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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Feb 03. 2023

윤흥길의 '완장'

윤흥길의 '완장'에서 보는 권력의 남용과 오용

전북 정읍 출신의 윤흥길 소설가(1942~  )는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회색 면류관의 계절'로 등단하였고,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토착적인 무속신앙을 통해 극복되는 과정을 그린 ‘장마’, 산업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노동계급의 소외와 갈등을 형상화하고 있는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왜곡된 역사현실과 삶의 부조리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묘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독특한 리얼리즘의 기법에 의해 시대적 모순과 한국현대사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기도 하며 산업화에 따루 소외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보여준다.


완장의 사전적 정의는 신분이나 지위 따위를 나타내기 위하여 팔에 두르는 표장이다. 그의 소설 ‘완장’은 완장이라는 매개체가 사람을 어떻게 오만하게 만드는지, 그로 인해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시골마을 최사장은 부동산을 통해 부자가 된다. 그리고 마을 저수지 사용권을 얻는다. 저수지를 관리할 사람이 필요해 자신의 조카이며 마을 이장인 ‘익삼’에게 한 달에 오만원을 주기로 하고 저수지를 관리인을 시킨다. 그 전까지 저수지는 마을의 공공재산으로 관리되어왔으나 최사장의 소유가 되고 유료낚시터를 세울 계획을 갖고 있었으므로 불법어로행위를 막아야 했다. 그 단속 행위를 해낼 적임자가 있었으니 전과자이며 건달인 ‘종술’이었다. 종술은 자신의 어머니인 운암댁, 딸과 함께 살고 있던 중이었다. 감시원 완장을 찬 종술은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된다. 완장을 찬 종술은 최사장과 익삼에게는 철저히 복종하지만 불법어로행위를 한 사람에게는 가혹하리만큼 폭력을 행사한다. 종술의 팔에 두른 완장은 힘이었고 권력이었다.


종술이 어릴 때부터 경험한 완장이란 이런 것이었다.


‘그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완장은 있었다. 완장을 찬 반장은 아이들 세계에서 거의 담임 선생하고도 맘먹을 정도로 세도가 당당했다. 손가락으로 건드려도 넘어지게 생긴 허약한 녀석일지라도 반장 완장만 찼다하면 단박에 백팔십도 달라져서 으레 남들을 호령하는가 하면 저보다 힘센 놈들로부터 아첨을 받는 입장이 되는 것이었다. 어떤 날은 결근한 담임 선생님을 대신해서 기다란 막대기로 칠판을 두드려가며 학생들을 가르치기로 했다.'

-본문 중에서-


그런 종술을 걱정하는 사람은 그의 어머니 운암댁이었다. 운암댁의 남편 윤씨는 일제 강점기에 구들장 밑에 숨겨놓은 나락가마가 들통 나면서 헌병대에 끌려가서 모진 매를 맞고 오른 손이 불구가 되었다. 이를 밀고한 자는 같은 동포인 박씨였는데 그런 윤씨에게 완장을 찰 기회가 생겼다. 6.25 이후 치안이 공백인 상태일 때 면내 자위대 완장을 차게 된 사람이 임씨였다. 완장을 찬 임씨는 기세등등했고 살기를 품고 박씨의 행방을 찾아다녔다.


완장을 찬 종술은 더 기세가 등등해져 낚시를 하러 온 젊은이들을 폭행하고 자신의 동창과 그 아들까지 구타를 한다, 결국에는 최사장과 익삼의 말도 듣지 않게 되면서 결국 해고를 당하고 만다.


우리 사회에 완장을 차고 분에 넘치는 행동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까. 높은 직위에 올랐다고 자신의 해야 하는 본분을 잊 버리고 완장의 기세에 취해 그 힘을 남용하고 오용한 사례는 없을까.  작품은 말한다.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다고 하면서 일단 선출되면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속담을 여실히 보여주는 정치인,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원들에게 갑질하는 고위 간부, 자신의 부를  뽐내며 백화점같은 곳에서 직원들에게 안하무인격으로 대하는 나이만 먹고 생각은 미 성숙한 교만과 위세의 완장을 찬 사람이 되지 말고 스스로  늘 겸손을 돌아봐야한다고 따끔히 경고하고 있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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