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의 이야기 (Paul's Story)
폴을 일대일로 전담하는 미스터 샘슨(Mr. Sampson)이 흥분한 목소리로 내게 달려왔다. 폴이 혼자 힘으로 볼링을 시도한 것이다. 일 년 만에 이룬 장족의 발전이었다.
폴은 중증 복합 장애(Multiple disabilities)를 가진 아이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안경을 쓰고, 귀에는 보청기를 끼고 다니는 아이였다. 시각, 청각, 지적능력, 신체장애를 가져서 일상생활에 제한점이 많았다. 아침에 버스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 타고 집에 가기까지 샘슨 선생님이 항상 동행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폴을 처음 만났을 때 모든 것을 이 선생님한테 의존하려고만 했다. 밥을 먹을 때도 샘슨 선생님이 옆에서 먹여주는 것만 받아먹었다. 혼자 먹을 수 있게 시키면 막 울어젖혔다. '응석받이'가 된 것이다.
일단 폴을 잘 이해하기 위해 폴의 엄마와 통화를 했다. 집에서 먹는 것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했다. 예상한 대로 집에서도 폴은 엄마가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누군가가 알아서 모든 것을 다 해주니 스스로 무언가를 시도할 생각이 생길 리가 없었다.
폴은 앞으로 덩치가 더욱 커질 텐데, 체구가 작은 엄마가 모든 것을 다 해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문제였다. 일단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시도하기로 엄마와 의견을 모았다. 집에서도 학교에서처럼 동일한 과제(Task)와 보상을 주어 폴이 스스로 해 나가는 힘을 키우기로 했다.
먼저 손은 쓸 수 있으니 치킨 너겟 같은 핑거 음식(Finger food)은 손으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메뉴로 치킨너겟이 나온 날은 한꺼번에 입에 다 넣는 사고가 생길 수 있어서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크기로 작게 잘랐다. 그리고 폴이 볼 수 있는 거리에 치킨 조각 하나를 담은 접시를 내놓았다.
"폴, 여기 네가 좋아하는 치킨 너겟에 있어. 이제 샘슨 선생님이 안 먹여주고 폴이 혼자 먹을 거야. 자 여기 봐."
내가 치킨을 하나 집어 들어서 입에 넣는 시범을 보였다.
"맛있다! Yummy!"
폴은 나를 신기하게 한참 쳐다본다.
"이제 너의 차례야! 자 치킨을 집어봐!"
갑자기 서럽게 카페테리아가 떠나갈 듯 막 울어젖힌다.
눈물을 닦아주고 진정시켰다.
"폴, 이렇게 울어도 이젠 치킨을 먹여줄 수 없어. 한번 집어볼까?" 격려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무언의 기싸움이다. 다행히 울지는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폴이 포기한 듯 휠체어에 기댄 몸을 접시 쪽으로 기울이더니 손을 접시 가까이에 가져다 댔다. 접시 주위를 손으로 만지더니 치킨을 집으려고 했다. 한 번에 잡히지 않으니 다시 운다.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음이 통하지 않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는지 금세 그치더니 나를 쓰윽 쳐다봤다.
"폴! 정말 잘했어. 다시 해볼까? 폴은 잘할 수 있어." 다시 격려했다.
폴이 접시 쪽으로 손을 가져가더니 이번엔 너겟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에 넣었다.
나와 옆에 있던 샘슨 선생님이 함께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너무나 큰 반응에 폴의 눈이 동그레 지더니 이제는 막 웃는다.
"정말 잘했어. 하이파이브!"
이렇게 아이가 새로운 과제를 시도하다가 처음 성공했을 때 교사의 첫 반응은 중요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잘했을 때처럼 호들갑을 떨며 칭찬을 해주면 아이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좋아한다. 그리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 자신감이 생기니 폴이 혼자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났다. 잘한 것에 대한 보상도 중요했다. 폴이 스스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좋아하는 것으로 보상을 받는 시스템인 'I want (나는 원해요).' 보드를 사용했다. 폴이 좋아하는 스낵인 골드피시(Goldfish)나 감자칩, 주스 같은 먹는 것, 하이파이브(High-five), 휴식, 장난감 등과 같이 원하는 보상을 선택하게 했다. 원하는 그림을 고르면 'I want___'에 있는 빈칸에 붙여 문장을 완성하고 선택한 것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작은 것을 실행하고 하나씩 성취감을 느끼자 폴은 이제 새로운 과제가 주어져도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울어젖히지 않는다. 그야말로 기적이다. 음식을 스스로 먹는 것 이 외에도 수업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격려했다. 적절한 반응 촉진(Prompts, 아래의 특수교육개론 101 참고)*을 주어 수행할 과제를 끝가지 마치게 했다.
주어진 활동을 마치고 나면 폴이 선택한 보상을 즉시 제공하여 노력의 결과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 'First ___,Then___(먼저___, 다음으로___)' 보드를 사용했다. 예를 들면, 아래에 있는 사진과 같이 숫자 공부를 먼저 수행하면, 다음으로 골드피시를 보상으로 받는 시스템이다.
꾸준한 격려와 시도와 보상의 결과로 폴은 나날이 성장해갔고 결국 볼링장의 기적이 일어났다.
오은영 박사님은 자녀교육의 최종 목표는 '독립적인 삶'을 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도 그 의견에 격하게 공감한다. 특수교육의 최종 목표도 장애인들이 혼자 자립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미국에서 마트나 도서관에 가면 많은 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본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내게 늘 도전이 된다. 많은 장애인들이 누군가의 격려와 응원으로 용기를 얻어 자립할 수 힘을 키워 나가면 좋겠다.
특수교육 개론 101

Prompts(반응 촉진): 학습자가 목표 행동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단서를 주는 도움 신호이다.
신체적(Physical), 시범 보이기(Model), 시각적(Visual), 언어적(Verbal), 몸짓(Gesture)의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