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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an 30. 2023

이문구의 '유자소전'

이문구의 '유자소전'에서 보는 이 시대의 성인은 누구인가

이문구(1941-2003)작가는 충남 보령 출신으로 부친이 남로당 보령지역총책이었던 까닭에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친과 둘째, 셋째 형을 잃고 평탄하지 만은 않는 삶을 살았다고한다.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여 김동리 선생에게 배웠고,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에서 1980년까지 살며 연작소설 위대한 역작 ‘관촌수필’을 완성했다.


주인공인 ‘나’에게는 아주 절친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충남 홍성군 광천 출신이나 충남 보령에서 자라 보령 사투리를 잘 쓰는 사람으로 매사에 솔직 담백하고 생각이 깊고 침착하였으며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을 가진,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유재필'이라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유자'라 불렀는데 그가 왜 '유자'로 불리웠는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나’는 중학교에 들어가 ‘유자’를 만나게 된다. 폭력적인 실업 선생님을 말로 이기는 유자가 신기했지만 서로 친하지는 않았다. 유자는 원체 호기심이 많아 면 공관의 영사기사를 쫓아다니며 조수 노릇을 했다. 영사기 한번 못 만져 봤지만 확성기 선을 연결할 줄은 알았다. 때는 자유당 말기 시절이어서 자유당의 횡포가 심했다. 자유당이 민주당의 확성기 줄을 끊을 때 마다 유자가 선을 연결했다. 이때의 인연으로 중학교 졸업 후 유자는 민주당의 정치 식객이 되기도 한다. 입대 하는 길, 논산훈련소 가는 길에 누군가 놓고 내린 사주 책을 읽다가 사람들의 사주를 봐주게 되고 입소하기도 전에 보는 사람이 들어왔다고 이미 소문이 나 편하게 신병생활을 했다. 게다가 조교로 있는 친구를 덕분으로 높은 사람의 사생활을 파악 후 사주를 봐서 족집개로 소문이 난다. 그 후 군대에서 배운 운전 기술로 고향에서 택시 기사를  하다가 재벌총수의 운전기사 노릇을 하게 되는데 ‘나’는 운전기사로 취직한 유자가 부럽지만하지만 유자는 술집에서 문구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며 답답하고 꼬장한 인물이라며 사람보다 비단잉어를 더 중요시하는 총수를 비웃는다. 그러던 어느 날 비단잉어가 떼죽음을 당하는데, 총수가 유자에게 따지자 고뿔에 걸려 죽은 것 같다고 대답하고 죽은 잉어 들을 어찌 했냐고 재차 묻자 매운탕을 해먹었다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총수는 오늘도 연못이 텅 빈 것이 못내 아쉬운지 식전마다 하던 정원 산책도 그만두고 연못가로만 맴돌더니,


"유 기사, 어제 그 고기들은 다 어떡했나?"


또 그를 지명하며 묻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한 마리가 황소 너댓 마리 값이나 나간다는디, 아까워서 그냥 내뻔지기두 거시기 허구…… 게 비눌을 대강 긁어서 된장끼 좀 허구, 꼬치장두 좀 풀구, 마늘두 서너 통 다져 놓구, 멀국두 좀 있게 지져서 한 고뿌덜씩 했지유."

- 본문 중에서


총수의 집에는 불당이 있었는데 어느 날 유자가 얼룩을 침으로 불상을 닦다가 결국 짤린다. 그것은 유자도 원하던 바였다. 결국 유자는 운전기사에서 짤리고 재벌그룹에 운수업이 있었는데 교통사고 처리 업무를 유자가 맡았다. 유자는 회사를 위해 일하지만 피해자의 보상 문제를 최대한 챙기려고 노력했고 사고를 낸 운전수 가족들도 챙기고 사망자가 생기면 유족인 것처럼 장례식장에 나타나 최선을 다한다. 총수는 유자의 능력을 높이 사 과장으로 승진시켰으나 그의 아버지가 남조선노동당 홍성군당위원장으로 처형당했기 때문에 그 이상은 올라가지 못한다. 말년에 종합병원 원무 실장을 맡은 그는 1987년 6월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중상을 입은 사람들이 돈이 없자 모두 탈출시킨 후 사표를 쓰고 퇴사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몸의 이상을 느끼고, 종합병원으로 가서 검진을 받아본 결과 그는 간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사람들을 도우러 나서는 바람에 무리를 하다 보니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고 결국 암이 악화된 재필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을 힘겹게 이끌고 사람들을 돕다가 숨을 거둔다. 남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던 유자를 기리기 위해 문인들은 시를 쓰기도 하고 소설가 '나'는 이렇게 짧은 전(傳)을 쓴다


중국에서 공자, 맹자 등 성인에게만 붙인 다는 '자'를 유재필에게 붙였다. 비록 학식이 풍부하거나 성인이 아닐지라도 그의 사람 됨됨이는 존경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 화자인 ‘나’는 바로 이 소설의 작가 이문구이다. 그는 늘 약자의 편이었던 유자를 좋아했고 존경했다. 친구이면서도 삶의 스승이다. 바로 전기문 형태의 소설인 ‘유자소전’은 작가의 실존했던 벗의 일대기를 소설로 기록한 것이다.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의 세상에서 ‘유자’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유자처럼은 못되어도 그 흉내라도 내는 사람이 되는 것도 어려운 세상 아닌가.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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