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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ul 07. 2024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마음 에세이

[에세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결


우리는 살면서 매일 매일 이별을 한다.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이별,  죽은 것들에 대한 이별,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과 만나고 전날 밤 잠자리에서 만난 까한 밤과 이별을 한다. 회사에 출근해 동료를 만나고 목구멍에 풀칠을 해주는 회사 정문을 만나고 퇴근 시간에 내일 아침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이별을 한다. 월요일에는 주말과 이별하고 주말을 만나면 친구를 만나고 좋아하는 취미를 만나고 사랑하는 연인을 만난다. 이러한 만남은 다음을 기약한  다음 만남이다. 다음이 있는 만남은 즐겁다. 또다시 만나서 그동안 이별했던 서운함을 재회로 풀 것이기에 기대와 설렘과 기다림이 있는 이별이기 때문이다.


다음이 없는 만남은 슬픈 이별이다.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죽음을 제외하고 살아있는 동안 가장 슬픈 이별은 무엇일까. 나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시 만난다는 기약이 없을 뿐더러 이미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껄끄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또 다른 연인을 만들면 되지 않느니, 이별은 또 다른 사랑을 채워 치유하면 된다라는 말을 하지만 나의 개인적 견해는 사랑은 그 사람이어야되고 그 사랑이어야하는 운명이 이끄는 힘이 눈에 보이지 않게 두 사람을 연결짓고 이은 끈이라고 생각하기에 일생에 한 번 닿기도 힘든 끈을 조심 조심 다루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하나 힘을 주면 툭 끊어져 다시 잇기 쉽지 않고 상처라는 후유증을 동반하기에 이별은 치유하기 힘든 가장 아픈 병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희석이 될 것이고 그땐 그랬지 하고 씩 웃을 수도 있을 것이며, 다 잊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가슴에 남은 상처는 잊혀지지 않는다. 머리가 기억하고 싶지 않을 뿐 가슴은 한 쪽이 떨어져 나갔음을 기억한다.


그러나 누구나 먼저 이별을 짐작하고 만나지는 않는다.

이별의 기운이 늘 도사리고 있을 뿐, 그 놈은  질투가 많은 놈이라서 연인 사이에 미움과, 차가움, 상대방 탓, 원망, 불안을 던져놓고 그 부산물을 먹고 산다. 호시탐탐 둘 사이를 어떻게든 갈라놓으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둘 사이에 슬쩍 끼어든다. 그때 연인의 사랑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진다. 사랑을 먹고 살려면 늘 용서, 배려, 참음, 믿음, 희생까지도 필요한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가겠다는 결심이다. 처음에  만난 결심은 단호하고 확고할 수 있다. 그러다 갑자기 장애를  만난다거나 뜻하지 않은 심경변화를 일으켰을 때  서서히 중심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심은 나는 물론 상대의 마음 변화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흔들리기에  어떤 풍파가 몰아쳐도 그 자리에서 꿈쩍않고 움직이지 않는 바위처럼 단단한 사랑을 하기위해서는  서로가 함께 만들어 가도록 수없이 노력해야한다.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사랑도 노력이다. 처음에 눈꺼풀에 뭐가 씌워 사랑을 시작했다면 다음부터는 내 눈꺼풀에 씌워진 것을 떼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눈꺼풀에 붙은 이물질을 떼내고 눈꼽을 닦아주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맑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다.


뜨겁게 사랑하라. 얼마나 많은 후회와 회한,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에 대한 자책이 들 것인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나의 문제점을 저절로 깨닫는다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상대방에 대한 애틋함이 내 사랑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지 을까. 인간은 이기적이고 사랑은 이타적이다. 그러니 둘은 싸울 수 밖에 없다. 편하게 받으려고만 하는 사랑, 자신이 아프려고 하지 않는 사랑, 내 것만 챙기려고 하는 사랑은 사랑의 탈을 쓴 이기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사랑은 그 어느 외풍에도 바람을 타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이 나쁜 바람에 휩쓸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서로를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쳐놓고 왜 헤어지는가. 사랑을 주는 것보다는 내 것을 챙기려고 하는 욕심, 자존심, 불안, 회피 등을 먼저 생각하니 이별이 보내는 수많은 유혹에 쉽게 무너지고 쉽게 좌절하고 쉽게 변심할 수밖에 없다. 사랑을 가장한 쾌락, 동정, 순간적인 판단의 오류, 이미 도망갈 길을 열어놓고 준비하는 쉬운 사랑은 하지 말자.

오늘 당장 사랑하는 그를 상대를 못본다고 생각하면 내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별한 사랑은 남보다 못한 관계로 변한   색깔을 일고 누렇게 변색된 벽지와도 같다.


밤을 보내고 새벽을 맞듯 첫 마음으로 시작해  또다시 별이 총총 뜨는 밤을 맞이하듯 끝까지 지키는 것이 사랑이고 사랑은 사랑답게 사랑할 의무가 있다. 깨진 사랑 앞에 먼 훗날은 없고 다음  생도 없다. 하루를 살기위해 수천 만번의 날개짓을 하는 하루살이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처럼 사랑하라.  그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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