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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Oct 30. 2022

3번 국도 지질 연대기

Prologue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역사적으로는 가까운 6.25와 일제강점기, 조선시대의 흐름 속에서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누가 이런 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존재했던 일을 없었던 것으로 하며 살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제주의 귤, 대구의 사과, 장호원 복숭아를 먹을 수 밖에는 없는데 그것은 우리의 환경의 영향이다. 바나나와 파파야가 우리 정원에 열리지 않는 것은 지구에서 우리가 높은 위도 지역에 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에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의 대리석 신전, 로마의 콜로세움이 없는 것은 우리 땅을 이루는 암석이 그곳과 다르기 때문이다. 석유가 없는 것은 우리 땅이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크게 보면 우리의 삶은 우리를 규정짓는 지구환경의 틀에 따라 이루어진다.


우리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공부의 양도 많다. 이제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도 사라져 가고 있다. 이미 아는 많은 것의 연관성을 찾아 연결시키고 그 의미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 땅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것에 대한 공부는 다른 지구환경에 사는 이들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틀이 되기도 할 것이다.

3번 국도(하늘색)와 우리나라의 지체 구조, 출처: 최범영, 2016


우리나라의 땅은 그 만들어진 방식과 성질의 유사성에 따라 크게 4개의 육괴(땅덩어리)로 나뉜다. 서울, 경기 지방의 경기육괴, 경북 북부에서 전남 남해안에 이르는 영남육괴가 오래된 기본 땅덩어리다. 두 육괴 사이의 옥천대는 우리 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쌓인 지역이다. 마지막으로 경상남북도에 걸쳐 있는 경상분지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만들어진 땅덩어리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암석은 옹진군 대이작도에서 발견됐는데 약 25억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이후 우리 땅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크게 보면 각 육괴는 각자 유사한 생성 환경을 갖으며 따라서 비슷한 지질구조를 갖는다. 물론 지역적으로 화강암이 올라온다던지 분지가 생겨 퇴적암이 생긴다든지 하는 소소한 차이들은 있다. 따라서 지괴 간에는 차이가 뚜렷하며 이는 우리의 생활과 문화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육괴 간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 지질을 공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하지만 일반 교양인이 접근하기 위해서는 보다 안전하고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곳을 찾는 게 첫걸음으로 중요하다. 대체적으로 북동~남서 방향으로 위치하는 각 육괴를 만나는 방법은 3번 국도를 통해 답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3번 국도는 현재 철원에서 시작하여 연천 – 의정부 – 서울 – 성남 – 음성 – 충주 – 문경 – 상주 – 김천 – 거창 – 함양 – 산청 – 진주를 거쳐 남해까지 이어지는 도로이다. 고속도로와 달리 진출입이 자유롭고 주변과 어울리는 느린 도로이다. 어느 지역에서도 접근이 편리하게 국토의 중앙을 지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모든 지괴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변화하는 지질환경을 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지질 현장을 전문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방법은 있다. 잘 정비된 우리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동시에 그에 얽힌 지질을 배운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서울에는 왜 마애불상이 흔한지, 충주에 철조 불상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지, 문경에는 왜 석탄이 나오는지, 거창은 왜 정자가 많고 우리 석재산업을 이끌고 있는지, 실상사의 탑 등은 왜 다른 절과 다른지, 산청에는 왜 고령토가 많은지, 진주성이 다른 성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사천, 남해에는 공룡 발자국이 어떻게 생겼는지 등 수많은 질문에 지구과학은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지질은 지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지구의 연대기이다. 우리 지질환경의 중요한 시기를 비록 시대순으로 찾기는 어려워도 가까운 3번 국도를 통해 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읽어가자.  이것이 우리 땅의 지질 역사, 문화역사를 통해 통찰력을 찾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함께 해보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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