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분주하다. 당근,시금치, 계란, 맛살, 햄 익히고 참기름 뿌린 밥 냄새가 솔솔 난다. 부시럭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엄마의 손길이 분주하다. 김말이 위에 김 한장 놓고 밥을 골고루 펴발라 준 뒤 준비한 재료를 듬뿍 넣어 돌돌 만다. 한 줄, 두 줄 빠르게 만들어 진다. 김밥 마는 솜씨는 엄마를 능가할 사람이 없다. 수북히 쌓여진 김밥을 총총총 썬 뒤 큰 통에 담는다. 이것 말고도 과일과 음료수, 과자 까지 두둑히 챙긴다. 엄마는 오빠와 아빠를 깨우고 나갈채비를 서두르라고 재촉한다. 난 이미 준비 완료 상태이다. 오늘은 손꼽아 기다리던 5월 5일 어린이 날이다. 엄마가 서울 대공원에 동물들 보러 간다고 나들이 채비를 단단히 하셨다.
큰 돗자리 하나 달랑달랑 들고 준비한 먹거리 가득 담은 가방 들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우린 차가 없기에 지하철로 가야만 한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가니 들떠서 발걸음이 가볍다. 서울 대공원역 도착하여 코끼리 열차 타고 대공원에 도착하니 우리처럼 놀러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많은 인파 였지만 우린 돗자리 필 좋은 곳을 찾아보았다. 처음으로 반겨준 코끼리가 반갑다. "안녕 코끼리야, 오늘 우리 가족들과 소풍나왔어. 조금 있다가 동물 인형 사달라고 할꺼야." 하며 코끼리에게 이야기를 건네 본다. 동물들 구경을 하다보니 슬슬 배가 고팠다. 그늘진 한 곳에 돗자리를 펴고 싸가지 온 음식을 펼친다. 역시 엄마의 솜씨 부림은 기가 막힌다. 밖에 나와 먹으니 김밥이 꿀맛이다. 가족들 모두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잘도 먹는다.
그 옆에 식물원 구경도 하고 거리에 파는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 먹는다. 엄마한테 얘기를 꺼내야 한다. 인형 사달라고. 엄마가 기분 좋은 틈을 타서 "엄마, 어린이 날인데 나 인형사줘, 곰인형 꼭 갖고 싶어." 엄마는 다행히 웃으며 허락하셨다. 이때 오빠도 자기는 자동차 장난감 사달라고 한다.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우리는 갖고 싶었던 인형과 자동차 장난감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 왔다. 매일 매일 어린이 날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5월 5일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어린이날의 추억을 생각해 보니 단 한가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엄마가 사주었던 선물이 있는지 조차도 단 한 순간도 기억에 없다. 아쉬운 마음에 생각으로 나마 내가 보내고 싶었던 어린이날 하루를 써 보았다.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
그래서 우리 딸에게는 어린이날의 추억을 안겨주고자 한다. 딸과의 첫 어린이날은 인파가 아주 많았던 서울 대공원에 다녀왔다. 이렇게 사람많을 때는 오면 안되구나를 느끼며 왔지만 그래도 인파에 휩쓸려 이곳 저곳 구경하며 얼굴 시뻘개져서 돌아왔다. 그 다음해에는 작년의 경험과 다르게 아주 가까운 판교 생태 학습원을 선택하였다. 사람들이 멀리 나가서 그런지 가까운 곳이라 사람이 많이 없었다. 여유롭게 학습원을 관람하고 학습원 뒤에 있는 화랑공원에서 뛰어 놀며 평온한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어느 어린이 날에는 내가 속한 법륜스님 정토회에서 하는 거리모금을 함께 했다. 어린이날이기에 정토회 도반들이 모금을 위해 거리로 많이 나왔다. "1000원이면 5명의 아이가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를 외치며 거리 시민들에게 모금을 받았다. 가족과 함께한 의미 있는 어린이 날의 한 순간이었다. 꽤 많은 돈이 모아졌다. 필요한 아이들에게 요긴하게 쓰여질 모금의 시간이었다.
<정토회 어린이날 거리모금 후에>
아이가 크면서 확실하게 어린이날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몇 년동안은 코로나라 친정인 수원에 가서 놀았다. 며칠 후면 어버이날이기에 겸사 겸사 그랬다. 이번에 아이가 " 엄마, 이번 어린이날 뭐하고 놀지?" 하며 물어본다. "글쎄, 뭐하고 싶은데?" 하니 "놀러가고 싶어."한다. 어디를 놀러가야 할지 고민이지만 최적의 장소가 찾아지리라 생각이 든다. 한해 한해 쌓여가는 어린이날의 추억을 아이가 성장하면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