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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r 31. 2023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등대지기'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등대지기'에서 만나는 조국애

폴란스 현대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헨리크 시엔키에비치(Henryk Sienkiewicz, 1846-1916)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는  포드리아 지방의 볼라 오크셰이스카 마을의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바르샤바 대학 시절부터 일간지에 칼럼과 서평 등을 기고하면서 문학적인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1872년 '보르슈우아 씨의 가방에 담긴 유모레스크'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등단했으며   1896년에 발표한 '쿠오바디스'로 폴란드인으로서는 최초로 190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폴란드는 16세기에 동유럽의 강대국이었으나 18세기에 외세의 침략으로 나라가 사라진 때였고, 작가가 태어난 시점에는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시기였다. 이 작품은 1882년 발표된 작품으로 1876년부터 특파원 자격으로 미국과 유럽을 여행할 때 조국을 떠나 고된 삶을 살아가는 동포들을 보면서 집필한 작가의 대표 단편 소설이다.


파나마 해안의 작은 바위섬을 지키던 등대지기가 거센 폭풍우에 실종되고 새 등대지기를 채용하는 일은 파나마 주재 미국 영사관의 소관이었는데 그날 안으로 후임자를 구해야 했고,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이어야 했는데 워낙 외롭고 고된 직업이라 지원자가 없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후보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칠십 고령의  스카빈스키라는 노인이 등대지기가 되겠다고  찾아오는데 그는  나라를 잃고 스페인 내전에도 참전을 했고  포경선도 타는 등 온갖고초를 겪으며 여기 저기 떠도는 삶을 살아온 인물로 이제 한 곳에 머물기를 원하며 간절히 등대지기를 원하는 바 영사는 그를 채용하게 된다.


그렇게 등대지기를 하며 지내던 그 어느 날 식량을 가져오는 연락선에서 색다른 소포 꾸러미를 받는데 그것은 미국 폴란드협회에 월급의 절반을 기부한 것에 감사한다는 카드와 시집이었다. 노인은 모국어로 씐 시를 읽다가 모래사장에 엎드려 운다. 모국어로 된 시를 읽으며 고향조차 잊은 채 잠잠히 지내던 노인의 영혼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그동안 쌓였던 조국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그 시집 한 권으로 인해 타오르는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조국을 본 것이 40년 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모국어가 그에게 다가왔고 그것도 지구 정 반대편에 있는 그를 찾아 바다를 건너서 온 것이다. 노인은  종일 시집을 읽고 고향 생각을 하다가 그 벅찬 감동으로 인해 수 년 동안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등대를 켜는 것을 깜박 잊어버린다. 그로 인해 지나가던 배가 모래 언덕에 부딪치게 되고 그로 인해 결국 해고 당하고 모국어 시집을 가슴에 품은 채 뉴욕 행 여객선에 몸을 싣는다.


폴란드는 오랜 기간 동안 러시아 제국의 통치를 받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타지에서 생활하던 폴란드 인들에게 모국어는 곧 조국이며, 고향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통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인간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외국을 떠돌며 평생을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아온 노인, 스카빈스키를 버티게 한 삶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소설에서 조국애와 모국어라는 것으로 상징된 애국심이었다. 아마 노인은 섬을 떠나면서 뉴욕을 거쳐 모국인 폴란드로 가지 않았을까 싶다. 삶의 기나긴  여정에서 결국 포기하지 않고 생을 살아간 이유는 자신의 실존의 이유를 확인시켜준 모국어가 있었고 다시 돌아갈 조국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조국 폴란드는 과거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에 의해 분할되어 123년간이나 나라 없는 삶을 살다가 1918년 독립했으나 다시 1939년 나치 독일과 소련에 의해 분할, 1945년에 회복된 파란만장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나라를 생각한다. 그 때에도 수많은 애국 지사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지 않았던 가. 일제강점기 후에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수많은 순국 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 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국가가 내게 무엇인가을 해주기만을 바라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치욕스러운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국강병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는 정부와 관료, 정치가 뿐만이 아닌 우리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인 것이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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