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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이날

by 한영옥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이가 호텔 수영장에 가고 싶어 하였다. 멀리 여행을 잘 다니지 않는 우리는 가까운 곳으로 조금 더 소비를 보태어 쓴다. 30분 거리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방과 수영장, 조식까지 가능한 패키지로 그래도 가격이 조금 저렴한 곳이다. 그전에 몇 번 이용했던 곳이라 익숙하게 호텔 안을 활보한다. 수영장은 타임별로 1시간 반 이용 가능하다. 우린 그 정도 놀면 충분하다.


아빠가 퇴근 후에 바로 호텔로 오기로 했다. 함께 몰 식당가를 찾아 분위기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리조또, 피자, 샐러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맥주, 와인한잔, 콜라를 주문하니 바로10만원돈이다. 그래, 나왔으니 맛있는 거 먹고 즐겨야지 하는 생각으로 에너지 업시키며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오랜만에 가족 외식으로 셋이 친목을 다졌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밤부터 우린 가까운 장소에서 나름대로 즐거운 나날을 맞이했다. 저녁식사를 하니 배가 불러 잠깐 주변을 걷다가 가족끼리 놀이가 시작되었다. 누가누가 빨리 달리나, 동동동대문을 열어라, 잡기 놀이 오랜만에 웃음꽃 피며 선선한 밤에 빛나는 보름달빛 아래서 뛰어 놀았다. 화목한 가족의 느낌이라 아이에게 좋은 엄마, 좋은 아빠 된 것 같았다.

이렇게 호강하며 놀았으니 어린이날 선물은 따로 없다. 이게 어린이날 선물이었다. 아이가 하고 싶었던 일 하는 것 말이다.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든든히 먹고 우린 몰 안에 있는 키즈 카페와 거부기 카페를 들르기로 했다. 어린이 날이니 재미있게 놀아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키즈카페를 가고 햄버거로 점심먹고 거북이와 파충류들이 있는 체험 카페에 갔다. 들어가니 냄새가 꼬리 꼬리 했지만 많은 거북이들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데가 있다니 하는 놀라움도 컸다. 거북이 먹이 주기 체험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는 거북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습관적으로 주는대로 먹는 느낌이었다.




호텔에, 카페에, 지나다가 예쁜 인형까지 하나 사주니 아주 소비적인 어린이 날이 되었다. 너도 나도 밖으로 나와 즐기는 건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들 속에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사람에 지치고 소비에 지치고 힘들어져 버린 나는 주말 일정이 걱정되었다.

글쓰기 모임 고진나 4기 보경님의 글이 생각났다. 나에게 주는 어린이날의 선물은 물건너 가고 아이와 남편에게 몇번 짜증과 화를 냈다. 나를 생각지 못하고 아이만 너무 생각하다가 지나치게 즐겨버린 어린이날의 여정이었다.

내일은 어버이 날을 맞아 친정에 다녀와야 한다. 다행히 시댁쪽은 모이지 않는다고 하니 아버님께 간단히 선물만 전달하고 친정으로 간다. 이번에 친정 가서 저녁에 수원 화성 야경을 보러 갈 예정이다. 체력이 되면 다음 날은 한국민속촌까지 다녀오고 싶은데 체력도 걱정, 소비도 걱정되는 순간이다.

이것 저것 가까운 곳에서 많은 것을 즐기는 나, 그만큼 소비도 적지 않다. 나가면 돈인데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다. 아이러니한 휴가를 보내고 있다. 힐링은 아이는 학교 가고 남편은 회사가서 나 혼자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 된다. 이렇게 휴가를 보낸다고 진정한 힐링과 쉼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를 다독이고 나를 생각한다. 글로 위안 받는 시간이다. 피로한 몸을 이끌고 눈을 껌뻑되고 있지만 지금의 소중한 시간이 나의 어린이날의 선물이다. 아이가 자고 남편도 자고 나혼자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노래도 듣고 행복한 여정은 모든 행사가 다 끝난 다음에 온다. 어린이 날이 지나기 전에 나에게도 어린이날을 선물 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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