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멸은 앞의 두 시대의 공멸 방지책의 효과를 인류가 깨뜨림으로 시작될 것이다. 인간은 공멸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무뇌의 좀비들이다.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눈이 가려지고 귀가 멀고 감각이 마비가 되어 알 수 없게 되었다. 처음 우리를 배반하고 떠난 이후 인간은 줄곧 그런 상태였다. 유괴범, 옛 뱀, 사탄이 주는 마약에 취해 모든 감각을 상실하고 뱀의 욕심에 이끌려 끌려 다닐 뿐이다. 그러니 인류가 뱀의 지령을 받아 우리의 공멸 방지책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간을 벌었다. 우리는 그 시간에 인류를 구원할 방책을 마련하여 인간들에게 내려갈 것이다. 인류가 마지막 공멸에 이르기 전의 이 시간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앞서 설치한 공멸 방지책에 대해 너희에게 더 자세히 설명해 주겠다.
노아 시대와 바벨 시대에 주어진 언약은 무지개 언약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법으로 구속하여 인간을 공멸로부터 구할 보증이 된 것이다. 그것을 약속한 표징으로 인간들에게 무지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인간들의 공멸을 위해 우리가 설계한 공멸 방지툴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노아시대에 주어진 것은 숨겨졌었다. 그것은 인간 수명의 단축이었다. 노아시대에는 그것이 표면화되어 등장하지는 않았다. 내가 노아 홍수 부분에서 이것을 빼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인간 수명의 단축은 노아 시대의 홍수로 인한 급격한 지구의 환경변화로부터 촉발되었다. 지구 대기권에 띠를 두르고 있던 물의 막 즉 궁창 위의 물이 홍수로 쏟아져 내림으로 지구는 더 이상 물의 보호막 안에서 온실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되었다. 지구의 환경은 변했다. 그 변화는 극심했다. 지구 전체가 온실이 아닌 한겨울 바깥공기보다 더 차가운 우주와 조우하게 되었다. 우주에서 오는 해로운 광선들과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은 물의 보호막을 거치지 않고 지구에 그대로 쏟아지게 되었다. 짧은 글로 그 모든 변화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인간의 수명은 급감하게 되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도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
두 번째 바벨 시대에 주어진 것은 언어 혼잡이었다. 바벨 시대의 언어 혼잡은 인간들에게 아주 급격한 변화를 주었다. 인간들은 서로 바로 옆에 있는 자들과도 소통할 수 없었다. 우리는 가족끼리 언어가 소통할 수 없을 것을 염려하여 같은 가족과 친족들은 대부분 같은 언어 종족에 속하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언어 종족이 다르면 서로 소통할 수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탑을 계속 쌓는 것은 불가능했다. 특히 니므롯의 제국은 수천의 종족들로 쪼개어졌다. 더 이상 하나가 되어 반역을 꾀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니 공멸로도 이르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공멸 장지책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겠다.
우리가 언어를 혼잡케 한 것은 인간의 공멸 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 효과를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바벨 시대에 언어가 혼잡됨으로 얻은 가장 큰 결과는 인류 전체가 한꺼번에 악에 물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지구적인 타락의 극심화는 전지구적인 심판을 부른다. 그런데 한 종족이 타락해도 그 한종족으로 인해 전지구적 심판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단지 그 한종족에게만 멸망이 온다. 그리고 그 멸망도 그렇게 극단적인 것이 아니다. 단지 기존의 나라가 망하고 새 나라가 세워지고 종족은 살아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한 집단의 언어가 서로 소통되지만 뒤에 오는 수명의 단축으로 인간의 악이 극에 달하기 전에 거의 모든 인간들이 죽어서 악의 극한에 이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전지구적인 심판이 오지 않음으로 주어지는 인류 공멸 방지의 효과인 것이다.
언어의 혼잡으로 인류는 수천 종족으로 분열되어 각자 자신들의 길을 찾아 떠났다. 그 결과 인간의 테크놀로지는 모두 쪼개어졌다. 테크놀로지는 각 분야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테크놀로지는 다른 하나가 존재해야 그 하나도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철을 가공하는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철을 제련하는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가 없다면 자신의 기술을 사용할 수가 없다. 철을 제련하여 생산할 수 없는데 어떻게 없는 철을 가공하겠는가? 언어 종족 분열로 테크놀로지의 연결고리는 모두 깨어졌다. 이로써 고도화되었던 테크놀로지도 거의 초보 상태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각자가 가진 기술을 당대에 잘 발현한 자들이 남긴 유적들은 대단한 흔적을 역사에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 당대에 끝나고 그것이 테크놀로지들의 연결고리를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인류는 서로 교류하며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데만 해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니 어디에 흩어져있는지도 모를 자신의 기술의 연결고리를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역사를 거듭하면서 인간들은 계속해서 기술을 진보시키고 서로의 종족과 언어를 통합해 갔다. 그리고 이제 너희 시대에는 마지막 공멸에 다다르고 있다.
노아 시대의 숨겨진 공멸 방지책은 인간 수명의 단축이었다. 에덴에 살던 인간들은 홍수 이후의 척박한 지구 환경에 살면서 그 수명이 급감했다. 노아 600년, 아르박삿 438년 셀라 433년 에벨 464년 벨렉, 239년 르우 239년 스룩 230년, 나홀 219년, 데라와 아브라함, 그리고 야곱까지 내려오면 지금 너희 인간들의 수명과 같아진다. 인간의 수명 급감은 공멸 방지에 어떠한 도움이 되었겠는가?
인간은 살아있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 악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그런 인간의 수명이 줄어드는 것은 그 악의 색이 극악하게 어두워지기 전에 그 인간이 죽음으로 제거된다는 것이다. 또 그 악의 대물림도 항상 색이 더 옅은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이전에는 공멸에 이를 만큼 악해질 때까지 인간이 살아 공멸에 이르렀지만 이제는 공멸의 악함에 도달하기 전에 생을 마감하니 이것도 축복인 것이다. 바로 악이 공멸 촉발점에 이르기 전에 개인의 생이 끝나 그 악함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홍수 이후에는 각 언어 종족 단위로도 완전한 종족의 멸망은 면할 수 있게 되었다. 단지 종족의 지배계층의 몰락과 교체 수준에서 역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지배 계층은 교체되지만 그 종족은 보존되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공멸에서 다루지 않고 넘어간 부분이 이 부분이다. 왜냐하면 첫 번째와 두 번째 공멸에서는 이 부분이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명이 충분히 줄어들기 전에 그 두 공멸이 이미 닥쳐와서 지나가버렸다. 그러나 인간의 수명이 현저히 줄어든 이후에는 이것이 마지막 공멸의 지연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툴로 작용할 수 있게 되었다.
노아시대의 홍수 이후 인간 수명의 단축은 또 다른 측면에서 공멸을 방지하는 효과를 낳았다. 인간의 수명이 단축되면서 인간의 테크놀로지 발달 수준도 급격히 떨어지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엔지니어가 기술을 습득하고 극도의 숙련도에 이르러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로 나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인간의 수명이 단축됨으로 그런 진보가 일어나기 전에 대부분의 인간들이 죽어 테크놀로지의 진보가 늦어진 것이다. 인간 수명이 100년을 채우기도 어려워 40~60년이 일반적인 경우가 역사시대의 대부분이었다. 또 일생 중 일할 수 있고 새로운 테크놀로지나 이를 응용한 메커니즘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도 30년 내외다. 이로 인해 테크놀로지의 고도화로 촉발되었던 인간 교만과 그로 인한 심판 초래는 막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