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결 Jul 09. 2024

50대 50

마음 에세이

[에세이] 50대 50

한결


오전 내내  찔끔거리던 비가 멈추었다. 끈적 끈적  후덥지근하고 날씨에 불쾌지수가 정점을 향해 오르고 에어컨 없이는 견딜수 없을 정도로 찜찜함이 계속되는 오늘의 여름은 아무리 더워도 끄떡없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지구 온난화 현상이 내  몸안에 자리를 잡았는지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 체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년의 여름이다. 벌써 60이 가까워오는 나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 서서히 노년기로가는 문턱에 다가서 있다. 세월 참 빠르다. 어렸을 때는 언제 어른이 되나 어른이 되면 뭐든지 다 할 수있고 뭐든지 내 맘대로 일줄 알았는데 당시에는 성인이 되어보니 양 쪽 어깨에 물에 젖은 보따리가 얹혀져 있는듯 의무와 책임의 연속인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세상의 바다에 뛰어들 헤엄치며 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떠나온 출발점은 저 멀리에 아득하고  벌써 60이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길 60은 이순이라고 하였는데 귀가 순해져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바라보는 이순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진취적 기상이나 호연지기, 포부 등이 줄어든 상태로 어떤 것에 적극성이 떨어지는 정신적 느슨함과 체력적 부담이 합쳐져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고자 하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보다는  안정을  바라는 나이이다. 요즘들어 뱃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장거리 출장이 많아 차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   움직임이 없는 탓도 있겠으나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약해진 탓이 크겠다. 물론 저녁시간을 활용하여 운동을 하고는 있지만 요새 부모님의 병환으로 응급실에, 입퇴원에 병원 외출에 계속 수발을 들다보니 운동을 자주 못했고, 거기에서 파생한 심신의 불편함으로 쉬고 싶은 생각에 운동을 뒤로 미루어 놓은 탓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일할 나이는 둘째치더라도 내 발로 걸어다니고 혼자 병원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는 시간이 언제까지일까.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진짜 100살까지 건강하게사는 노인들이 얼마나 될런지 부모님을 뵈면 그나마 겨우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약 80세 전후 일듯하다. 의약의 획기적 발달이 있어 젊음을 되찾는 비법이 생긴다면 모르겠으나 80이 넘어서 장거리 여행이나 해외 여행은 지금 상황으로는 소수의 정정한 노인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어렵게 보인다.


지금의 내 몸 상태로 볼 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후하게 20년을 주고 그중에서도 그나마 지금처럼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15년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그 시간은 지금까지 지내왔던 60년보다 더 귀중하고 더 소중한, 더  빨리 지나가는 빛의 시간이 될 듯하다. 부모님의 수년간의 병환이후 늙음과 질병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병든 노년은 피할 수 없는 외통수다. 부모님의 길고 긴 병환을 보면서 자다가 떠나는 것이, 갑자기 쓰러져 떠나는 것이 복이 있는 죽음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요즘 천년 만년 살 것도아닌데 난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삶은 행복한 것들로만 채워지지 않았다.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이 있듯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행복과 불행의 반복일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내 삶의 부분일 것임에 그 무엇이는 내 안에 녹아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인생사 일장춘몽이다. 무엇을 이루었든, 무엇이 중요했든 지나간 시간은 지나간대로 놓아두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노년으로가는 중년의 남은 무대의 막 안에서 어떤 대사를 읇조리고 어떤 지문을 쓸 것인가.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앞에서 점점 쇠잔해져가는 삶, 그래도 살아야하기에 살아내야하기에 또다른 시작을 그린다. 끝났다라고 생각되는 순간 새로운 무언가가 눈앞에 있다는 것이 바로 아직 살아있음에 대한 증거다. 하루 24시간이 정지해있을 수 없듯이 삶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과 늘 그대로  인듯한  공간이 소리없이 요동치는 몸부림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듯 새롭게 시작할 수있는 시간이 아직 주어져 있음에 비록 지금까지 양에 차지 않았거나 이루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회한을 놓아두고 남아있는 생의 시곗바늘에 다시 한번 초점을 맞추어 볼일이다.


퇴근 시간 무렵 갑자기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필  퇴근 시간이 다 되서 비가오다니 비 그친 하늘을 보며 좀 상쾌한 마음으로 퇴근을 맞고 싶었는데 데 빗 속에서 찜찜하게  퇴근할 생각을 하니 껄끄럽다. 문득 산다는게 날씨같다는 생각이든다. 볕이 따사롭게 내리 쬐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고 순식간에 개이는 변화무쌍한 날씨, 때로는 맑았다가 때론 흐리는 50대 50의 행복과 불행이 반복하는 삶 속에서 또 하루를 살았다.


이전 03화 행복의 아이러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