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문 글지기 Mar 24. 2024

다시 새로운 동네 주변 풍경

봄마다 피는 꽃안데 같이 피어 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이 동네로 이사 온 것이 12년이 되어 간다. 단독주택 두 채가 발리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변화가 거의 없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 동네는 모든 것이 이사 올 무렵과 같다. 신기하기도 하다.


아니다. 내가 틀렸다. 변화는 계속되고 있는데, 작은 변화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을뿐,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생각해 보니 도로의 포장이 두 번 바뀌었고, 그 속에는 열선도 심어져서 눈이 유독 많았던 지난겨울에 미끄러질 염려 없이 지나다닐 수 있었다.


어린이 놀이터도 많은 개선이 있었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은 놀이터이기는 하지만 놀이기구와 주변의 조경이 개선되었다.(그전에도 불편한 것은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재를 나르고 열심히 노력하여 바꾸었으니 개선이라고 믿고 싶다.) 올해는 더 많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들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웃집 담장 안에 피고 있는 목련을 보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나가면서 보았을 때 보다 개화가 훨씬 많이 되었다. 오늘은 영상 22도까지 올라간다고 하여, 거리의 반팔차림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는데, 그 영향이 꽃에게도 왔나 보다. 작년 봄에는 전지를 하여 앙상한 가지에서 몇 송이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제법 탐스런 봉오리들이 많아졌다. 동네 전체가 화사해진 느낌이다.

 

먼저 핀 것은 산수유였다. 한 그루가 외롭게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주위에 다른 꽃들이 피니까 덩달아 활짝 피면서 제철을 알리고 있다. 어느 동네에는 군락을 이룬 산수유 덕분에 축제까지 하는데, 우리 동네 산수유는 혼자서 외롭게 꽃을 피우고 있다. 한 그루만 있어도 멋지다.


겨우내 빨간 열매를 달고 있어서, 특히 가지에 눈을 이고 있을 때는 참 예쁜 모습이었는데, 어느덧 열매는 모두 보내고, 이제는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작년보다 훨씬 꽃송이가 많아졌다. 아내도 같은 의견인 것으로 보아 단순한 착각은 아니다. 재개발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된 동네여서 언제까지 제자리를 지킬지 알 수 없지만, 있는 동안만이라도 봄의 사신으로 제 역할을 계속해 주기를 바라고, 그래서 안쓰러우면서도 더욱 고맙다.


건넛집의 홍매화도 줄기마다 꽃이 가득하다.(그늘진 곳이어서 꽃의 화사한 색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심어진 곳이 건물의 북쪽이어서 햇빛 받는 시간이 길지 못한 듯하다. 남녘의 홍매는 벌써 지고 있다는데, 여기는 이제 시작이다. 덕분에 다른 봄꽃들과 어울려 나름대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큰 가지일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얼마 전에 잘린 오래된 가지 끝에서 자라난 새 가지에서 피어난 꽃을 보니 더 젊어진 것 같다.




멀리 가야만 꽃구경인가, 가까이에도 꽃은 많다. 꽃나무마다 자태가 아름답고 봄 꽃이 곱고 예쁘기는 모두 마찬가지다.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올봄도 이런 꽃 덕분에 지난겨울의 추위는 벌써 잊어버린 지 오래고, 새로운 희망을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샘추위 시샘해도 봄은 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