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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un 25. 2024

빗밑

마음 에세이

[에세이] 빗밑

한결


오늘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머니를 뵙고 폐렴으로 입원해계신 아버지 병문안을 가야한다. 하필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길 막힘을 대비해 택시를 타기로 한다. 추르륵  추륵 비가 참 잘도 온다. 빗방울이 택시 천정을 두드리는 소리, 째깍 째깍 미터기 소리와 은은한 팝송이 흐르는 소리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에어컨 바람을 타고 택시 안을 가득 메운다. 요사이 그렇게나 덥더니 이제 여름 장마가 시작되나보다.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는 동안  에어컨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날들 이 계속 되었는데 덥기만 한게 아닌 고온다습한 끈적거림과 웬지모를 가려움증으로 하루종일 찜찜한 기분이 계속되던 날이었다.  비가 내리니 조금 시원해진듯 하지만 실상은 그것도 아니다. 어쩌면 해가 쨍쨍 내리쬐는 무더워가 나을 수 있다. 비오는 날은 신발 밑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찔꺽거림의 그 찜찜함과 우산으로 다 해결할 수 없는 몸에 달라붙는 축축함이 성가시다.


비가 올때 무엇인가와 부딪혀 나는 빗소리는 그때 그때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마음이 평안한 날엔 피아노의 맑은 음 같기도 하고 온 풀잎에서 떨어지는 이슬방울로 가슴에 떨어지기도 한다. 불편한 일이 있을 때는 짜증과 분노가 뭉친 덩어리 들이 화를 안으로  계속 가두어 두어 막힌 배수구처럼 답답함으로 쌓이기도 하고 우울한 날의 빗소리는 하루종일 가라앉는 심연의 어두운 그림자로 스며들어 퀴퀴한 냄새와 함께 한없이 마음을 까무러치게 만든다.


비는 꼭 필요한 갈급한 존재이기도하지만 때론 너무하다 싶을정도의 아픔을 가져다주기도한다. 가뭄이 지속되면 농토가 갈라지고 농작물이 영글지 않으며 저수지의 물이 줄어들어 산과 들의 초록이 힘을 잃어버리고 황폐화 되는데 한창 가뭄이 진행될 때 내리는 비는 생명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만물을 살리는 생명수가 되지만 장마나 홍수와 함께 겹쳐 내리면 마을을 집어삼키고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범접할 수 없는 대자연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비든 선호하겠지만 그냥 흩뿌리는 비를 포함해 그 어떤 모습의 비오는 날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내리는 장마비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자연의 섭리인지라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아무리 더울지라도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 좋다. 언젠가는 여름 휴가를 일주일간 내었는데 일주일 내내 비가 내려 휴가다운 휴가도 보내지 못하고 지겹고 짜증나는 일상을 보낸적이 있었다. 그런데 휴가 마지막 날 해가 뜨는 것이다. 그 맑고 개인 하늘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 아름다웠던 빗밑의 시간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우리의 삶도 날씨 같다는 생각이든다. 늘 날이 맑은 것만은 아닌 것처럼 삶의 날씨도 변화무쌍하다. 때론 갑작스런 태풍이 온 세상을 뒤덮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하고 여름철엔 무더위, 겨울엔 한파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오욕칠정을 반복하며 사는 삶에서 어찌 좋은 일만 있을까. 그러나 삶의 맑음과 흐림은 누구에게나 공평할 것이다. 즉, 부자든 빈자든 그 어떤이든 삶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다는 뜻이고 꼭 나쁜 일만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비가 그치어  맑은 날을 준비하는 속도를 빗밑이라고 하는데 그 빗밑이 빠르든 느리든 빗밑의 시간은 반드시 찾아 온다는 것이 중요하다. 비오는 과정을 겪고 나면 반드시 해가 뜨는 누구나의 삶에도 빗밑이 있다.


어머니 운동도 시켜드리고 점심도 사드리고 요양병원에 모셔다 드린 후 폐렴으로 입원에계신 아버지 면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이다. 하루종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날이 개고 있다. 마치 방금 목욕을 마치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듯 착 가라 앉았던 젖은 세상의 물기를 털어내고 푸른 하늘과 뽀송뽀송한 세상을  맞이하려하는 즈음, 정신없이 피곤한 마치고  쉼을 맞는 내게도 아주 짧은 빗밑의 시간이 주어진다. 내게 있어 빗밑의 시간은 쉼의 시간이기도 하고 마음을 달래는 시간, 스스로를 다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부모님 두 분이 모두 아프셔서 병원에 있는 즈음 신경도 쓰이고 스트레스도 무지 받지만 언젠가는 아주 따스한 빗밑시간이 찾아옴을 믿고 내리는 빗 속을 잘 헤쳐 나가길 스스로에게 막이 응원의 말을 건네본다.

사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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