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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ul 18. 2024

행복의 아이러니

마음 에세이

[에세이] 행복의 아이러니

한결


집안에서는 에어컨이 있어 더운 줄 모르나 밖은 숨이 턱턱 막힐정도의 여름의 일요일이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무료함을 달랠겸 점점 부풀어 오르는 뱃살에게 경각심을 줄겸  걷기 운동에 나선다. 7월의 중순, 올 해들어 휴일에 처음으로 걷기에 나선 듯한데 아파트 현관을 나서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등에 땀이 비오듯 흐른다. 정문을 향해 걷고 있는데 앞에서 남자아이 하나와 엄마인듯한 여성이 걸으며 대화를 하고 있다.


"엄마 너무 더워!"


"여름이니까 덥지"


정답이다. 이것보다 더 명쾌한 답은 없다. 엄마의 짧은 대답 속에는  여름은 원래 그런거니 덥더라도 참으라는 뜻과  지금의 더위를 참고 집에 돌아가면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과 뼛속까지 차가운 아이스크림이나 음료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사람은 고통받기를 두려워한다. 그 고통이 작든 크든 되도록이면 마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누구나 기분좋고 즐거운 일만 마주하고 싶지만 인생을 살면서 좋은 일만 마주할 수는 없다. 10개중 9개의 행복이 날 감싸더라도 나머지 한 개의 고통이 찾아오면 그 한개의 고통이 10개를 뒤덮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만큼  고통이 내 삶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것은 쉽지않다는 뜻도 되고  고통을 이겨내야 행복해진다는 뜻도 된다. 그렇다. 행복은 거져 주어지지 않는다. 과정이 있어야 결과가 있고 그 과정은 참고 견디는 인내와 고통이다. 공부하지 않고 좋은 대학을 갈 수 없으며 실력을 갖추지 않고 원하는 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쏙드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나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보장이 없다. 또, 상대는 다른 사람의 마음도 가져갈 수 있다. 게다가 설령 좋아하는 상대의 마음을 가졌다고해서 난관이 없을 것인가. 연인이든 부부든 경제문제,  주변환경, 상대의 가족, 함께 지내면서 감당해야할 삶의 부산물에서 생기는 셀 수 없는 난관이 존재한다. 이는 씨앗이 꽃을 피워내는 과정과도 같다. 꽃을 피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씨앗의 발아부터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자라고 잎을 만들고 어른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꽃을 피울 수있다. 그러나 그 아름답던 꽃도 지는 건 한 순간이다. 그 짧은 시간이라도 꽃을 피우기위해 씨앗은 깜깜한 흙속에서 영양분을 빨아드리고 돌뿌리를 피하고 비바람을 견디어내며 꽃을 피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소확행이란 말이 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말하는데  퇴근 후 운동하며 땀을 흘려내는 것, 주말에 커피 한 잔하면서 책을 읽는 것 등 마음 먹기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은 행복의 조건 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생존경쟁의 일상을 소화해 낼 때만 얻을 수 있다. 더운 날씨와 햇볕을 참고 집에 돌아가야만 에어컨과 시원한 물이라는 소확행이 기다리고 있듯이 말이다.


많은 이들이 말하길 행복은 손을 뻗으면 닿을 가까이에 있고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한다. 그러나 행복의 열매를 취하려 하는 만큼 땀을 흘려야지  저절로 열매가 내 앞으로 뚝 떨어지지는 않는다. 행복은 고통을 견디고 이겨내야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다. 고통을 일부러 초래할 필요는 없으나 회피하고 외면한다면 고통으로부터 도망쳐 당장은 편안할지는 모르나 원하던 행복은 따라오지 않을 것이다. 일이든 금전이든 공부든 사랑이든 고통없이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자기 희생없는 행복은 손에 쥐어지지않고 흩어져버리는 모래알처럼 잡히지 않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행복은 인내와 고통 위에서 만들어지는 아이러니다.


출장이다. 차를 타자마자 빗방울이 투툭 떨어지더니 잠시 후 빗소리가 창을 힘차게 노크하더니 댐의 수문을 열듯 하늘이 물을 쏟아낸다.  창밖으로 바라보는 비 세상은 맑은 날과는 다르게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그동안 쌓였던 오래된 먼지를 씻어내는 시원한 느낌, 빗물을 받아먹고  초록의 생기를 얻어 더 푸르러지고 오랜만에 흐물흐물 해졌던 아스팔트 도로도 뜨거운 열기를 식힌다. 비오는 날은 여름이 한 박자 쉬어가면서 다시 떠오를 태양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색색의 우산들이 인도를 점령하고 자동차가 구르며 웅덩이의 물을 튀기며 지나가버리면 사람들은 진한 여름이 던져주는 파편을 맞는다. 차안도 온통 비 세상이다. 우산에서 떨어져 사방으로 튀는 물기, 몸  착 달라붙어은 젖은 바지의 축축함,  습기로 뿌여진 창에 뽀각뽀각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린다. 비가 오고 그치고 또 해가 뜨고 궂음과 맑음의 날씨를 반복하는 것처럼 삶은 행복과 고통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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