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섰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새로운 문제를 포착하고 그에 대한 창의적인 해법을 고민하며 더 나아가 다양한 영역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해 가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가치가 강조되면서 사회복지 역시 환경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투명한 운영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바라보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 이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얼마 전, 「장애인의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통한 환경 인식 개선 사업」 공모 사업에 선정되었다. 나는 이 사업의 실무 담당자로서 기획 단계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함께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자는 차원을 넘어 장애인의 삶에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들이 지역사회와 연결되어 존엄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환경과 복지, 두 영역의 접점을 통해 사회적 통합과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실험적이면서도 도전적인 프로젝트다.
사업의 첫 단계는 바로 ‘교육’이었다. 하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로 인해 신체적 제약이 따르고 언어적·인지적 어려움 또한 고려해야 했다. 단순히 강의를 듣고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은 결코 효과적이지 않다. 그래서 나는 교육의 ‘접근성’이라는 지점에 집중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교재의 시각화였다. 색감이 풍부하고 직관적인 이미지 자료를 중심으로 교안을 재구성하고 설명은 최대한 단문으로 구성하여 이해도를 높였다. 낯선 단어 대신 익숙한 표현을 사용하고 반복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수업 흐름을 설계했다. 또, 각 수업마다 보조교사를 배치하여 참여자 개별의 특성과 욕구에 따라 맞춤형 학습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일부 참여자는 손 움직임이 극히 제한적이었기에 우리는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에도 집중하며 그 의사를 읽고 반응하는 훈련을 함께했다. 말소리나 표정, 눈빛을 통해 서로의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은 마치 새로운 언어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습 활동으로 넘어가며, 우리는 업사이클링이라는 주제에 더욱 가까워졌다. 다 쓴 플라스틱 병을 활용한 화분 만들기, 버려진 천 조각으로 장바구니 제작하기 등,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친환경적인 만들기 활동을 구성했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참여하는 경험’ 그 자체였다. 누군가는 병뚜껑을 여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누군가는 천 조각 하나를 바느질하는 데 집중하며 온몸으로 에너지를 쏟았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이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세상에 의미 있는 가치를 더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한 참여자는 완성된 화분을 들고 “아빠한테 자랑할래요”라며 눈을 반짝였고, 또 다른 이는 “이거 팔면 환경도 살리고 돈도 벌 수 있겠네요?”라고 말했다.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자신이 사회 속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말들 속에서, 우리 사회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과 존엄의 흔적을 보았다.
이후에는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시도했다. 단지 내부에서 만족하고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회와의 접점을 만들어야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우리는 지역 축제에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부스’를 마련하고, 장애인 참여자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활동을 기획했다. 참여자들은 직접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을 전시하고 그 과정과 의미를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처음엔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주민들의 표정이 참여자들의 진심 어린 설명과 따뜻한 미소에 서서히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낯섦은 이해로 어색함은 공감으로 바뀌는 그 순간들은 마치 작은 기적처럼 다가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복지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환경이라는 주제를 통해 장애인의 삶에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동시에 그들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존엄의 실천’이었다. 복지란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번 사업은 나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안겨주었다. 바로, ‘복지와 환경은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복지는 사람을 위한 실천이며 환경은 그 사람이 살아갈 공간을 위한 실천이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결코 나눌 수 없다. 사람을 생각하는 복지는 환경을 생각해야 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은 사람의 존엄한 삶을 전제로 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이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복지의 기존 틀에만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사회 흐름을 읽고 유연하게 대응하며 그 속에서 창의적인 해법을 실천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나는 이번 사업을 통해 그 가능성을 직접 경험했고 앞으로도 그 방향성을 잃지 않고 나아가고자 한다.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사람의 삶에 깊이 닿는 지속가능한 실천을 고민하는 사회복지사로서.
사회복지란 결국, 사람을 향한 실천이다. 그리고 그 실천은 사회와 환경,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 함께 공존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나는 오늘도 그 가능성을 믿으며 복지현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