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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는 책책책 Jul 03. 2024

오늘이 행복한 아이

아이도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사실 나는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할 수 있는 엄마가 못된다. 

나도 계획적으로 살고 있지 않는데 무슨 자격으로? 

잠시 이것저것 아이의 진로에 관여하고 학습을 시켜주는 엄마를 흉내를 냈던 적이 있었는데 언제나 미흡했고 불편했다. 

아이 엄마 친구들과 아이들 교육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이야기에 깊이 낄 수가 없었다. 나는 어느 학원이 좋은지도 잘 모르고, 공부를 많이 시키는 엄마가 아니며, 지나친 교육열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과의 대화 중 영어는 어디 학원을 보내야 하고, 독서 논술은 언제부터 시키는 것이 좋고 등 이런 대화가 솔직히 힘들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자녀들 이야기, 그중 대부분 교육 이야기를  하는 대화는 엄마들과의 거리를 전혀 좁혀주지 않았기 때문에 만남의 의미도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엄마들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나는 극소수 엄마인가? 

모르겠다. 아직까지 나와 비슷한 엄마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가수 이적 엄마로 많이 알려진, 과외 한 번 시키지 않고 세 아들을 서울대로 보내서 유명해진 여성학자 박혜란 작가가 집필한 책인데 아마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받고 싶었던 거 같다. 


“엄마들의 최대 불안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가 엄마를 잘못 만나서 제대로 피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다. 다른 엄마들은 ‘별 고민 없이’ 하는 엄마노릇을 별로 잘나지도 않은 자신만 왜 복잡하게 생각할까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다가 결국 다른 엄마들을 따라간다.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중에서 


나는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아이들을 불안감에 공부하게 하기보다 오늘을 행복하게 만드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전문가들도 10년 후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아이의 미래를 완벽한 길로 안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자식이니까 내 뜻대로 키우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내 아이도 자기만의 뜻을 가진 존재인데, 내 소유물이 아닌데, 자식에게도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뜻에 맹종하는 자식일수록 훗날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큰 짐이 되지 않을까?    

  

-박혜란 작가가 말하는 좋은 엄마-


첫째, 아이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둘째, 아이를 끝까지 믿어 준다. 

셋째,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넷째, 아이의 생각을 존중한다. 

다섯째, 아이를 자주 껴안아 준다. 

여섯째, 아이와 노는 것을 즐긴다. 

일곱째, 아이에게 공동체의 룰을 가르친다. 

여덟째, 아이에게 짜증을 내지 않는다. 

아홉째,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특히 공부하라는.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사교육비’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가정 소득에서 사교육비를 어느 정도로 측정해야 할 것인가?

부모 마음이야 아이에게 좋다는 교육은 다 시켜주고 싶을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이렇게 두 아이를 키우고 있고 사교육비로 둘이 합쳐서 100만 원을 넘지 않기로 정했는데  몇년 후에는 모르겠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전문적인 학원을 다녀야 하니 학원비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서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엄마들이 생기고 있는데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또 노후까지도 준비해야 하는 현실이다. 

나는 자녀에게 올인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아이들이 훗날 “그때 저에게 모든 걸 쏟아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부모님의 노후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식에게 가장 좋은 부모는 노후에 경제적으로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부모가 아닐까?     

      

“엄마들은 걱정한다. 아이가 상냥하고, 인사성 바르고, 성실하고 정직한 건 좋지만 그렇게 살면 결국 세상에 적응 못하고, 남에게 이용만 당한다고, 우리 친정아버지도 그렇게 살았고, 남편도 그렇게 살아서 속이 터진다고, 아이만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그렇다면 엄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지 않는 것?”     

                                                              -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중에서-


딱 내 첫째 아들 이야기다.

 나는 애 아이가 너무 배려심이 많고 순하고 상냥해서 고민이었다. 누군가는 이런 것도 고민하냐고 할 줄 모르지만 내가 보았을 때 세상은 착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고, 쉽게 보이면 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훌륭한 사람이라는 무엇일까?

돈 많이 버는 사람, 높은 자리에 오르는 사람, 이름을 떨치는 사람?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에게 너무 엄마가 아는 세상, 냉혹하고 혼탁한 세상을 미리 알려 준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보는 세상을 먼저 보여주지 말자. 

아이도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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