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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y 12. 2024

국밥 예찬(禮讚)

감성 에세이 26

[에세이] 국밥 예찬(禮讚)

민병식


5월의 중순이 다가 왔음에도 비가 자주 내린 탓인지 쌀쌀한 아침, 저녁 기온에  점퍼를 벗기엔 아직 이른 날씨, 제법 한기가 도는 것이 마음까지 스산해지는 아침이다. 오늘은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먹고 싶다. 물론 회사에 구내 식당이 있긴 하지만 가끔은 바람도 쐴겸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랜만에 바깥 바람도 쏘일 겸 내가 팀원들에게 점심을 사기로 했다.


회사 앞 순대국밥 집을 찾는다.


"사장님 여기 순대 국밥 주세요."

"아이고 이게  얼마만 이십니까, 다른 곳으로 발령받으신 줄 알았습니다.''


주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가 탁자위에 놓인다. 푸짐한 고기와 돼지 뼈를 우려낸 뽀얀 국물을 보자니 침이 꼴깍 넘어가고  청량고추 썬것을  넣고 부추를 얹어 갈무리 한다. 거기에 빨간 다대기를 듬뿍 떠넣고 쑥쑥 저은 후 국물 한 숟가락 뜨고나니 뜨끈하고 매콤한 국물이 목구멍을 자극하는 것이 16첩 반상이 부럽지 않다.  깎두기 한 점 베어물고 양파 한 조각, 쌈장에 찍어 먹으니 오랜만에 뱃 속에 뭔가 채워지는 듯한 기분, '어허'라 감탄사가 절로나온다.


우린 언제부터 국밥을 먹기 시작했을까.  때는 조선후기

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방의 지게나 등짐을 지고 전국 방방곡곡 정기 시장을 돌아다니며 행상을 하던 상인 들인 보부상이 그날의 장사를 마지고 주막에서 하루를 묵으며 국밥에 탁배기 한 잔으로 그 날의 회포를 풀었을 것인데 이는 조선후기의 풍속도에도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국밥은 예로부처 지금까지 서민을 배부르게 해주는  음식, 국민이 사랑하는 음식인 것이다.


국밥은 종류 많다. 재료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는 향토 음식이기 때문이다.  순대국밥 이외에도 돼지국밥, 굴 국밥, 소머리국밥, 선지국밥, 우거지국밥, 콩나물 국밥등 전국 각지의 우리네 농촌과 어촌에서 나는 고향의 음식이며 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음식이라는 점과 국에 밥을 말거나 양념이 추가되어야 더욱  맛을 낸 다는 점에서 어우러짐과 화합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사실, 국밥은 이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대중 음식이 된것을 넘어서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k - 푸드가 되었을 뿐아니라 편의점, 마트 등에서도 조리가 다 되어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늘 우리 곁에 있는 친근한 음식이 되었다. 모든 찬이 국밥안에 들어있는 듯 고추와 양파만으로도 최고의 맛을 누릴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음식, 식사 뿐만 아니라 애주가들의 안주감으로도 손색이 없는  추운 겨울 날 국밥의 뜨끈함으로 몸을 녹이고  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겨내는 음식, 국밥이야 말로 전 국민의 보양 음식이다.


또한 국밥에는 어느 음식도 갖고 있지 않은 유연성이 있다. 콩나물에 밥을 말면 콩나물국밥, 시래기에 밥을 말면 시래기 국밥, 어떤 재료와도 화합할 준비가 되어있고 탄수화물은 물론, 무기질, 지방, 단백질, 비타민 까 갖가지 영양소가 국밥 한 그릇에 다 들어있을 정도로 완전식품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어렵고 어려운 이 시대, 물가상승에 고금리 등 유례없는 경제불황으로 누구라고 할 것없이 힘든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할 즈음에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고 각종 양념을 넣어 입맛돌게 하는 국밥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힘을 내어 세상으로 다시 뛰어들어 일할 수 있도록 든든하고 배부른 국밥의 힘이 필요한 때인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 잔씩 들고 산책을 하는 시간, 언제 쌀쌀했나싶게 따사로운 봄 햇살이 세상을 비추고 덩달아 우리 마음도 따스해진다.


"하늘도 말고 볕도 따뜻하고 날이 아주 좋습니다."

"그러게요. 너무  좋은데요."


직원들의 얼굴에 따스한 온기가 퍼지고 여름오고 오고 있음을 알리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봄날 오후, 국밥 한 그릇의  만족이다.

콩나물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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