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어르신 건강증진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생활체조 프로그램 시간은 지역 내 어르신들께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시간이다. 아침에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서로 소통하고 몸과 마음을 함께 건강하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그날도 예외 없이 어르신들이 한 명, 한 명 체조실로 들어오셨고 서로 인사를 나누며 웃음을 나누는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날 아침,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한 어르신이 있었다. 그 어르신은 늘 체조 시작 전, 가장 먼저 등장하시며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시던 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미소가 사라진 듯 걸음걸이도 평소보다 느릿하고 눈빛도 조금 흐릿해 보였다. 어르신이 체조실에 들어서자 마음 한편이 찔리는 느낌이 들었으며, 그간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쌓인 신뢰 덕에 나는 그 어르신이 평소와 다른 점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체조를 시작하기 전, 나는 다가가서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평소 같으면 웃으면서 대답하실 그 어르신이 잠시 고개를 숙이며 말을 꺼내셨다.
"오늘은 좀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네요. 이 나이가 되니 몸도 예전 같지 않아서 체조를 해도 큰 효과가 없을까 봐 걱정이 돼요."
그 말을 들으면서 그동안 어르신이 보여주셨던 활기찬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어서 마음이 아팠다. 어르신의 말씀에는 그동안 경험하셨을 고단함과 불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그저 몸이 무겁다고 하셨지만 마음속에는 그 어떤 걱정들이 얽혀 있는 듯 느껴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나는 어르신께 조금 더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어르신, 우리가 하는 체조는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돼요. 오늘도 그저 즐겁게 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웃으며 어르신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금이라도 그 미소가 어르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랐다.
어르신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제야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럼, 오늘은 그냥 즐기려고 하죠!"라고 답해주셨다.
그 한마디에 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어르신이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어주셨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체조가 시작되었을 때, 어르신은 여전히 천천히 몸을 움직이셨다. 그 모습은 다소 힘겨워 보였지만 서서히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서 얼굴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움츠러들었던 몸이 점차 풀어지고 어르신은 체조 동작을 따라 하면서 점점 자신감을 되찾는 듯했다. 다른 어르신들도 그 모습을 보고 함께 웃으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
"오늘도 건강해 보여요, 정말 멋져요!"
어르신들 간의 작은 응원과 웃음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체조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점점 밝아지고 그 가운데 어르신들의 표정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록 체조가 끝난 후, 어르신은 평소처럼 신나게 웃지는 않으셨지만 눈가에 피어오른 작은 미소는 그날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나는 그 미소를 보며, 그 무엇보다 값진 순간임을 느꼈다.
체조가 끝난 후,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앉아 있었다. 그 표정이 다소 지쳐 보였지만, "오늘은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정말 감사해요"라고 말씀하시며 나를 바라보셨다.
어르신의 미소는 단지 그날의 체조 한 번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여온 신뢰와 격려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그 어르신은 점차 체조 시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즐기자"는 마음으로 참여하시던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어르신들에게도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며 서로 웃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자주 보였다. 그 작은 변화가 어르신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닐지 나는 그 순간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짧은 체조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 어르신들의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순간들이 쌓여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날 어르신의 미소는 단지 몸의 건강을 넘어서 마음까지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은 변화였고 그 변화가 어르신들의 삶에 어떤 큰 의미를 주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