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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an 31. 2024

사랑학 개론

마음 에세이

[에세이] 사랑학 개론

한결


평소 음악에는 흥미가 없어서 그런지 좋아하는 노래가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좋아하는 노래를 꼽으라면 그 중 하나가 프랑스의 유명한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부른 '사랑의 찬가'다.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실기시험 노래로 지정되었던 노래 , 그때는 어떻게든 점수 좀 받아보겠다고 가곡인지 샹송인지도 모르면서 수백번을 넘게 연습했었다. 나중에서야 피아프의 생사를 초월하여 영원히 맺으려는 사랑의 노래라는 것을 알고 즐겨 듣는 곡이 되었다. 당시  권투선수인였던 M.세르당과의 사랑, 세르당이 자신의 공연을 보기위해 오던 중 비행기사고로 죽었으니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그런데 우리는 흔히 사랑이라고 하면 남녀간의 사랑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랑에는 이성 간의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인간의 사랑이외에도 부모 자식간의 사랑, 우정, 동료애, 애국심, 동물, 자연 사랑, 나아가서 인류애까지  이루 헤아릴 수없을 정도로 사랑의 범위는 크고도 다양하며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행위는 사랑에서 출발하고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살아간다. 그러나  수많은 사랑 중에서도 인간의 본능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장 극명하고도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이겠다. 남녀의 사랑은 태초에 세상이 태어날 때부터 존재했던 종족 번식과 소유의 본능에서 출발한다. 그 옛날 동고트 족이 그랬던 것처럼 여자가 모자라 이웃 부족에서 납치를 해서라도 신부를 구한 예가 종족 번식의 본능을 대표한다고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

에서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선택해 황금사과를 주고 대신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얻은 것은 소유를 말한다. 그것도 스파르타 왕의 아내를 말이다. 결국 파리스는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옴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 죽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파리스가 한 죽음에 한표를 던진다.


사랑하는 사이에 이별이 찾아오는 것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다. 둘 다가 아니라면 둘 중하나가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고 거기에 계속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이럴경우 그동안의 신성했던 사랑은 사랑놀음이 되거나 사치가 되어 결국 그 사랑은 비루해진다. 그렇게 오는 이별의 충격은 대단히 크다.

사랑의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슬픔은 더하다. 이별을 통보받은 상대는 추억의 파노라마가 눈 앞에 펼쳐지면서 변한 사랑에 대해 원망, 억울함, 후회, 자존감의 추락 등 별의별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종국에는 사랑을 잃어버리지않기 위해  매달리기도 하고 상대의 마음을 돌이키려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리해서 떠나는 사랑을 찾으면 좋은데 무위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 끝내 떠날 사랑이라면 후회가 없어야한다. 이별을 원하는데 조금이라도 후회를 하고 있다면 돌이켜야하는 것이 맞다. 사랑은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별을 통보받은 쪽도 사랑한다면 최선을 다해 돌이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진정한 사랑에 헤어짐은 없다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둔다면 비정상이 되지 않고서는 할 수없는 마비의 사랑이 정신을 차리는 이성으로 변했다는 것을 자각하면 그것으로 사랑은 끝이다.


그럼에도  난 로맨티스트의 사랑을 믿는다. 잠시 눈에 뭐가 씌였다가 눈꺼풀이 벗겨지는 것 보단 사랑에 미치도록 빠져 한 순간 지나는 바람이 아니라 어떤 폭풍도 이겨내는 것을 사랑이라고 정의하기에 혹시라도 나중에 어떤 이유로 찾아올  수반될 고통이나 통증도 감당할 각오가 되있어야하고 실제로 감당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랑은 무섭다. 때론 우울과, 의욕상실의 삶은 물론이고 죽음도 불사하게 만든다.


사랑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우린 실패한 사랑은 사랑으로 잊어야한다며 또다른 사랑을 찾아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사랑에 기뻐하며 희열에 쾌재를 부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랑은 진짜 사랑이고 지난 사랑은 착각인가. 아무리 인간이 망각의 동물일지라도 그건 아니다. 헤어진 후 그리움이 돌아갈 자리가 있는지 스스로의 가슴을 찬찬히 살펴보면 답은 나온다. 사랑과 이성의 싸움에서 사랑이 지면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사랑은 내 영혼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바로미터이며 사랑을 잃어버린 삶은 그냥 생명의 유지를 뜻한다는 거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것이라도 사랑보다 위대할 수는 없다. 그 어떤 사랑이라도 떠나고 난 후 좀 더 잘해줄 걸,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등의 대사는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없다. 사랑은 지금이다. 지금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헤어진 후 부재를 그리워할거라면 더 늦기전에 후회없이 사랑을 하라. 당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소중함이 살면서 다시는 못만날 수도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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