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의 의미

한결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당근의 의미

한결


최근들어 중고 마켓의 대표적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주로 나중에 해외 여행을 가기 위한 여행 경비 마련의 목적으로 달러나 엔화를 은행보다 좀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당근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면 거래를 유도한 중고 플랫폼이다. 아마 자신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당근에 저렴하게 올리면 꼭 필요한 사람이 사가는 판매자와 구입자간에 서로 윈 윈 하는 좋은 취지 였을 것이고 쓰지 않는 물건 나눔을 통해 재활용하자는 자원 절약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은행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때 수수료가 부담이 된다. 특히, 천 달러 이상의 고액으로 환전하면 수수료는 더 커지고 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환차 수익을 낸다. 그럴 때 당근을 찾게 되는데 당근에서의 외환 거래는 불법이 아니다. 국내 거주자끼리의 외환 거래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개인 간 5천 달러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이때 철저한 경제 원칙이 적용되는데 파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비싸게, 사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은 심리가 발동된다. 그래서 파는 사람은 은행 수수료를 내지 않은다는 점을 설파하며 현재 환율시세보다 높게 내놓는다. 그러나 수천 달러의 고액이라면 효과가 있겠지만 소액은 전혀 효과가 없다. 파는 사람이 지정한 장소로 차비를 들여가야하고 그에 소비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은행에서 수수료를 내고 달러화로 바꾸는 것보다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요즘은 카카오 뱅크에 달러은행이 있어 환율이 낮을 때 원화를 입금했다가 달러로 변환시켜 찾을 수 있다. 수수료도 들지 않는다. 굳이 당근에서 비싸게 살 필요가 없는 이유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얼마 전 환율이 치솟을 때 싸게 나온 달러가 있어 예약을했다. 예약하기전 달러당 원화로 얼마인지 분명 확인을 하고 시세보다 저렴하여 예악을 하였는데 잠시 후 환율이 오르자 상대의 마음이 바뀌었나 보다. 오른가격으로 매매를 하겠노라고 연락이 왔다. 이 경우 수수료는 커녕 차비도 빠지지 않는 명확한 손해다.


"거래 안하겠습니다. 다른 분과 하세요. 집에서 가까운 달러 인출기가 있는 곳에서 출금하면 집에서도 가까워 도보로 이용도 가능하고 수수료도 들지 않습니다."


엔화의 경우엔 엔화 은행이 없으므로 현재 환율로 지불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번은 엔화 거래를 했는데 같은 동네 사람이었다. 네이버 환율로 거래를 했는데 350엔 동전을 서비스로 준단다. 동전은 원화로 환전을 해주는 은행도 있으나 반 값 정도는 쳐준다. 원화로 3,000원이 넘는 액수지만 기꺼이 서비스로 내주었다. 파는 사람은 정을 베풀고 사는 사람은 기분 좋고 다음에 팔 때 또 내가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고 바로 이 것이 당근의 본 취지 일 것이다.


당근 마켓의 의미가 점점 퇴색하는듯하다. 자신이 안쓰는 물건을 나눔으로 베풀거나 중고 물품을 싸게 판매하는 장점이 있지만 가끔 얼토 당토 않은 금액으로 올려놓고 네고도 불허한다는 게시글을 보면 살테면 사고 말려면 마라는 식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해 얼굴이 찌푸려진다. 물론 판매자가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오늘 오전 달러 은행에서 1달러를 살때 수수료 없이 1039. 80원의 비용이 들었다. 그런데 당근에서는 1070원이나 1075원을 달라고 한다면 누가 이를 사겠나. 또, 판매자가 그때의 환율인 1039. 8원으로 판매 가격을 내려놓지 않는다. 당근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세상이 좀 여유있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여행가서 쓰고 남은 돈을 파는 것 아닌가. 좋은 마음으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여행다녀와서 남는 외화를 본전이나 적정선에서 내놓는다면 사는 사람도 그 고마움을 고려해서 조금더 더 생각해주는 마음이 들 것 이다. 1원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강팍함이 불쾌한 세상을 만들고 어떻게든지 이익을 보려는 욕심의 마음이 선함을 의미 없게 만든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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