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의 이야기 (Mary's Story)
메리는 지적 장애(Intellectual Disability)를 가진 아이였다. 만 5살부터 7세가 될 때까지 내가 3년 동안 특수학급에서 가르친,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반은 키웠다고(?) 해도 과언(誇言)이 아닌 아이다. 내가 이렇게 잘난 척하며 동네방네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대부분 교사들이 꺼려하는 대소변 훈련을 시켰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3년 동안이나.
장애가 없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아이라면 보통 만 3세 전에 대소변 훈련이 가능해야 한다.
"대소변을 가리는 시기는 아이마다, 그리고 가족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걷는 근육이 발달하는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배변 훈련을 시작할 수 있으며 아이에 따라 대변 가리기는 29개월경(16-48개월), 소변 가리기는 32개월경(18-60개월)에 가능하게 되도록 훈련합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정보 포털/ 소아의 대소변 가리기)
메리는 또래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차이 날 정도로 키가 아주 작았다. 조목조목한 이목구비가 마치 인형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작고 이쁜 아이였다. 흰색 교복 상의가 터질 듯이 튀어나온 배와 기저귀 때문에 뒤로도 볼록하게 나온 엉덩이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이런 아이에게 큰 약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식탐이었다. 음식을 보면 사족을 못썼다. 아침과 점심시간에 항상 자신의 음식을 빨리 먹고 교사들이 안보는 사이에 다른 친구들 것도 몰래 뺏어먹기 일쑤였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도 식탐은 줄지 않았다. 교실 쓰레기 통에서 다른 아이가 먹고 남긴 음식을 발견하면 가져다가 자신의 책상 서랍에 넣고 나중에 몰래 꺼내 먹었다.
배가 터질 듯 먹으니 항상 학교에서 큰일을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기처럼 분유를 먹는 것이 아닌 어른과 먹는 음식이 같다 보니 기저귀에 대변본 것을 치우는 일은 보통 비위를 가진 사람은 힘든 일이었다. 보조 교시가 주로 이 거사를 담당했는데, 너무 힘들어하면 수업을 잠시 중단하고 나도 나서야 했다. 항상 기저귀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메리의 옆에 가면 지독한 냄새가 났다.
아무리 지적장애가 있다고 해도 가장 기본이 되는 대소변 훈련이 안된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대소변 훈련을 시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메리의 지적장애의 상태를 봐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며칠이, 몇 달이 아니 몇 년이 걸릴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 비장한 각오로 임했다.
먼저 순차적으로 계획을 세웠다. 우선 타이머(Timer)를 30분 단위로 맞추어 화장실에 보냈다. 화장실 노래(Potty song)도 구입해서 다운로드하였다. 30분마다 노래가 나오면 무조건 화장실행! 변기에 익숙해지고 일과로 만들기 위함이다. 소변이나 대변이 나오지 않고 시도만 해도 다녀오면 작은 보상이 따랐다. 메리가 좋아하는 작은 젤리빈(Jelly bean) 캔디를 하나씩 줬다. 30분 간격이 익숙해지자 시간을 45분 간격으로 늘렸다. 음악이 나오면 메리는 자동으로 일어나 교실 안에 있는 화장실에 갈 정도로 하루의 일과로 정착해갔다.
가끔 화장실에서 나온 지 5분도 채 안되었는데, 기저귀에 실수를 할 때도 있었다. 방금 전에 변기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는 안 나오고 5분 만에 똥이 나오는 것은 어떤 상황일까? 좌절의 순간들도 있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 언젠가는 될 거야.' 이럴 때는 스스로 체면을 걸었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유독 날 힘들게 한 날도 있었다. 속이 안 좋았는지 메리는 학교에 오자마자 줄방귀를 연장 끼어댔다. 냄새가 얼마나 지독하던지 옆에 있던 아이들마저 "이 휴~ "하면서 야유를 보낼 정도였다. 보조 교사가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가니 이미 쌌다. 다른 날보다 설사에 가까운 똥이었다. 속에 있는 배설물을 다 빼내기 위해 한참을 변기에 앉아있게 했다.
"Are you done (다 끝났니)?"
"Done (끝)!" 부정확한 발음으로 자기 다 끝났단다.
"Are you sure (확실해)?"
"Uh huh (어허)!" 하면서 고개를 세게 끄덕인다. 새 기저귀를 갈아입혀서 화장실을 나왔다. 그런데 10분도 안되어서 또 냄새가 났다. 설마.... 아니겠지!
다시 화장실을 가니 기저귀에 또 똥을 쌌다. 그것도 겨자색 묽은 것으로. 또 변기에 앉아있게 하고 속의 배설물이 다 나오게 기다렸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Are you done(다 끝났니)?"
"Done (끝)!"
"Are you sure (확실해)?"
"Uh huh (어허)!" 아까보다 고개를 더 세게 끄덕였다.
'그래 이 정도 했으면 괜찮겠지!'
