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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an 16. 2023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에서 지금을 보다

우리에거 '무진기행'으로 너무도 잘 알려진 작가 김승옥(1941- )은 일본 오사카  출생으로 전라남도 순천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였고, 1962년 단편 ‘생명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1964년 '무진기행' 등을 발표했고 1965년 꿈과 생명력을 상실한 현대인의 삶을 조망한 '서울, 1964년 겨울'로 1960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일컬어 진다.


작품은 1964년 어느 겨울밤, 술집 안에서 구청 병사계 직원인 스물다섯 살의 주인공인 '나(김)'가 같은 나이의 대학원생 ‘안’을 우연히 만나 대화를 하게 되고 그러던 중 삼십 대의 외판원 사내가 말을 걸어와 어울리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내는 급성 뇌막염으로 사망한 아내의 시신을 병원에 팔고 오는 길이라고 말하며 시신을 판 돈 사천원을 다 쓸 때까지 함께 있어달라고 ‘나’와 안에게 부탁하고 이렇게 셋은 서울의 밤거리를 동행하다 화재가 난 곳을 구경 가게 된다. 사내는 쓰고 남은 돈을 불속에 던져버리고 세 사람은 여관으로 향한다. 함께 있어달라는 사내의 말에도 김과 안은 각자의 방을 빌려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사내는 죽은 채로 발견, 김과 안은 여관을 나와 서로 헤어진다.


이 작품은 세 명의 인물들이 겪는 하룻밤의 일을 통하여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하던 1960년대 중반 서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나’와 안, 사내로 지칭되고 있는 이유는 1964년 서울에서 사는 평범한 사람임을 뜻하기도 하고 셋 사이에 어떤 유대관계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


작품에서 화재 구경 장면, 여관방, 사내의 죽음, 이 세 가지 장면이 중요한 포인트인데 이는  자신만의 안위 만을 걱정하고 타인의 슬픔이나 문제에는 전혀 관심 없는 그 당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작품의 주제 의식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첫째, 화재 구경 장면이다. 사내는 불속에서 아내의 환영을 보며 돈을 던지고 끝내 울고 만다. 그러나 '나'와 안은 그저 멀리서 사내가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릴 뿐이다. 사내의 아픔에 공감하거나 위로하는 모습은 없다.


두 번째, 여관방에서의 모습이다 '나'는 한방에서 같이 자자고 말하지만 안은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자고 한다. ‘나’가 안에 비해 조금 더 온정적이긴 하지만 결론은 마찬가지로 적극적이지 않다. 아마 둘은 사내 혼자 두면 무슨 일이 일어 날수도 있다는 것을 추측하고 있었으리라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셋째는 다음날 '나'와 안이 사내가 여관방에서 죽은 것을 알고 서둘러 빠져나오는장면이다. 이유는 단 하나, 사내와 엮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디 1964년 뿐이겠는가. 작품은 지금의 현대 사회를 정확히 투영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이웃과 인사조차 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엘리베이터에 혼자 타고 올라가길 원하고  옆집에서 누가 죽어나가든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들일 뿐이고 나는 나일뿐이다. 익명성과 개인으로 대표되는 현대사회, 지금도 어느 곳에서 작품의 30대 중반의 남자처럼 그 누군가가 철저히 소외 당해 죽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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