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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키오사우르뜽 Nov 23. 2023

하루를 4시 50분에 시작해도 피곤하지 않은 이유

사람이 주는 힘, “팀 트레이닝, 라이프 체인징“

“팀 트레이닝, 라이프 체인징”

솔직히 처음에 들었을 때는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다. 같이 운동하는 걸로 무슨 인생 변화야..? 싶었는데, F45는 정말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토요일 프로그램 스페셜옵스. 친구들이랑 로카티 맞춰입고 가면 흥미는 109827배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 운동을 하면서 몸 쓰는 걸 좋아라 했지만, 수술 후 체력 회복이 안되고 만사가 귀찮고 이전 같지 않은  내 모습이 내 눈에 보이는 게 싫어서 회피형 만렙인 나는 그냥 운동이랑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러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때마침 운 좋게 F45를 알게 됐다. (여담: 대문자 I인 난, 첫 수업 부킹하는데 까지 3개월이 걸렸다.)


이제 운동은 내 인생에서 선택 아닌 필수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F45는 신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내 삶의 패턴, 생각 그리고 시각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줬다.


하루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사과 하나 깎아서 챙기고 양치하고, 세수 쿨패스하고 눈곱만 쿨하게 떼주고, 운동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겨울엔 차가우면서도 반가운 공기를 마시고 여름엔 상쾌하면서도 텁텁한 공기를 느끼며 5시 25분에 버스를 탄다.


신논현에 도착하면 코치님과 친구들이 모두가 전날 뭘 먹은건지, 부은 얼굴로 어제도 본 서로를 몇 달 만에 만나서 반가운 친구처럼 인사한다. 참 신기하다. 마지막으로 본 게 12시간도 안 됐는데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다. 6시 30분 수업 전 조물조물 스트레칭하며 서로 떨어져 있던 12시간 동안에 있었던 일, 오늘 운동, 오늘 일정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점차 내가 일어나는 시간은 10분 앞당겨진 4시 50분으로 바뀌고 매일 타는 버스도 그 앞 차인 5시 15분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블루트랙 수다의 중독성은 강력하다.


겨울에 가는 새벽 운동은 잠 깨는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려서 괴롭다..


처음 F45를 시작했을 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토할 것 같았는데, 옆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도 응원을 해주는 분위기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꾸준히 운동할수록 숨도 덜 차게 되고, 어색했던 동작들도 조금씩 나아지는데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너무 뿌듯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턴 나도 사람들을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프며들었고 1년 3개월을 꾸준하게 새벽 운동을 다녔다. 부끄럽지만, 이전까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하게 한 가지에 몰두한 적이 처음이었다. 단순히 운동이 재미있어서만이 아니라, 주변 친구들이 너무 좋아서 가능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틀을 깨준게 F45이다.


300회 달성 축하 운동


친구들과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하고 같이 출근 준비를 하고 신논현을 나설 때 주변 사람들은 좀비처럼 혼자 출근을 한다. 이상하게도 난 이때 뿌듯함을 느낀다. 나는 그들과 달리 이미 나를 위해 한 가지를 아침에 해냈고, 친구들과 같이 출근길을 나선다는 사실이 철없지만 내가 그들보다 우월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가끔 이벤트성으로 아침 먹는 날이면, 어깨뽕은 맥스를 찍는다. 아침 8시에 친구와 출근 전 아침 약속이라니. 너무 신박하지 않은가? 그러고 헤어지면서 서로 좋은 하루, 맛있는 하루를 보내라고 인사를 해주는데 그런 우리의 모습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꺄르륵 웃는 고등학생들처럼 순수하고 이뻐 보였다.


출근길을 친구랑 함께하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그러다 9월 중순부터 잠시 프사오를 쉬게 되었는데, 며칠 전 F45신논현이 12/17을 마지막으로 영업 중단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듣는 순간 너무 벙쪘고 그냥 멍해졌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집이 사라진 것이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당연한 것도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고 빠르게 찾아올지는 몰랐다.


오운완 거울샷은 선택 아닌 필수


신논현의 영업 중단으로 지난 F45에서의 추억들을 떠올리다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던 일들로 가득해서 잊고 싶지 않아 글이란 걸 처음으로 쓰게 되었다.


F45라는 운동이야 다른 곳에서 이어서 할 수 있지만, 정말 내가 라이프 체인징을 하게 해 준 F45 신논현이라는 참새방앗간이자 사랑방 같은 그 공간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운동을 해도, 안 해도, 아파도, 목적지가 아니어도, 지나가는 길이어도, 버스를 기다리다가도 한 번씩 들려서 에너지를 받아가는 공간이었다. 누군가는 유난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에겐 친정 같은 곳이었다.


오바 좀 떨자면 블루트랙에 붙어있던 여드름패치까지도 그리울 것 같다..


쿼터백 수업은 항상 코치님들이 너무 재미있게 해주셔서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ㅎㅎ


F45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다른 분야에서 각자의 일을 멋지게 해내고 운동도 기똥차게 하는 친구들이다.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좋은 영향을 받고, 긍정적인 에너지도 정말 많이 받았다. 신논현의 영업 중단을 빌미 삼아 친구들에게 너무너무 고맙고 많이 많이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불안감을 늘 안고 사는 인프제라 바뀔 환경과 일상에 대한 불안은 가득하지만 신논현 지점이 사라진다고 해서 친구들을 잃을 것 같은 불안은 없다. 그만큼 친구들한테서 안정적인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아마도 우리는 출근 전에 각자 운동을 마치고 같이 킹모닝을 먹고 있지 않을까?


조찬클럽 스벅편


지난 1년 3개월 동안 F45 신논현 지점에서 많이 배우고 많은 행복과 추억 얻어갑니다. 팀트라체-!


2023년 F45 코리아 플레이오프 팀전 1위, 신논현

@korean_zzangd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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