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의 실종 소식이 안전 안내 문자로 자주 온다. 키와 몸무게는 얼마고 무슨 스타일의 상의에 무슨 색의 하의를 입었는데 몇 월 며칠 어디 어디서 바람같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잘 찍은 요즘 사진은 없다. 치매를 앓으면 집을 나가서 못 돌아오는 것도 문제고 2차 사고로 연결될까 봐 가족들은 노심초사하게 된다.
동네에서 전신주에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달라는 전단이 붙어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고 얼굴에는 반점이 있고 꼬리는 어떻다는 이야기와 함께 품종은 이런 개이며 찾아주면 후사하겠다는 문구가 눈에 띄게 들어 있다. 그리고 발랄하게 최근에 찍은 추억이 아로새겨진 사진이 큼지막하게 함께 붙어 있다.
개가 바람이 난 것이거나 집안에 울분이 쌓여서 집을 나갔을 수도 있겠지만, 요즘 같은 상팔자 시절에 가출은 어불성설이고 납치하기도 너무 많아서 아닐듯한데, 그러면 사람같이 치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종견을 찾습니다, Source: wikimedia commons by Neil Theasby
국내 반려견 연령 및 치매견 수 추정
국내 한 동물제약회사에 따르면, 2019년, 7세 미만의 반려견 추정수는 491만 마리로 전체의 598만 마리의 82%에 달한다. 10세 이상 견은 63만 마리로 이중 18만 마리 이상이 치매견으로 추정되고 있다. 11~12세의 28%, 15~16세의 68%가 인지기능장애증후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 : GNT Pharma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애완견이나 고양이에게도 사람의 치매와 비유되는 질환이 있는데, 이 질환의 정식명칭이 ‘인지기능장애증후군(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CDS)’이다. 여기에 개를 의미하는 canine을 붙여 CCDS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지 기능 장애 증후군(이후 CDS)은 뇌에 영향을 미치는 개의 일반적인 연령 관련 질병으로, 인간의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정신적인 악화를 유발한다.
개는 9세 이상부터 CDS에 감염되기 시작할 수 있다. 행동 변화가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상태가 과소 진단될 수 있으며, 소유자는 일부 변화가 노화의 정상적인 부분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환경 강화, 식단 및 의료 관리에 대한 조기 개입은 CDS의 영향을 받는 반려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적어도 CDS에 걸린 반려견을 버릇이 나빠진 것으로 오판하고 꾸짖거나 벌을 주면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으니 주의 깊게 실펴보아야 한다.
원인
CDS는 뇌의 점진적이고 퇴행적인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뇌질환이다. 고양이보다 강아지에게 발병률이 훨씬 높다고 알려졌다. 연구조사결과 노령견의 70%가 치매증상 중 한 가지를 보인다. 뉴런이라고 불리는 신경세포는 신체 전반에 필수 정보를 전달하여 정신적, 신체적 상호 작용을 조절하는데 개가 노화하기 시작하면 뉴런을 포함한 뇌의 세포가 낭비되기 시작한다.
퇴행성 변화 중 하나는 뉴런에 독성 조건을 생성하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이다. 뉴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사라지면 뇌는 정보 처리 능력을 잃고, 이러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붕괴는 소유자가 관찰하는 신체적, 행동적 변화로 이어진다.
증상
수의학에서는 인지장애의 증상을 DISHAA라는 6가지 증상으로 구분한다.
▲방향감각상실(Disorientation) : 목적 없이 계속 방황하고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잃는다. 멍하니 벽을 본다.
▲상호작용(Interaction) : 보호자가 집에 와도 박기지 않고 좋아하는 놀이에 흥미를 잃는다
▲수면주기(Sleep-wake cycles) : 수면시간이 줄거나 밤에 짖는다
▲배변실수(House-soiling) : 배변, 배뇨를 가리지 못한다.
▲불안(Anxiety) : 분리불안증세를 보이고 괜히 공격성을 들어낸다.
▲활동성(Activity) : 활동량이 떨어지고 무기력하게 축 처져 있으며 반응이 감소한다.
개 인지 기능 장애 유병률(CCD)[개 인지 기능 장애 등급 척도(CCDR) ≥50] 및 신체 징후. Source: Ozawa et al., 2019
오자와 등(2019)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CCD는 10세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15세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시각 장애(vision impairment), 동요(요동)또는 낙상(Swaying or falling), 후각 장애(smell dysfuncton), 두부안검하수(Head ptosis), 떨림(Tremor) 등의 증상이 수반되는데, 개별적으로 퇴행성 증상이기 때문에 CCD의 판정에 중요한 지시자가 된다.
진단
CDS는 임상 징후의 입증을 기반으로 진단한다. 기본적으로는 설문지를 통한 CCD 평가 척도(CCDR)의 점수에 따라 기본적인 검진에 들어간다. 따라서 보호자가 얼마나 정확하고 자세하게 반려견을 상태를 정기적으로 파악하느냐가 중요한다. 수의사는 신체검사를 수행하고 혈액 및 소변 검사를 통해 통증, 관절염, 발작 장애, 전신 질환, 시력 또는 청력 손실과 같은 유사한 징후가 있는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 MRI 촬영을 통해 뇌종양이나 기타 질환을 배제하기도 한다.
치료
아직까지 CDS에 대한 치료법이나 치료법은 없으며 이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CDS는 많은 노령견이 경험하는 천천히 진행되는 질병이다. 식이, 농축 및 약물을 통하여 CDS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개선하자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CDS에 심각한 영향을 받거나 기타 복합적인 의학적 문제가 있는 개는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CDS의 초기증상은 경미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적인 노화증상 이상으로 점점 악화한다. 이 질환은 퇴행성이기 때문에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식이관리와 운동, 약물치료를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분실 공고, Source: wikimedia commons by ProjectManhattan
사람은 본인이 똑똑하고 민감하면 건강에 관심을 갖고 적절한 시점에 병원에 찾아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말을 할 수 있는 개체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견주 등의 뛰어난 관찰력, 관심과 애정에 따라 CCDS를 사전에 진단받을 수 있고 치료라도 받을 수 있다. 반려견을 이쁘고 귀여울 때만이 아니라 아프고 힘들 때도 즉 서로의 삶의 부침에 있어서도 온전히 함께 하여야 하는 것이 견주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또한 사람간에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
예전에는 개나 고양이는 나이가 먹어 죽을 때가 오면 스스로 사라져서 주인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아름다운 혼자만의 죽음을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코끼리처럼. 진실을 떠나서 아름다운 상호 인정이 있었던 감성적인 시절은 이제 영영 사라졌을까.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그들의 치매에 대해 무관심했던 게 아닐까. 남이 나에게 해주길 바라는 일을 내가 먼저 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황금률이리라.
참고문헌
1. Ozawa M, Inoue M, Uchida K, Chambers JK, Takeuch Y, Nakayama H. Physical signs of canine cognitive dysfunction. J Vet Med Sci. 2019 Dec 26;81(12):1829-1834. doi: 10.1292/jvms.19-0458. Epub 2019 Nov 1. PMID: 31685716; PMCID: PMC6943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