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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은 Oct 05. 2024

승주를 찾아서1

좋은 사람 맞으니까

“너 때문 아니라고 했잖,”


“뭐가?”


 쾅. 승주는 신경질적으로 말하면서 문을 열었고 문 앞의 은월을 보자마자 다시 문을 닫았다. 은월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팔짱을 끼며 가만히 서있었다. 잠깐, 잠깐만. 승주는 문 하나를 두고 은월에게 기다리는 식으로 다급하게 말을 남겼다. 몇 분 뒤 승주가 다시 문을 열었다. 은월은 그런 명오를 한번 훑어보았다. 아까와 다른 옷차림이었다. 머리도 조금 더 정돈되었다.


“그... 왜 왔어? 아니, 여기인 건 어떻게 알았어?”


“들어가서 얘기하면 안 돼?”


 은월은 거친 가을바람에 자신의 두 팔을 움켜잡고 떨고 있었다. 동복은 더울 것 같아 하복을 입은 탓이었다. 승주는 들어와, 한 마디 뱉고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은월은 신발을 벗고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첫 발을 딛자 달콤한 방향제 향기가 났는데, 은월은 승주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집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방은 하나도 없었고 거실에 침대 하나와 작은 테이블 하나가 다였다. 아무렇지 않게 한쪽에 쌓인 짐이 부끄러운 건지 승주는 헛기침을 했다. 은월은 짐이 없는 곳에 앉았고 그런 은월을 마주 보고 승주도 앉았다.


“어디까지 알고 왔어?”


“나 먼저 궁금한 거. 너 신고당해서 그동안 안 나온 거 맞아?”


 승주는 머리를 한번 긁적였다.


“맞긴,,, 한데.”


“왜 얘기 안 했어?”


 승주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은월과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땅바닥만 쳐다보았다.


“내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나 너한테도 믿을만한 사람이 아닌 거야?”


“뭘 도와줘?”


“야. 학교에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 네가 누구를 때렸대. 말이 되어야지, 참나.”


 승주가 천천히 은월과 눈을 맞추었다.


“사실일 수도 있잖아.”


“속일 사람을 속여. 넌 누굴 해치게 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어떻게 확신해?”


“그냥 느낌적인 거야. 그 사람들도 너무해. 조금이라도 너랑 가까이 지냈으면 네가 그러지 않았다는 거 바로 알았을 텐데.”


 승주는 피식 웃었다. 은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때린 거 맞아. 걔 많이 다쳤고.”


“그럼 걔가 잘못할 짓을 했겠지. 걔가 무슨 짓 했는데?”


“날 너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좋은 사람 맞으니까. 그래서 걔가 무슨 짓 했냐니까?”


 승주가 은월을 향해 활짝 웃었다. 은월은 어이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대답.”


“가족 욕하더라.”


 은월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말하기 조심스러운 건지 입을 달싹였다.


“시원하게 다 말해. 네가 무슨 말을 해도 실례라고 생각 안 하니까.”


“... 함부로 말했다가 상처될 수도 있으니까.”


“상처로 받을지 말지 판단조차 못할 거야. 누가 날 궁금해준 다는 거 자체로 난 무척 기쁘거든.”


 그리고 애초에 너는 다 괜찮을 거니까. 승주는 뒷말을 잇지 않았다.


“궁금한 거 많은데 그만둘래. 네가 먼저 말하기 전까지 궁금해하지 않을래. 그게 좋겠어.”


 승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심 자신의 안 좋은 면을 보여주게 될까 스스로도 모르게 걱정했던 탓이다.


“윤명오랑은 뭐 없는 거야? 좋아했잖아.”


 승주가 침을 느리게 삼켰다. 제발 아니라고 해 줘.


“내 감정에 물음표 다는 짓은 나랑 안 어울려.”


“뭐 연락하거나 그런 건 없어?”


“애초에 연락처도 몰랐고.”


 흐음, 승주의 눈썹이 움찔했다. 은월은 명오를 생각하며 잠깐 인상을 찌푸렸다.


“연락 있으면? 계속 좋아했을 거야?”


 승주의 답에 은월은 승주를 확 째려보았다. 승주는 그런 은월에 호탕하게 웃음 지었다.


“알았어, 알았어. 걔 얘기 그만할게.”


“아무튼 괜찮은 거 봤으니 난 다시 학교 갈게. 난 먼저 연락 안 하니까 네가 먼저 해.”


 아니던데. 먼저 잘하던데? 승주는 속으로 말을 삼키고 그저 은월을 바라보며 헤헤 웃었다. 은월은 한숨을 쉬고 집 밖으로 나갔다. 끈적거리는 땅바닥이 이제는 익숙했다. 승주는 은월이 머물었던 자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부엌에 숨겨둔 약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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