누우면 일어서기 쉽지 않은 곳이다. "아유 날씨 넘 좋다." 하면서 쉼을 만끽한 채 충분한 휴식 후에 작은 연못으로 간다.

여기는 개구리알 부터 올챙이, 뒷다리 앞다리 나오고 개구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관찰 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 초봄이라 작은 올챙이들이 꼬리를 흔들며 구석구석 모여 있다. "여기봐 , 여기봐." 하며 물속을 한없이 들여다 보고 막대기로 휘휘 저어 보기도 한다. 다음에 오면 이 올챙이들은 더 커 있고 뒷다리가 나와 있을 수도 있다. 아기 올챙이들과 인사하고 마지막 끝을 올라간다.

여긴 유아숲의 마지막 코스 그네가 있다. 2명은 앉아 쉴 수 있는 그네가 2개가 있고 그 옆에는 의자가 있는 정자가 있다. 여기는 어르신 들도 많이 앉아 있다. 오늘은 그네가 다 찼다. 아쉬운 채로 반대쪽 의자에 앉아서 그네가 비길 기다리고 있다. 그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쉽게 일어서질 않는다. 아이는 칭얼 댄다. 왜케 안일어 나냐며 빨리 그네에 앉고 싶어 한다. 한 2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앉아 있던 한 팀이 일어 났다.


아이가 먼저 보고 그네로 달려간다. 아이와 함께 그네에 앉아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하며 그네를 탄다. 왔다 갔다 하며 그네를 타니 시원하고 좋다. 정상에 오른 듯이 아래 쪽 경치를 넋을 놓고 바라본다. 조금 높게 올라왔다고 그래도 볼만한 경치이다. 그네에서도 우린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이젠 내려갈까." 아이도 동의 하면 우리 내리막길을 걷는다.

<<그네에 앉았을 때 보이는 풍경>>

오늘도 가볍게 산책 잘한 마음으로 사뿐사뿐 내려온다. 내려올 때 입구쪽에 있었던 나무 다리 있는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번 더 들른다. 나무 다리를 다시 왔다리 갔다리 하고 다른 아이들이 건너는 것도 보고 나면 그제서야 발길을 돌린다. 드디어 집에 가는 길로 향한다. 아이의 자연 놀이터에서 아이는 자연과 흠뻑 놀았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자연 놀이터가 있음에 늘 감사했고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이곳에 다시 와도 즐거워 한다.

엊그제 토요일에 아이와 오랜만에 왔다. 어릴 때 놀던 것 그대로 하며 놀았다. 지금 10살이 되어도 이곳은 마냥 즐거운 곳이다. 햇볕도 흠뻑 맞고 가볍게 운동도 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아이도 좋았는지 재밌게 놀았다고 연신 말한다. 긴 막대의 붙은 매미가 너무 컸지만 우리는 꼭 하고야 만다. 매미 된 아이 사진은 꼭 남겨야 한다. 2시간 힐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 내리고 집으로 들어오는 12층 복도 저 너머의 남한산성 산세를 또 만난다.

자연을 선물해 주는 고마운 이 곳 남한산성 산자락은 나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 앞으로 이 산자락 아래에서 쭉 살고 싶다. 선물같은 이 곳에서 감사함을 느끼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 함께 해 주는 남한산성에게 손하트를 뿅뿅 날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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