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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pr 04. 2023

오정희의 '소음공해'

오정희 소설 '소음공해'에서 보는 개인화 비판

저자 오정희(1947~ )는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1968년 '중앙일보'에 단편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미명’, ‘불의 강’, ‘중국인 거리’ '새' 등이 있고 1979년 ‘저녁의 게임’으로 제3회 이상문학상, 1982년 ‘동경’으로 제15회 동인문학상, 1996년 ‘부러진 저쪽’으로 오영수 문학상, ‘불꽃놀이’로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후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우미와 남동생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새’로 1987년 프랑크푸르트의 그리스도교 세계교회센터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을 독일 독자에게 알리기 위해 이들 지역 여성작가 들 가운데 선정해 주는 상인 '리베라투르 상'을 한국인으로 최초로 수상하였다.


위층에서 들리는 소음에 짜증이 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의 전형적인 주거 양식이 아파트와 같은 집단 거주 시설이 되면서 층간 소음 등과 같은 문제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과 동시에 이웃 간의 갈등을 불러 온다. 최근 우리나라의 층간 소음은 갈등의 수준을 넘어섰다. 주의를 주거나 항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등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윗 집의 주인이 바뀐 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발생한 이웃 간의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 더불어 사는 삶과 이웃 간의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의미를 묻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 속 '나'는 출장이 잦은 남편과 두 고등학생 아들 덕분에 여유롭게 살며 심신장애자를 위한 자원봉사와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교양 있고 타인에게 배려가 많은 가정주부로 나오지만 이웃에게 무관심하여 본인의 잣대로만 남을 판단하려 드는 이중적인 태도도 동시에 갖춘 인물이다. 이런 '나'의 태도는 봉사 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편안히 음악을 듣던 중 윗 집의 수레를 끄는 듯한 드르륵 거리는 소음에 화가 날 대로 난다. 하루 이틀이 아닌 소음 때문에 온 가족이 스트레스를 받자 인터폰으로 경비원에게 위층에 주의를 줄 것을 요청도 해보고 직접 위층 사람과 인터폰을 통해 대화도 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결국 '나'는 묘안을 찾던 중 지난 겨울에 선물 받은 실내 용 슬리퍼를 생각하고 이 것을 선물하면서 조용히 하라는 메시지도 함께 부드럽게 전달하기 위해 위 층을 찾아가나 윗 집 여자가 휠체어를 탄 젊은 여자였다.  그녀가 소음이 적은 바퀴로 갈아 볼 참이었다며 죄송하다고 말하자 '나' 선물하려고 했던 슬리퍼를 황급히 뒤로 감추며 정작 이웃에 무관심 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반전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에피소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위층 여자가 앉아있던 휠체어는 갈등을 해소시키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웃에 무관심했던 주인공의 행동을 더 극대화 시킨다. 주인공이 선물하러 했던 슬리퍼 역시 윗층 여자에게는 쓸모없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기적이었던 마음을 비추어 보여주기도 한다.


현대인에게 이웃은 '타인'과 다름이 없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만나도 거의 인사를 하지 않는다. 옆집도 그러한데 윗집, 아랫집은 더하다. 어떤 정신이상자가 살지 모를 일 아닌가. 틀린 생각은 아니다. 차라리 소음이 들리면 아파트 경비실에 민원을 넣어 해결을 촉구한다. 이웃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거니와 해가 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에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바로 사회 구조 및 생활양식의 변화와 짙어진 개인화 성향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이웃 같은 사람들과의 대인관계를 부담스럽게 느끼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타인과의 소통과 믿음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살자는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가까이 사는 이웃은 의심의 대상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 믿고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할 숙제가 있다. 1층을 세우지 않고 2층을 만들 수 있을까. 여러분 들은 어떠한가. 과연 내게는 진정 의심없이 이웃을 받아 들이고 소통하며 믿고 교제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그 누구라도 웃는얼굴로 인사부터 시작할 일이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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