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s(마음열기)

브라이언의 이야기 (Brian's Story)

by 자주


“저는 무지개색을 좋아해요.”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브라이언의 입에서 나온 말에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2010년 여름방학 때 나는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한 달간 가르친 적이 있다. 워낙 미국 공립학교는 여름방학 때 수업이 없지만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들 중에 여름방학 때도 서비스를 꼭 받아야 하는 아이들은 여름학교(ESY: Extended School Year)에 무료로 다닐 수 있다.


장애가 있는 모든 학생들이 다 여름 수업에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IEP(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회의를 거쳐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선정된 아이들은 카운티에서 선정한 몇 개의 학교에서 서비스를 받게 된다. 나도 내가 근무했던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로 배정이 되어서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만 7살인 2학년 6명의 아이들을 맡았다. 아이들 대부분은 학습장애(Specific Learning Disability)를 가지고 있었고 시각 장애를 가진 브라이언도 같은 반이었다. 난 그동안 앞을 못 보는 아이를 한 번도 가르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막막했다.


그러나 곧 내 걱정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키높이에 맞게 제작된 시각 장애인용 지팡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브라이언.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7살 아이의 모습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쾌활했다. 첫 만남 때 이름과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음식 등 돌아가면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브라이언의 순서가 되었을 때 그 아이는 자신은 무지개 색을 좋아한다고 했다. 앞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브라이언에게 무지개 색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브라이언은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선천적 시각 장애인(blind)이다. 이 아이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바로 사람을 목소리로 기가 막히게 기억하는 것이다. 그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이름을 목소리만으로도 다 기억했다. 항상 먼저 다가와 인사했고 모든 이들이 다 브라이언의 친구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름학교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 아이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선생님, 머리 모양이 예뻐요."

수업 중간에 뜬금없이 브라이언이 말을 걸었다.


"고마워 브라이언, 내 머리 모양이 어떤 거 같니?

"선생님 목소리를 들으면 긴 머리를 하고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전 그게 좋아요."

브라이언이 상상하는 내 긴 머리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궁금함과 동시에 마음에 찡하게 전율이 일었다.


여름학교에 온 모든 아이들은 각자의 발달 수준에 따라 저마다 개별화교육계획(IEP: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을 가졌다. 그중 한 아이가 두 자리 덧셈을 공부하던 중에 이해하기가 어려웠는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릴리(Lily)는 절규하듯 말했다.

"선생님, 정말 못하겠어요. 포기하고 싶어요."


아이의 울음소리가 커지자 브라이언은 걱정이 되었는지 다정한 말투로 릴리를 위로했다.


"릴리, 울지 마! 넌 잘 할수 있어. 절대 안 되는 건 없어(Never say never). 포기하지 마(Don't give up)"

릴리는 곧 울음을 그치고 남은 덧셈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긍정적인 브라이언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앞을 보지 못하면 많은 제약이 있을 거라고 지레 판단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 아이는 언제나 마음 문을 활짝 열고 다른 사람들을 격려했다. 나도 모르게 굳게 닫혀 있었던 나의 마음 문도 브라이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활짝 열렸다.


브라이언은 내게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 고마운 아이다. 선입견을 가지고 누군가를 내 잣대로 판단하려고 하는 마음이 들 때면 브라이언이 생각난다. 무언가를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싶을 때도 가끔 브라이언이 떠오르곤 한다.


사실 글쓰기를 한다고 마음먹고 시간을 내어 글을 쓰면서 매일 한계에 부딪혔다. 글쓰기는 경험도 없는 내가 하긴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괜한 도전을 하며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위축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브라이언의 말이 어디선가 육성으로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그 격려의 말에 힘을 내어 오늘도 나는 글쓰기를 계속한다.


"Never say NEVER, Don't give up."



특수교육 개론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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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P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개별교육계획)의 기본 구성요소:

장애학생의 인적사항(Personal information), 현재의 발달수준(Present level), 특별 고려사항 및 조정(Special consideration/accommodations), 교육목표(Goals/Objectives), 서비스(Service: 특수교육, 언어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 서비스 환경(특수교육을 어떤 형태의 학급에서 받는게 좋을지, 예를 들면 특수학교, 특수반, 통합반 등)으로 이루어진다. 주(State)마다 형식이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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