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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갈림길을 보면서

가지 못한 길을 돌아보지 말자.

by 여문 글지기 Mar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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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산책 중에 우연히 만난 지인과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운동 시설에서 만나서 잠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나보다 연세가 많은 분인데 옆에서 지켜보는 신체나이로는 젊어 보인다. 이달 말일에 직장 계약이 끝나고 휴가로 외국에 잠시 다녀오려고 계획하고 계셨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재계약은 없었다고 한다.

     

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고 알려 주었다. 아직도 일하겠다는 생각이 있고, 일할 곳이 있어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그분은 칭찬과 격려를 해 주었다. 

그리고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그분은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운동 시설로 가기 위해서 각자의 방향으로 돌아섰다. 그분의 뒷모습을 돌아보지 않고 그저 나의 길을 갔다.

     

묘한 갈림길이다.

 퇴직과 취업, 집과 운동 시설, 휴가지와 일터. 이렇게 여러 가지가 함축된 갈림길에서 그분과 헤어졌다. 

앞으로도 운동하면서 마주칠 일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의 방향이 상당히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그분은 또 다른 일자리를 추천받아서 곧 새롭게 일하게 될 것이고, 그때의 화제가 무엇이 될지 미리 궁금해지기도 한다.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사전 교육이 이틀 동안 진행되었다. 익숙한 부분도 있었고, 실무를 하면서 배워나가야 할 일도 많았다. 새롭게 일하게 될 분들과 만남도 설레는 일이었다.

나는 다른 세 명과 함께 배정되었는데, 이틀 차의 교육에 한 명이 참석하지 않았다. 개인 사정으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고 하루가 가기 전에 퇴직하였다고 한다. 미처 얼굴도 익히기 전이어서 서운한 감정이 들 새도 없었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자마자 갈림길에 선 사람을 보게 되었다. 

중장년의 만남이라고 특별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난 일자리에서 만난 분들과는 서로 동병상련의 감정을 가져서인지 잘 지냈었고,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어렸을 때 만난 친구들과의 격의 없는 사이와는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새로운 만남이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헤어져서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분의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그저 마음으로 바랄 뿐이다. 

    

갈림길에는 늘 선택이 요구된다. 지난 선택의 결과가 오늘이다.

이제 선택했던 순간들을 돌아보지 않으려 한다. 돌이켜 후회하는 일이 부질없기도 하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날을 추억하며 보내기에는 남은 생이 더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알게 또는 모르게 지난 일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그 결과가 더 나은 방향으로 생각한 새로운 선택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오늘도 수많은 갈림길에서 작은 선택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선택은 내일을 위한 새로운 방향이 될 것이고, 나는 그 길에서 늘 웃고 싶다.

항상 긍정적으로 미래를 생각하면서 오늘을 산다면 뒤돌아 한숨짓는 일을 적어질 것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봄꽃의 화사함을 이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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