그런데, 나의 간절한 바람을 무참히 짓밟고 또 화장실에서 나온 지 30분도 안되었는데, 또 새로 갈이 입힌 기저귀에 흔적을 남겼다. 그 이후에도 2번이나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정말 인내의 끝을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학교 양호 선생님도 그동안 교실에 와서 메리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딱히 묘수도 없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지장이 갈 정도로 교실 전체 일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집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특별한 음식을 먹었는지, 집에서는 별다른 이상 증상은 없었는지 물었다. 엄마는 상황을 듣더니 학교에 메리를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메리는 학교에 온 지 2시간 만에 다시 집에 가게 되었고, 나는 다시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왔다. 잠시 내가 점심으로 가지고 온 것을 잊고 있었는데, 도시락 가방을 열자마자 생각이 났다. '아 맞다! 나의 최애 음식 카레다.'
그러나, 그날 나는 카레와 메리의 배설물이 겹쳐 보이면서 한 숟가락도 먹지 못했다.
30분에서 45분을 거쳐 1시간 간격으로 옮겨지는데 1년 여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시간의 간격을 1시간 30분으로 늘렸다. 점차 화장실 가는 것이 메리의 일과로 정착해 가는 것 같아 뿌듯했다. 실수하는 횟수도 점점 감소했다. 이제 정말 모험을 할 시기가 왔다. 바로 기저귀가 아닌 실제로 팬티를 입히는 것이었다. 촉감이 다르니 효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기저귀는 실수를 하면 버리면 되는데 팬티는 그것을 빨아야 하니 그것이 문제였다. 장기적으로 보면 언젠가는 팬티를 입어야 하니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마트에 가서 5명의 다른 공주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분홍색 팬티 세트를 샀다. 공주 속옷을 보자 메리가 흥분하면서 다리를 동동 굴렀다.
"여기에다가 이제 오줌이나 똥을 싸면 안 돼! 알겠지? 공주들은 예쁘니깐 우리 더럽히지 말자"
화장실에 가서 메리가 처음으로 고른 신데렐라 팬티로 갈아입혔다. 그리고 간절히 바랐다.
'신데렐라가 오늘 무사하기를!'
기대를 크게 할수록 실망이 크다고 했나? 그렇게 철석같이 약속을 하고 간절히 바랐지만, 기대를 저버리고 똥을 싼 것이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계속해서 같은 일과를 반복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메리는 독특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메리 친엄마도 지적장애가 있었고, 친아빠는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메리를 혼자 키우던 엄마가 놀러 가기 위해 메리를 혼자 벽장에 남겨두고 가출한 사건으로 인해 고모가 친자권을 갖게 되었다. 한 살도 안된 아기가 이틀 동안이나 벽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문을 부수고 벽장 안에 있던 메리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나는 이 아이를 만나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실마리가 조금은 풀렸다. 왜 메리가 그토록 음식에 집착했는지. 아마도 아기 때의 나쁜 기억이 '배고픔'의 트라우마(Trauma)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갔다. 메리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인내와 사랑을 가지고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매일 메리는 속옷의 부드러운 촉감에 적응해 갔고. 예쁜 속옷을 더럽히면 안 되겠다고 결심하는 것 같았다.
2년 정도 되니 이제는 화장실 노래 타이머로 화장실 가는 일과를 설정하는 대신 시각적인 시간표(Visual schedule)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림으로 만든 개인 시간표를 체크해서 스스로 화장실 가는 시간을 관리할 수 있게 훈련하는 것이다. 메리는 과제가 끝날 때마다 그림을 시간표에서 떼어내 그다음 활동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어 교사도움 없이도 일과표대로 혼자서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가끔 여전히 똥을 팬티에 지려서 갈아입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차츰 전과는 다르게 본인도 굉장히 부끄러워했다. 하루에 한 번씩 실수를 하던 것이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번, 일주일에 한 번... 점차 좋아졌다. 이렇게 진전을 보이더니 드디어 우리 반을 끝내고 상급반으로 갈 때쯤 더 이상 실수하는 것에 교사들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독립적인 아이로 성장했다. 자그마치 3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나에게 인내를 가르쳐준 메리! 지금도 카레를 보면 가끔 메리가 생각난다. 물론 지금 나는 다시 카레를 잘 먹는다. 메리는 지금 성인이 되어있을 텐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특수교육 개론 101

IEP Meeting: 모든 개별화교육계획(IEP: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은 회의를 통해 정해진다. 첫 회의(Initial meeting)를 기점으로 모든 팀원들이 1년에 한 번씩 만나 회의를 연다(Annual review). 1년 동안 학습목표를 달성했는지 논의하고, 앞으로의 1년 동안 달성해야 할 새로운 교육목표를 정한다. 부모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회의를 열 수 있다. 분기별로(Quarterly) 보고서(Progress reports)를 통해 목표의 달성 과정을 부모에게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