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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는 책책책 2시간전

엄마의 예민함에 대하여

내 아이 문제라면 엄마는 왜 걱정부터 하게 될까?

   

엊그제 있었던 일이다. 아이가 하원 후 집에 A라는 친구를 잠시 데려오면 안 되겠냐며 내게 전화를 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초대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친구와 잠시 이야기할 게 있고 딱 30분만 있다가 갈 거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A라는 친구는 지금까지 서너 번 보았는데 아이가 좀 어두워 보였다. 우선 나를 볼 때 내 눈을 제대로 안 마주쳤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아이 방에서 들리는 말소리를 들어보니 아이들끼리 있을 때는 밝고 즐거워 보였다.

그러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방에 둘이 들어가고 30~40분이 흘렀을까?

내 아이 핸드폰이 울렸다. 아마도 그 A의 엄마인 듯했다. 내 아이가 A의 엄마와 통화를 하는 동안 A는 분주하게 집에 갈 채비를 했다.

문 앞까지 친구들 데려다준 내 아이가 현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또 아이의 전화벨이 울렸다.

존댓말을 쓰는 걸 보니 어른인 듯했다.

아이는 내 눈치를 보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 통화를 계속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나도 곧 따라 들어가 통화 내용을 들어보았다.     

 

“어른들이 걱정을 하니까 앞으로는 어른들 허락을 받고 놀아야겠지? 앞으로 A가 너의 집에 가고 싶다고 해도 절대 안 된다고 말해주겠니?”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거 같다.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사실 아무리 친절하게 말을 해도 어른이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전화를 하고 통화를 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무섭고 두려운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기분이 좀 상했고,  어른인 내가 통화를 해야 할 거 같아서 아이 전화를  내가 받았다.     

 

“안녕하세요. 저 OO 엄마입니다. 할 말씀 있으시면 아이가 아니라 저에게 해주세요.”

그랬더니 그 A의 엄마는 좀 당황한 듯했다.      


“저는 OO이를 혼내려거나 그런 게 아니에요.. 제 아이가 하원 후 연락도 안 되고, 기다려도 오지를 않고, 담임선생님께도 전화를 했더니 이미 하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흑.. 갑자기 눈물이 좀 나오려고 하네요.."


“아 네.. 그런데요. 그런 이야기는 우선 A와 먼저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이와 연락이 안 되었다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고요. 왜 저희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제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서요"

      

“저희 아이가 아파요.....어릴 때 병상에만 있었고요...(중략)

 어릴 때 소아암에 걸렸었고 병상에만 있었어요...”     


너무 엄청난 이야기가 훅 내게 들어왔다. 사실 다른 이야기는 잘 기억도 안 난다.

'소아암'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입력되지 않았다.


정신이 멍해졌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되는 것일까?

나는 A의 엄마를 학교에서 한 번 마주치기는 했지만 얼굴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데..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갑자기 내게..?왜..???

  

자신의 아이가 이렇게 아프니 오늘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것인가? 엄마와 몇 분간의 통화가 있었고 A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올 시간이 되었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A가 너무 안쓰러웠다. 어두워보였던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내가 오해를 했었구나 순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괜히 내가 아이 전화를 받았구나 싶었는데  순간, 아직 A가 학교에서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왜 자신의 아이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 내 아이에게 먼저 전화를 한 것일까?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그 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내 아이에게 오늘 상황을 물어보니 A가 하교 후 엄마에게 이미 허락을 받았고, 너희 집에 놀러 가고 싶다고 말하며 내 아이를 따라왔고, 내 아이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힘들어서 내게 전화를 했고 내가 알겠다고 하자 그 친구를 집에 데려온 것이라는 것이다.      


그 엄마는 아이와 연락이 되지 않는 30~40분의 시간 동안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픈 아이였으니 더욱더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내 아이에게 관련된 부분은 예민해진다.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곤란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가만히 기다릴 수가 없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내 아이, 내 가족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엄마이다.      



 

얼마 전 티브이 속 한 엄마가 생각이 났다.

그 엄마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에게 학대를 당했고, 그 후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트라우마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지금 그 아이는 이미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지만 그 엄마의 시간은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녔던  시절에 멈춰있었다.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계속 힘들어했으며 그 아이를 보는 시선은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었다.

그 엄마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시켰던걸 멈추었다.

아이 역시도 매사에 자신감과 의욕이 없어 보였다.      


나는 A의 엄마와 티브이 속 그 엄마가 순간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A의 엄마는 A를 볼 때마다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했던 기억, 생사를 넘나들며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 아닐까.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아이를 바라볼 때 슬프고 안타까운 눈을 하고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그래서  아이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엄마들마다 입장은 다르지만 우리는 아이를 잘 키우려고 무진 애를 쓰는 엄마임은 같다.

나는 의연하고 관대한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아이의 일에는 정말이지 마음대로 안되는 같다.

지금도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걱정하고, 고민하고 있는 세상에 모든 엄마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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