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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y 16. 2024

오줌싸개

마음 에세이

[에세이] 오줌싸개

한결


어렸을 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내게  제일 무서운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망태 할아버지 였고 또 하나는 자다가 이불에 지도를 그려 망신당하는 일이었다. 그중  망태할아버지란 넝마주이를 말하는데 그 시절에 어깨에 커다란 망태를 둘러메고 내 키만한 집게를 가지고 다니며 폐지나 고철 , 고물 등을 줍는 사람이 꽤나 있었다. 망태 할아버지는 고물만 줍는것이아니라 집집마다 돌면서 밥이나 쌀, 금전을 구걸하는 일도 겸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대문을 다 열어놓고 살던 시절이라 수시로  망태  할아버지를 접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망태 할아버지만 오면


"얘, 잡아가세요. 말 안들어요." 라고 고해바치듯 말했고 망태할아버지는 비위를 맞춰주어야 뭐라도 받아가기에 "이놈"하면서 나를 잡아가는 시늉을 하곤 했다.


또 한가지는 밤에 자다가 쉬야를 하는 것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오줌을 싸면 안된다는 일종의  사내아이로써의 자존심 때문에 치심을 느끼곤 했는데 어느 날 한번은 밤에 실수를 한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니 너 왜그러니. 안되겠다. 너 이거 쓰고가서 옆집 할머니에게 소금 받아와!"


어머니는 키를 주면서 그걸 뒤집어 쓰고 옆집에가서 소금을 받아오라했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무안이었는데 그날처럼 어머니가 미웠던 적은 없었다. 날 그토록 이뻐하던 옆집 할머니에게 소금을 받아오라니 청천 벽력같은 소리였지만 어머니의 명이 워낙 강해 거절을 할수가 없었다. 옆집에가서 난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엄마가 여기에 소금받아 오래요!"

"너 오줌쌌구나!" 하고 소금을 한줌 키에 담아주시는 거다


 '줄려면 많이주지 이게 뭐야. 많이 줘야 오줌을 안싸지'

키를 들어 머리 뒤로 휙  뿌려버리고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너 소금 왜 안받아 왔어?,  할머니 안계셔?"

"몰라. 소금을 조금 주잖아. 오줌을 안쌀려면 많이 줘야지."


어머니는 어이가 없었는지 그뒤로는 아무 말씀 없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왜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소금을 많이 받아가야 오줌을 안쌀것같아서 내심 옆집 할머니가 소금을 한 양재기쯤은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잘때 이불에 오줌을 싼적이 한번도 없었다. 오줌싸개 현상은 자연적인 것이고 자라면서 점점 없ㅇ어진다고 한다. 그 때 중요한 것이 심리적 압박을 주거나 해서는 안되는부모들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한다.


깊어가는 밤,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 얼굴이 떠오른다.

고향의 옆집 할머니는 돌아가신지 오래고 어머니는  2주전에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뇌경색에 잘 걷지를 못하고 자꾸넘어지셔서 골절상입기를 수차례 이 과정을 반복하며 몇 년을 버티다버티다 못해 입원을 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요실금 때문에 화장실을 자주가야해서 밤에 잘 때는 기저귀를 차게 한다고 한다. 집에서도 요실금 약을 먹어도 수시로 화장실을 가고 약을 안먹으면  타이밍을 놓쳐 그냥 실례를 하는 경우도있었다. 어머니는 싫으시겠지만 새벽에 요의를 느껴 급하게 화장실가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기에 어쩔 수 없다.


그 옛날의 오줌싸개 아들은 장성하여 벌써 노년을 코 앞에 둔 중년이 되었고 어머니는 세월의 훈장으로 기저귀를 받았다. 노화와 질병의 순환 또한  세월의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것일게다. 이미 부모님이 돌아가신 회사 동료가말하길 부모님 생전에 하두 힘들어서 짜증도나고 화도 냈지만 살아계실 때 잘해 드리라고 나중에 후회한다고 말한다. 이번 주 일요일엔 어머니 외출을 시켜드리는날이다. 어머니가 원하는 보행 운동도 시켜드리고 맛난 음식도 시켜 드려야겠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지만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되돌릴 수 없듯 세월은 그 어느것도 기다려주지 않으며 나의 시간  또한 오래지 않아 어머니의 뒤를 따를 것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해야하지 않을까. 쉽지는 않다는 것을 이미 수많은 날 들을 통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자식 도리는 다해야함을  알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계의 초침소리는 자꾸만 커져가고 이 생각  저 생각에  잠 못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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