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의 이야기 (William's Story)
파일의 겉표지에 윌리엄의 케이스를 담당했던 교사가 빨간 매직으로 남긴 메모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빨간색에 정말 꽂힌 아이구나!'
초등학교에 오기 전 유아교육센터(Early Childhood Center: 아이에게 장애가 있는 경우, 만 4세까지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센터)에서 2년 반 정도 특수교육을 받았던 아이 윌리엄. 이 아이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겼던 갈색 아코디언 파일은 온갖 서류들로 이미 배불둑이가 되어 있었다.
만 5살 윌리엄은 자폐 스펙트럼(ASD: Autism Spectrum Disorder)을 가진 히스패닉 남자아이였다. 하얀 피부에 까만 숯댕이 눈썹이어서 첫인상이 참 강렬했다. 거기에 속눈썹까지 유난히 길고 찐해서 눈매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자주 양손을 깍지 껴서 턱밑을 마구 때리는 행동을 해서인지 항상 턱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고 까치발(Tippy Toes)을 들고 걸어 다니면서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곤 했다.
"슈~~~~~~크~~~~~캬~~~~~아!"
가끔 러시아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가래침 뱉기 전의 소리처럼 흘러나오기도 했다. 윌리엄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사실 윌리엄은 소리에 굉장히 예민한 아이였다. 작은 소음이 들려와도 손가락으로 귀를 막았다. 화장실에 가서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릴 때에도 어김없이 손으로 귀를 가렸다. 학교 건물 밖에 있던 놀이터를 리모델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뚝딱뚝딱 거리는 공사 소음에 유난히도 힘들어했던 아이다. 그래서 윌리엄의 귀를 다 가려주는 큰 헤드폰을 구해서 윌리엄의 귀에 씌어 주었다. 다행히도 이게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나중에 윌리엄은 자기가 싫어하는 소리가 들리면 자기 책상 옆에 있는 헤드폰을 스스로 찾아서 쓰곤 했다.
예상한 대로 윌리엄은 빨간색에 정말 꽂힌 아이였다. 수업시간에도 빨간 크레파스, 빨간 펜이나 빨간 플레이 도우(playdoh)로 해야만 관심을 보였다.
운동장에 나가서 노는 시간에도 다른 색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빨간색 자전거만 타길 원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가던 견학(Field trip)을 워싱턴 디씨에 있는 항공 우주 박물관 (Air & Space Museum)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까치발로 박물관 안에 들어서자마자 빨간색 바가 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다른 것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곳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어느 겨울날, 의자에 놓고 쓰면 좋을 것 같아서 선물로 받은 쿠션을 가지고 교실에 왔다. 그런데, 얼마 써보지도 못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감쪽같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쿠션을 찾아 여기저기 살펴보는데, 교실 구석에 의심이 가는 사람이 대자로 누워있었다. 바로 윌리엄이다. 윌리엄은 쿠션을 꼭 끌어안고 누워 있었다. 겨우 일으켜 자리에 앉히니 보드라운 촉감이 좋았는지 손가락으로 계속 쿠션을 쓰다듬는다.
"윌리엄, 이게 좋아? "
"슈~~~~~~크~~~~~캬~~~~~아!"
하면서 막 웃는다.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이제 이 쿠션은 네 것이다. 네가 잘 앉아있을 수 있다면 이런 것쯤이야 백개도 사줄 수 있어~!'
사실 윌리엄은 주의 집중력이 짧아서 수업시간 중간에 한 활동이 끝나면 즉시 휴식을 가져야만 했다. 이것을 우리는 뇌 휴식(brain break)이라고 불렀는데, 주로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한 바퀴 돌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춤을 추면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주의력이 짧은 아이들이 다시 새로운 활동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계획된 휴식을 하지 않으면 수업 시간 중간에 막 일어나서 움직이거나 그냥 바닥에 누워버리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도 한다.
그러던 중에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빨간색만 고집하던 윌리엄이 이 새로운 물건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 물건은 윌리엄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게 놀라운 마법을 걸었다. 굉장한 사건이다.
어느 날, 더 굉장한 '대. 박. 사. 건.'이 일어났다.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부드러운 촉감과 윌리엄의 최애 색깔인 빨간색. 이 두 개가 다 들어가 있는 최상의 조합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큐리어스 조지 (Curious George)'인형이었다. 나는 이것을 발견한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세금까지 합해서 30불의 거금을 들였지만 하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다음날 윌리엄이 얼마나 좋아할지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잠까지 설칠 정도였다.
내 예상은 백 프로 적중했다. 윌리엄은 큐리어스 조지를 보자마자 바로 집어 들었다. 아니 가로챘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거의 나에게서 빼앗아 가서는 또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막 웃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번뜩이는 생각이 스쳤다.
'큐리어스 조지를 이용해서 윌리엄이 교육과정을 배우는데 쓰면 좋겠다.'
책을 읽어주는 시간에 윌리엄이 집중하지 않으면 "윌리엄, 우리 조지한테 책 읽어줄까?" 윌리엄은 반응을 보였다.
숫자를 세는 시간에도 "조지랑 같이 숫자를 세어 볼까?" 하면, 윌리엄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큐리어스 조지는 윌리엄의 절친이 되었다. 작은 글자 퍼즐로 이름을 만들기도 했다. 혼자 또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그윽한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금요일에 견학을 갈 때도 조지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혹시나 이 귀한 물건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대책을 고안해냈다. 바로 큐리어스 조지 분신을 만든 것이다. 같은 색깔의 부드러은 부직포를 찾아서 큐리어스 조지 주니어 (Curious George Jr.)를 만들었다. 줄에 매달아 윌리엄이 목걸이로 걸게 했다. 큐리어스 조지는 어디를 가든 윌리엄의 수호신이 되어 어디든 따라다닐 준비가 되어 있었다.
윌리엄은 큐리어스 조지 덕분에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해 갔다. 그리고 윌리엄이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지 알아 갈수록 나와 윌리엄 사이에 막혔던 벽이 하나씩 허물어져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도 친구가 되어 갔다.
장애인들이 무엇에 관심을 보이고 반응을 하는지 알면 그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열쇠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열쇠를 가지고 장애인들의 마음 문을 열 수 있으면,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열쇠가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
특수교육 개론 101

IEP meeting 참여자로는 학교 책임자(교장이나 교감), 부모, 특수교육 담당교사(Case manager), 일반
학급 교사, 학교 심리사(Psychologist), 학교 상담가(Counselor), 관련 분야 전문가((Relative Service
Providers: 언어치료사(Speech Pathologist), 작업치료사(Occupational Therapist), 물리치료사
(Physical Therapist), 양호교사(Nurse))등이 있다. 경우에 따라 법적 변호인(Advocate)이 참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